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상윤 황병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에 따른 농어업계 피해를 보전하기 위해 수출부담금 도입 필요성을 재차 제기하면서 11년 전 무산됐던 ‘무역이득공유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수출로 이익을 얻는 기업이 농어업 등 시장개방으로 피해를 보는 산업의 손실을 분담하도록 하자는 구상이다. 다만 기업에 새로운 부담을 지우는 데다 실제 무역협정의 수혜 규모를 산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제도화까지는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농어민과의 대화 행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출부담금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관세가 낮아지거나 해외시장 접근성이 개선돼 경제적 이익을 얻은 기업에 일정한 부담금을 부과하고, 이를 농어업 등 피해 산업 지원에 활용하자는 구상이다. 예컨대 자동차나 전자제품 등 제조업 분야에서 해외 수출이 늘어나는 대신 국내 농축수산물 시장이 개방돼 농어민이 피해를 본다면 수출 증가에 따른 이익 일부를 농어업 피해 보전에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구상은 2015년 한·중 FTA 비준 당시 논의됐던 무역이득공유제와 맥이 닿아 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FTA로 이익을 얻는 기업의 이익 일부를 환수해 피해 산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기업별로 FTA 체결에 따른 추가 이익을 정확히 산정하기 어렵고 기업에 새로운 준조세 부담을 지운다는 재계의 반발 등이 제기되면서 의무적인 부담금 방식은 채택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수출부담금을 다시 제안한 것도 기업들의 자율출연에 의존하는 방식만으로는 농어업 피해를 충분히 보전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지금까지 (농업 피해 보전에) 민감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며 “수출시장을 늘리는 데 급급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농업을 집안의 막내에 비유하며 “막내도 사람이고 막내도 인생이 있다. 위에서 좋은 직장 얻어서 잘 살면 동생을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11년 전 무역이득공유제 도입을 가로막았던 쟁점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이다. 우선 수출 증가분 가운데 FTA 체결에 따른 효과만을 분리해 산정하기가 쉽지 않다. 환율 변동이나 글로벌 경기, 기업의 자체 경쟁력 강화 등에 따른 수출 증가와 무역협정으로 발생한 이익을 구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과 기준에 따라서도 기업 부담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수출액이나 수출 증가액을 기준으로 부담금을 매기면 매출 규모는 크지만 영업이익률이 낮은 기업에도 상당한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순이익을 기준으로 하면 기업별로 무역협정에 따른 추가 이익을 따로 계산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대기업과 중소 수출기업 간 형평성 논란도 불가피하다.
더욱이 부담금을 법적으로 의무화하려면 부과 대상과 요율, 사용 목적 등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수출을 조건으로 부과하는 부담금이 국제 통상규범과 충돌하는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거나 사실상 새로운 수출 관련 조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도입이 쉽지 않은 카드를 이 대통령이 다시 꺼내들었다”며 “농민들의 표심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이는데, 실제 어떤 정책으로 구체화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