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cm 30대 여성에 뚫린 최전방...도구는 '니퍼·가위'뿐

정치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6일, PM 10:24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군 당국이 강원도 철원 지역에서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을 넘어와 최전방 일반전초(GOP) 철책을 훼손한 30대 여성을 붙잡으며 사건의 전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여성의 정체에 대해서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으나 현재까지 별다른 혐의점은 밝혀지지 않았다.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우리 군이 철책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우리 군이 철책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합동참모본부(합참) 관계자는 26일 “강원도 철원군 GOP 이남 민통선 이북지역에서 우리 군 경계시설물에 무단 접근한 미상 인원의 신병을 확보해 관계기관과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군에 따르면 전날 군에 붙잡힌 30대 여성 A씨는 지난 주말인 24일 오후 철원지역 민통선 이북 지역으로 허가 없이 진입했다. 군은 무단으로 들어온 A씨를 식별하고 신병을 확보하려 했으나 놓쳤다.

군 당국은 드론 사용 허가까지 받고, 즉각 조치반(5분 대기조)을 투입하며 수색에 나섰지만 해가 지면서 당일 A씨를 찾는 데는 실패했다.

이후 A씨가 다시 발견된 것은 25일 오전 인접 사단 최전방 GOP 철책 남측에서였다.

GOP 철책은 통상 군사분계선(MDL)으로부터 약 2㎞ 떨어진 남방한계선(SLL) 일대에 있으며, 철책을 넘어가면 비무장지대(DMZ)가 나온다. 최전방 지역까지 올라갔다는 말이다.

A씨는 이곳에서 철책을 일정 시간 잡거나 자르면 이를 감지해 상황실에 경보를 울려주는 과학화 경계 시스템 장비인 ‘광망’ 여러 곳을 니퍼·가위 등으로 절단했다.

과학화 경계 시스템에 따라 GOP 부대 지휘 통제실에 경보가 떴고, 병력이 현장으로 출동했지만 또 놓쳤다. 장병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A씨가 이미 사라진 뒤였다는 것이다.

군 당국은 수시간 뒤에야 A씨의 신병을 확보했고, 1박 2일에 걸친 상황이 종료됐다고 한다. 최초 식별부터 철책 훼손까지 약 20시간이 걸렸는데도 중간 행적을 제대로 추적하지 못했고, 장병들이 30대 여성 한 명을 붙잡는 데 24시간 안팎이 걸렸다는 얘기다.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의 민통선 일대 민간인 통제 경고판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의 민통선 일대 민간인 통제 경고판 (사진=연합뉴스)
관계기관 합동 조사 결과 당국은 A씨에게 간첩 활동 등 대공혐의점은 없다고 판단했다. A씨는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행동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계속 횡설수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국방부 종합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질의가 나왔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민통선을 넘어온 해당 인원을 처음 식별하고 20여시간 지난 다음에야 신병을 확보했다”며 “(신장이) 158㎝밖에 안 되는 30대 여성에게 우리 군 GOP가 뚫렸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민통선을 통과해서 들어온 것”이라고 답하자 성 의원은 “그게 뚫린 것”이라고 강 장관을 질책했다. 진영승 합참의장은 “실제 토요일(24일) 오후에 민통선 지역에서 인원을 확인했고 신병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작전 간에는 추가적인 CCTV에 탐지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점검을 하고 있으며 반드시 보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군은 GOP 과학화 경계 시스템 확대 등을 통해 병력 감축에 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야전에서는 우리 군의 경계 태세에 또 다른 허점이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학화 경계 시스템의 핵심인 열상 감시장비(TOD)와 폐쇄회로(CC)TV 등은 대부분 전방 감시에 투입돼 있어 후방에서 접근하는 상황에 민첩한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최전방 ‘빈총 경계’에 이어 재차 전방 경계 근무를 둘러싼 문제가 발생했다”며 “이래서 어떻게 국민께 ‘군을 믿어 달라’고 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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