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0.22 © 뉴스1 이재명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대한 지휘 감독을 포기하는 것은 탄핵 사유이자 형사 처벌받을 범죄"라는 입장을 밝혔다. 전날에 이어 수사기관장의 국무회의 참석을 둘러싼 논란을 향해 발언 수위를 높이면서 '정면 돌파'에 나선 것이다.
국민의힘 등 야권은 이 대통령이 수사기관장의 국무회의 불참 관행을 깬 것을 비판하며 '공소 취소'까지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특히 이 대통령이 전날 생성형 AI '제미나이'를 활용한 답변을 두고 "AI 대통령이냐"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가 "구체적인 사건 개입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정치권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과 국무위원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회의 참석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수사기관장의 국무회의 참석이 상시화되는 데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李대통령, 중수청 국무회의 참석 논란 '정면 돌파'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공소청이든, 기상청이든, 소방청이든, 모든 부처청은 대통령과 총리의 지휘감독을 받는다는 것이 헌법과 정부조직법에 명시돼 있다"며 "중수청에 대한 지휘 감독을 포기하는 것은 헌법과 정부조직법 위반으로 탄핵 사유다. 직무 유기로 형사처벌 받을 범죄"라고 말했다.
이어 "물어보겠다"면서 "헌법과 법률을 어기며 중수청은 지휘 감독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 지휘감독을 공개회의에서 하지 말고 밀실에서 비공개로 하라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이 대통령은 또 "공개회의 참석에서 열외시키는 것이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는 방안이라는 것은 무논리"라고도 지적했다.
전날 공소청·중수청 수장의 국무회의 배석 불가론을 "위헌적 억지"이자 "궤변"이라고 비판한 데 이어 다시 한번 발언 수위를 높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전날 '제미나이'를 활용해 헌법과 정부조직법상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지휘감독권을 강조하며 수사기관장의 국무회의 참석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수사기관의 배석 불가론에 대해 "법률이 보장한 대통령의 행정감독권을 무력화하고, 수사·기소 기구를 민주적 통제 밖의 '밀실 속 치외법권 성격'으로 두겠다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10.20 © 뉴스1 허경 기자
野 수사 외압에 '공소 취소' 의혹까지 맹공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소통'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역대 최초로 국무회의를 생중계하기 시작했다. 이어 올해 1월부터는 부처 산하 처·청까지 국무회의에 참석하도록 지시하며 회의 참석 범위를 확대했다. 국무회의에서 국정 운영 방향을 함께 이해하고 부처 간 벽을 허물어 업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논란이 수면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 20일 김지용 신임 중수청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하면서다. 역대 정권은 정치적 중립 의무와 수사 독립성 훼손 우려 등을 이유로 수사기관 책임자를 국무회의에 배석시키지 않았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실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이후 25년간 검찰총장이 국무회의에 배석한 사례는 없다.
다만 국민의힘 등 야권에선 수사 외압을 넘어 '공소 취소' 가능성까지 연결해 비판 수위를 높이는 상황이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난 6월 (국무회의) 당시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있는 자리에서 '잘못하면 사과하고 취소하는 것'이라고 공소 취소를 종용하는 말까지 했다"며 "공소 취소해달라는 이야기 아닌가. 국무회의에서 계속 압박하는 모습 보이는 것이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매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의 말을 받아적는 수사기관은 '중수청'이 아니라 '특정범죄 하명 수사청'인 '하수청'"이라고 각을 세웠다.
'제미나이'를 활용한 답변을 두고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졌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방송에 나와 "대통령이 그동안 국정을 제미나이한테 물어봤느냐. 정말 너무 처참하다"면서 "제미나이나 AI는 계속 질문하는 사람의 성향에 맞춰서 대답도 하지 않느냐.대통령이 어떻게 질문했길래 저렇게 나왔겠느냐"라고 비판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자신의 통치 행위를 제미나이 씨한테 물어봤다고 한다"며 "대통령이 우리 제미나이 씨한테 물어봐서 통치할 것이면 그냥 우리 제미나이 씨가 대통령이 되는 게 어떨까"라고 꼬집었다. 장동혁 대표는 최고회의 말미에 김 최고위원과 함께 제미나이를 '우수 최고위원'으로 선정하면서 "당당하게 할 말을 한다"는 점을 꼽았다.
與 내부서도 배석 상시화 우려
이에 이 대통령은 이날 제미나이 답변 논란에 대해 "몰라서 제미나이를 인용한 것이 아니라 그 주장이 얼마나 초보적인 논리와 팩트에 어긋나고 수준 낮은 것인지를 느껴보라고 한 것"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청와대도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고 "AI에 기대어 국정을 운영한다라는 식으로 보도하거나 주장하는 것은 사실을 호도하고 왜곡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장의 국무회의 배석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가 "구체적 사건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겠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대통령과 국무위원 역시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수사기관장의 국무회의 참석 자체가 수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배석 상시화'엔 신중 기류가 감지된다.김용남 민주당 정책위 상임부의장은 이날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최근 임명된 김지용 중수청장은 인사차 한두 번 참석하는 것도 괜찮을 수 있지만, 모양새 때문이라도 매번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건 조금 피해야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민주당 의원도 "새 중수청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의도 아니겠느냐"며 "검찰총장을 계속 국무회의에 참석시키는 선례가 없으니 계속 고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상황을 보면서 참석 여부를 분별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면서도 기본적으로는 '참석이 원칙'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과거 검찰총장이 국무회의에 배석하지 않았다고 해서 정치적 중립이 보장됐느냐"고 반문하며 "개방적이고 투명한 무대에 등장하지 않았던 권위주의 정권 시절 민정수석이 대통령의 뜻을 받아 구체적인 사건이나 수사를 지휘하던 흑역사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ukgeu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