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베트남 밸리 조감도 (사진=봉화군 제공)
봉화군에 따르면 베트남 리 왕조 6대 황제의 아들이자 화산이씨(花山 李氏)성을 가진 이용상의 후손들이 경북 봉화군에 정착하며 집성촌을 이루고 있다. 봉화군에는 충효당을 비롯한 유허비, 재실 등 베트남 최초 독립왕조인 리 왕조(1009~1225년) 유적지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다. 1226년 고려에 정착했던 이용상의 화산 이씨 후손들은 현재 약 1200명이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베트남 밸리특구는 이러한 한국과 베트남의 800년 교류 역사를 기반으로 국제교류형 관광거점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또 봉화군은 관광객과 체류 인구를 늘려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지방 소멸 위기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봉화군은 특구 지정에 따라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총 3476억 원을 투입해 8개 특화사업을 추진한다.
가장 큰 사업은 2000억 원 규모의 ‘K-베트남 밸리 조성사업’이다. 리왕조 역사교육과 한·베 문화교류 거점을 조성하고 베트남 이주민 정착 지원 기능도 함께 갖춘다.
◆ 베트남 특구에 주택 공급 지원까지...“봉화군 의료· 교통 인프라 등 삶부터 개선하라”
그러나 지난 1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봉화 K-베트남 밸리 지역특화발전특구 지정 및 관련 사업 폐지에 관한 청원 글이 올라오며 반대 목소리가 불거졌다.
청원인 A씨는 해당 사업에 대해 “특정 외국의 역사·문화를 중심으로 시설을 조성하는 동시에 외국인 종사자의 체류와 주택 공급 등에 관한 규제 특례까지 적용하고 있다”고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다만 이는 단순히 봉화 K-베트남 밸리특구에만 적용되는 건 아니다. 이를 승인한 중기부 지역특화발전특구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특성에 맞는 특화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역특구법’에 규정된 130개 규제특례를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제도다. 2004년 도입됐으며 현재 전국 135개 시·군·구에서 171개 특구가 운영되고 있다. 지방정부가 특화계획을 수립해 중기부에 신청하면 관계 부처 협의와 특구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된다.
이번 봉화 K-베트남 밸리특구에는 10건의 규제특례가 적용된다. 출입국관리법 특례를 통해 외국인 종사자의 체류를 지원하고, 지방재정법상 투자심사를 일부 제외한다. 또 주택법에 따른 주택공급 기준 완화, 국토계획법상 도시·군관리계획 의제 및 절차 간소화, 토지보상법상 토지 수용·사용 특례 등도 함께 적용된다.
중기부는 이 같은 규제 완화를 통해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고 관광 활성화와 인구 유입, 상시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베트남밸리 청사진. (사진=봉화군 제공)
그는 먼저 대규모 공공 재정 투입의 적절성 및 재정 부담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봉화군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총 3476억 원을 투입해 ‘K-베트남 밸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는 국비 1051억 원, 도비 277억 원, 군비 1701억 원, 민간투자 447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며 이미 1127억원 이 투입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는 이 막대한 재원이 투입되는 사업의 핵심에 왜 하필 특정 외국의 역사와 문화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지역개발사업이 자리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라며 “인구가 감소하고 재정 여건이 어려운 지방자치단체에서 군비만 1701억 원에 달하는 지방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과연 주민의 요구와 재정 운영의 우선순위에 부합하는지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봉화와 같은 인구감소 지역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기존 주민이 지역을 떠나지 않도록 하고, 청년이 지역에서 일하고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며 “국민의 세금은 한정되어 있다. 3476억 원이라는 막대한 재원을 투입할 수 있다면 그 돈을 지역 청년의 일자리와 주거, 출산·육아 지원, 지역 산업 육성, 의료와 교통 인프라 개선 등 봉화 주민의 삶을 직접적으로 개선하는 데 사용하는 방안부터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세 번째로 외국인 특례 부여 및 정책적 타당성 부재를 지적했다.
A씨는 “본 사업에는 리 왕조 역사 교육과 한·베 문화 교류뿐만 아니라 베트남 이주민 정착 지원, 외국인 종사자의 체류와 주택 공급 등에 관한 규제 특례가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단순히 베트남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순수 관광 사업이 아니라 국가와 지자체가 공공 재정을 투입해, 특정 외국 국적자를 대상으로 체류·정착 기반을 마련하는 정책”이라며 “공공 재정을 사용하여 특정 외국 문화를 중심으로 지역을 개발하고 체류·정착에 대한 지원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얻었나”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K-베트남 밸리 조성사업 개요 (사진=중기부 제공)
A씨는 “3476억 원을 투입하는 만큼 실제 관광 수요가 존재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봉화에 조성된 베트남 관련 시설을 보기 위해 국내외 관광객이 얼마나 방문할 것인지, 지속적인 운영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객관적 검증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과거 강원도의 ‘한중문화타운’ 사례를 언급했다. A씨는 “ ‘한중문화타운’은 100% 민간 자본 추진 사업이라는 강원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해 ‘강원도 차이나타운 반대 청원’에 67만명이 동의하며 사업이 무산됐다”고 짚었다.
A씨는 “하물며 3000억 원 이상의 공공 재정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은 더욱 엄격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한번 조성된 대규모 시설은 향후 유지·관리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며, 예상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 재정적 부담은 온전히 지방 재정과 지역 주민,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끝으로 “봉화의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그 해결책이 ‘K-베트남 밸리’여야만 한다는 이유는 없다”며 “이미 상당한 재정이 투입되었다는 이유로 사업을 강행하기보다, 전면 재검토 및 사업 백지화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글을 맺었다.
해당 청원은 오는 31일까지 공개되며, 28일 오후 6시 기준 현재 2만 8567명이 동의한 상태다.
◆ 싸늘한 내국인 반응...최근 베트남인 범죄율 증가 및 꼼수 국제결혼 증가에 반감
이번 사업에 대한 내용이 알려지며 내국인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국내에서 베트남인 범죄율이 급증하고 있는 데다 한국 여성과 베트남 남성이 국제 결혼율 1위로 등극한 배경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해 경찰청 통계 사이트에서 공개된 국내 체류 외국인의 범죄율을 따져보면 베트남 11.5%(30만 5936명)이 중국 36.2%(95만 8959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2024년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2년 한국 여성이 재혼한 외국인 남편 국적은 베트남(556명)이 가장 많았다. 중국(446명), 미국(141명), 필리핀(46명), 일본(33명)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크게 변화한 양상이다.
외국인 노동자가 늘고 중국과 관계가 밀접해진 2004년에는 중국 남성(2787명)이 일본 남성(1624명)을 크게 따돌리며 국제결혼 1위가 됐다. 당시에도 베트남 남성은 2명에 불과했다. 그러다 다음 해인 2005년 13명이 되더니 결국 2022년 처음으로 1위 자리에 올랐다. 2021년 420건, 2022년 556건, 2023년 752건으로 매년 최상위권을 경신 중이다.
얼핏 한국 여성과 베트남 남성과 연애 결혼이 급증한 게 아니냐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지만 이는 완벽한 오해다. 두 나라 간 국제 결혼이 증가한 배경에는 결혼 등으로 이민을 온 베트남 여성이 국적 취득 후 한국 남성과 이혼한 뒤 다시 베트남 남성과 재혼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22년 베트남 남성과 재혼한 한국 여성 556명 가운데 482명(86.7%)이 귀화 한국인이었다. 482명 중 식별할 수 없는 2명을 제외하고 480명 전원(100%)의 원래 국적은 베트남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