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으로 기소돼 2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고법에서 시청으로 돌아와 시장실로 가기 위해 승강기를 타고 있다. 2026.10.23 © 뉴스1 박세연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보수진영에 모처럼 활력이 돌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보수 진영 내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오 시장은 2심 직후 '통합'을 강조하며 광폭 행보에 나섰고,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오 시장과 연대 가능성을 시사하며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한 의원에 대한 '견제' 모드가 작동하면서 국민의힘 내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양자 구도가 장동혁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권파와 오 시장 측, 친한(친한동훈)계 간 삼자구도로 재편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 시장은 지난 23일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주말 동안 이태원 참사 4주기 시민추모대회와 한국사진기자협회 주최 체육대회 참석, 잠수교 보행전용교 전환 현장점검, 고(故) 최형우 전 장관 빈소 조문에 나서는 등 광폭 행보를 선보였다.
정치권에서는 오 시장의 이같은 행보가 사법리스크를 상당 부분 덜어내면서 확보한 자신감에 따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24일 열린 체육대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안팎의 현안에 대한 입장을 거침없이 밝혔다.
특히 차기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굳힌 그는 당내 상황에 대해 "총선이 다가오고 있는 만큼 분열된 모습의 국민의힘보다는 단합되고 통합된 모습의 국민의힘이 국민께 마음의 위안을 드릴 수 있다"며 "부동산을 비롯해 하나 된 힘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희망을 줄 수 있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그러기 위해서는 생각이 다르고 철학이 조금 다른 분들이 함께 마음을 모으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의 발언은 기존의 입장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2심 판결이 주는 파급력으로 인해 그 발언의 무게와 관심은 이전과 확연히 달랐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8월 25일 오전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0차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세미나 '미국의 大전략과 한국의 선택'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6.8.25 © 뉴스1 황기선 기자
보수 진영의 또 다른 대권 잠룡인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오 시장의 '통합론'에 곧바로 화답했다. 그는 전날(25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에 오 시장의 2심 결과에 대해 "참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을 "굉장히 합리적인 분"이라고 평가한 한 의원은 오 시장과의 연대, 이른바 '훈훈연대' 전망에 대해 "저희가 손을 놓은 적은 없다"며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 의원은 "저는 정치적 목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오 시장을 비롯해서 많은 합리적인 정치인과 만들고자 하는 나라의 지점이 그렇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과 한 의원의 연대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명태균 씨의 주장을 근거로 오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던 한 의원과 친한계 일부 인사의 과거 언행이 연대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준석 전 개혁신당 대표는 2심 선고가 있은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지금 와서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마음에도 없는 소리들을 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소위 명태균 게이트라는 것을 키워 민주당의 칼을 빌려 '차도살인'을 꾀하던 자들이 있었다"며 "계속 공짜를 좋아하면 안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전 대표가 구체적으로 대상을 지목하진 않았지만, 이는 한 의원을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이 대체적이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오 시장 측에서 한 의원을 그리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당장 한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보수진영 주도권 경쟁이 단기적으로는 국민의힘 당권파, 오 시장 측, 친한계 삼파전으로 흐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벌써부터 국민의힘 안팎에선 이른바 친오(친오세훈)계가 형성·부상할 조짐이 엿보인다. 오 시장의 항소심 재판 당일 국민의힘에서는 윤상현 의원을 비롯해 김석기·신성범·이만희·김미애·권영진·엄태영·조은희·박수민·서명옥·이상휘·조정훈·김소희 의원 등이 법원을 찾아 오 시장을 응원했다.
원외에서는 전주혜·이재영·구상찬 전 의원 등이, 개혁신당에서는 이 전 대표와 김철근 전 사무총장이 재판에 얼굴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의 한 수도권 의원은 "오 시장 중심으로 당이 집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다만, 친오계가 형성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뉴스1과 통화에서 "오 시장은 당내 기반이 약하다. 당내에 친한계는 있지만 친오계는 없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며 "2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비당권파 인사들이 오 시장을 중심으로 결집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ickim@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