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상윤 황병서 기자] “한 6개월 해서 한 달에 한 500만원씩 하면 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재명 대통령이 외국인에 의존하는 농촌 일손을 내국인으로 대체할 방안으로 임금 보조 카드를 꺼냈다. 농가가 주는 품삯에 정부가 돈을 보태면 내국인도 농촌으로 향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해외로 송금되는 임금을 국내 소득과 소비로 돌리고, 식량안보를 위한 인력 기반도 지키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그러나 임금을 높이면 실제 대체인력을 구할 수 있는지, 노동자의 국적을 바꾸는 데 드는 세금만큼 경제적 편익이 있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지난 27일 국무회의에서 농축수산업 인력 부족을 언급하며 “외국인 불러서 일해도 본국으로 송금하니 국가 경제에 크게 도움도 안 되고 다른 문제도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어차피 지급하는 인건비에 내국인 노동자를 쓰면 상당액을 더해주는 것”이라며 기획예산처와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6개월간 월 500만원’은 확정된 보수나 정부 지원액이 아닌 대화 중 나온 예시다. 이 대통령은 얼마를 지급하면 내국인이 농업에 종사할지 조사하라고 주문했다. 농가가 감당할 수 있는 임금과 내국인이 농촌에서 일하려는 임금 사이의 간극을 재정으로 메우자는 구상이다. 마상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국인 인력 수급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고,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의 문제도 이미 경험했다”며 “식량자급률을 유지하려면 내국인 인력 수급률도 어느 정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국인이 같은 일을 맡고 소득을 국내에서 더 많이 쓴다면 소비 측면의 편익은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유도하는 보조금도 세금이다. 국내에서 쓰이는 임금이 늘어난다는 이유만으로 재정 투입의 타당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지원 없이도 유지될 생산에 얼마를 추가로 지출하고, 그 대가로 무엇을 얻는지 따져야 한다.
우선 내국인이 실제 외국인의 자리를 채울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월급을 높여도 작업 강도와 숙련, 숙소·교통 문제는 남는다. 작물과 지역마다 농번기가 달라 6개월간 꾸준히 일하려면 여러 농가의 일감을 연결해야 한다. 농번기가 끝난 뒤 생계를 이어갈 일자리도 필요하다.
귀농·귀촌 수요가 곧바로 계절노동에 대한 취업 수요를 뜻하지도 않는다. 농장을 직접 운영하려는 사람과 몇 달간 임금을 받고 일하려는 사람에게 필요한 조건은 다르다. 월 500만원이라는 숫자에 앞서 누가 어느 지역에서 어떤 일을 얼마나 오래 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임금을 많이 준다고 내국인이 실제 농촌으로 가서 농업에 종사할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어느 정도 효과는 있겠지만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내 일손 확보도 안보…얼마를 부담할 것인가
쟁점은 국내 인력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를 부담할 것이냐다. 대통령이 언급한 일당 12만원에 월 20~25일 근무를 가정하면 기존 월급은 240만~300만원이다. 월 500만원까지 정부가 차액을 보전한다면 1인당 월 200만~260만원이 필요하다. 1만명을 6개월간 지원할 경우 임금 차액만 1200억~1560억원이다.
지원 범위를 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새로 취업한 내국인만 지원하면 같은 밭에서 같은 일을 하는 기존 노동자와 보수가 달라진다. 기존 종사자까지 지원하면 외국인 대체와 직접 관련 없는 지출도 늘어난다.
특히 무급으로 일하던 가족을 유급 근로자로 전환한 경우까지 포함하면 사람과 작업량은 그대로인데 보조금 대상만 확대될 수 있다. 반대로 가족 고용을 제외하면 실제 같은 일을 하는 가족종사자와 외부 고용인 사이의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
전략산업을 지키고 자국민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이 대통령의 목표는 트럼프식 산업정책과 맞닿는다. 관건은 국내 생산과 고용을 유지하는 데 드는 높은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다. 농업 임금 보조는 농가의 부담을 덜지만 그 차액을 납세자에게 넘긴다. 농가 수익성과 생산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정부가 해마다 비용을 메워야 할 수 있다.
장 연구위원은 “1인당 생산성을 높여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도 더 높은 임금을 받으며 생활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보조금이 오히려 그런 변화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