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탄핵 앞서 국정조사 택한 與…여야 대치 격화할 듯

정치

뉴스1,

2026년 October 27일, PM 05:55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0.27 © 뉴스1 유승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에 앞서 국정조사를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 국정조사를 통해 조 대법원장을 둘러싼 의혹의 사실 관계를 규명하고 탄핵의 근거를 확보하겠다는 판단이다. 다만 국민의힘이 강력한 대응을 예고해 국정조사 추진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국회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27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조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를 포함한 향후 대응 방안을 원내지도부에 위임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참석 의원들 사이에서 별다른 이견은 나오지 않았다.

전은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선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는 데엔 모두 의견이 모아졌다"며 "그래서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 대변인은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에서 조 대법원장에 대한 조속한 탄핵을 요구하는 데 대해선 "국정조사를 해서 밝힐 것들을 밝혀야 한다"며 "탄핵을 발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중에 인용이라든지 그런 부분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나온 거 대해 구체적인 자료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탄핵소추안 발의 이후 헌법재판소의 인용 가능성까지 고려해 구체적인 자료와 사실 관계를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다.

국정조사를 통해 규명할 사안으로는 조 대법원장의 대법관 재제청 거부와 국정감사 증인 선서 거부, 업무추진비 집행 문제 등을 거론했다.

당 안팎에서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해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민주당이 국정조사를 우선 추진하며 신중한 대응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탄핵을 요구하는 강경론에 일정 부분 호응하면서도 실제 탄핵 추진에 따른 정치적 부담과 역풍 가능성을 고려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다음 달 5일 국회 본회의에 국정조사 요구서를 보고하는 것을 목표로 관련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국정조사 요구서는 재적 의원 4분의 1 이상의 동의를 받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할 수 있다. 이후 본회의에서 요구서가 보고되면 국회의장은 여야와 협의해 국정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한다.

특위는 조사 기간과 목적, 범위 등을 담은 조사계획서를 마련해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조사계획서는 출석 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된다.

실제 조사에 착수하기까지는 특위 구성과 조사계획서 의결 등의 절차가 남아 있어 여야 협의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법원장을 대상으로 한 국정조사가 실시된 전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등 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과 지귀연 판사의 사법농단 및 사법내란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지만 실제 조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앞서 2018년에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의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국정조사 필요성이 거론됐다. 김명수 당시 대법원장은 국정조사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 중 하나"라고 밝혔으나 실제 조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10.27 © 뉴스1 신웅수 기자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국정조사 추진을 사법부 탄압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반발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탄핵보다 더 비열하고 악질적"이라며 "이는 노골적인 사법부 탄압이고 명백한 삼권분립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 악질적인 거대 여당의 국정조사 폭거에 맞서 싸우겠다"고 했다. 국정조사 계획서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는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만간 의원총회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장외집회나 국회 일정 보이콧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도부 및 의원들과 협의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범여권 내부에서도 국정조사 추진을 놓고 온도 차가 드러났다. 조국혁신당은 국정조사가 탄핵을 미루는 명분이 돼서는 안 된다며 탄핵과 국정조사를 동시에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임명희 혁신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국민의힘이 국정조사에 합의하거나 국조특위 구성에 협조할 리 만무하다. 시간만 허비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정 민주당이 국정조사를 하고 싶다면 국정조사와 탄핵을 동시에 추진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원내대표는 "우리는 우리의 판단을 할 것이다. 현 정국을 풀어나가는 데 무엇이 가장 효율적인지 더 깊이 고민하고 추진할 것"이라며 "조 대법원장에 대한 문제의식은 아주 심각하게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내 '12·3 계엄 해제' 국회 상징석 앞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소추안을 공개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6.10.19 © 뉴스1 김성진 기자

국정조사를 둘러싼 여야 대치가 격화할 경우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국정조사 추진 시점이 본격적인 예산안 심사 기간과 겹치는 만큼 여야 관계가 악화하면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도 협상에 난항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러나 국민의힘이 국정조사에 강경 대응을 예고하면서 민주당으로서는 야당과의 갈등을 관리하면서 예산안 처리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liminallin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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