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송금·다문화 우대 꺼낸 李…트럼프와 다른 정책, 닮은 구도[현장에서]

정치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8일, PM 08:37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국가유공자와 다문화가족 산모가 같은 산후조리원 예약 순위에 있다. 누군가 물었다. 왜 같은 대우를 하느냐고. 이재명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그 게시물을 공유했다. “좋은 지적 감사하다”며 우대 필요성과 폐지 여부를 시행령 개정까지 포함해 검토하겠다고 했다.

제도를 점검하는 것은 대통령이 할 일이다. 다만 점검에 앞서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산후조리원 예약 순위가 국가에 대한 공헌을 평가한 결과인지, 서로 다른 사정으로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을 묶은 기준인지다. 이 차이가 설명되지 않으면 지원의 효과를 따지는 논의가 수혜자의 자격을 심사하는 논쟁으로 흐를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공자와 동급’이라는 비교가 지운 것

이 대통령이 28일 공유한 게시물은 서울형 안심 산후조리원에서 다문화가족 산모가 국가유공자·유족 산모와 같은 2순위에 포함된 점을 문제 삼았다. 일부 공공산후조리원의 이용료 감면 사례도 담겼다. 대통령은 다문화가족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것을 넘어 우대까지 할 필요성이 큰지, 제도 폐지가 필요한지를 지방정부 협의와 시행령 개정까지 포함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원기준은 고칠 수 있다. 다문화가족이라는 기준이 실제 지원 필요성을 정확하게 반영하는지도 따져볼 수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돌봐줄 가족도 충분한 산모와 그렇지 못한 산모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비슷하게 어려운데 다문화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원에서 빠진 사람도 살펴야 한다.

그런데 게시물이 앞세운 것은 ‘국가유공자와 동급’이라는 비교다. 예약 순위를 국가가 인정하는 공헌의 순위처럼 읽게 한다.

보훈에는 공헌과 희생에 대한 예우·보상의 성격이 있다. 취약한 산모 지원에는 서비스 이용의 불리함을 줄이려는 목적이 있을 수 있다. 근거가 다르다. 같은 순위에 넣었다고 같은 공로를 인정한 것은 아니다. 해당 사업의 같은 순위에는 장애인과 한부모가족 산모 등도 포함돼 있다.

물론 지원 근거가 다르다는 사실은 같은 순위의 부당함도, 정당함도 입증하지 않는다. 어느 쪽이든 실제 필요와 이용 실태를 확인해야 한다. ‘국가유공자와 같은 순위’라는 사실만으로 다문화가족 지원이 과도하다는 결론을 낼 수 없다는 뜻이다.

대통령이 게시물을 공유했다고 그 안의 모든 논리에 동의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이번 메시지에서는 게시물의 비교 방식과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구분한 설명이 없었다. 그 상태에서 폐지 가능성까지 언급하면, 게시물의 전제에도 동의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미국에서도 수혜 집단을 대비시키는 방식이 등장한 적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2월 미등록 이민자에 대한 연방 지원을 점검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장애인과 참전용사 등 도움이 필요한 미국 시민의 혜택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민자 지원으로 미국 시민에게 돌아갈 돈과 서비스가 빠져나간다고 주장했다. 이민자에게 쓰는 돈을 자국민이 잃는 돈으로 설명한 것이다.

물론 두 정책은 다르다. 해당 행정명령은 미등록 이민자의 수급 자격을 겨냥했다. 이번 다문화가족 지원 논란은 체류의 적법성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한국 국적의 배우자와 자녀도 포함된 가족 지원이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와 같은 이민정책을 추진한다고 할 근거는 없다.

발언에도 차이가 있다. 트럼프 정부는 이민자 지원과 자국민의 손실을 직접 연결했다. 이 대통령은 다문화가족 지원 때문에 국가유공자가 손해를 본다고 말하지 않았다. 다만 대통령이 공유한 게시물에는 두 집단을 대비시키는 구도가 담겨 있다. 그 비교에 대한 호응이 어떤 인식을 강화할지는 별도로 살펴야 한다.

이 구도에서 지원별로 다른 목적이 지워지면, 이주민을 지원하는 일이 자국민을 덜 챙기는 일처럼 보일 수 있다. 지원이 필요한 이유보다 누가 먼저 대우받아야 하느냐는 질문이 앞서기 때문이다.

재정과 시설은 한정돼 있다. 누군가 먼저 이용하면 다른 사람이 기다려야 할 수 있다. 그래서 검증이 필요하다. 우선권이 다른 산모의 이용 기회를 얼마나 줄였는지, 감면이 없었다면 이용하지 못했을 산모가 얼마나 되는지 따져야 한다. 자원이 부족하다는 사실만으로 특정 집단에 대한 지원이 과도하다는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보건복지부·육아정책연구소의 ‘2024년 산후조리 실태조사’는 다문화가구 산모 12명을 심층면담했다. 비용 때문에 산후조리원을 이용하지 못하거나 건강관리 서비스를 신청하면서 한국어 소통에 어려움을 겪은 사례가 있었다. 친정 가족의 도움을 받기 위해 항공료와 체류비를 부담한 경우도 확인됐다.

물론 12명의 경험으로 현행 우대의 타당성을 입증할 수는 없다. 전체 다문화 산모의 형편을 대표하지도 않는다. 다만 정부가 확인할 항목은 보여준다. 소득과 언어, 가족 돌봄의 공백이다. 이 조건을 직접 반영하는 편이 낫다면 기준을 바꾸면 된다. 통역과 신청 지원이 더 효과적이라면 그쪽으로 예산을 쓸 수 있다. 지원에서 빠진 취약한 산모를 찾았다면 대상을 넓힐 수도 있다.

검토의 결론은 여러 방향으로 나올 수 있다. ‘유공자와 같은 순위’라는 비교가 그 결론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



◇송금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노동의 가치


전날 이 대통령의 외국인 노동자 발언에서도 추가로 확인할 계산이 남았다. 이 대통령은 농어촌 인력난을 논의하며 외국인 노동자의 국외 송금을 거론하고 내국인 고용에 대한 인건비 지원을 주문했다. 비판이 나오자 외국인도 국내 경제에 도움이 되지만 내수와 일자리 측면에서 내국인과 비교한 말이라고 설명했다.

그 설명은 검토할 수 있다. 같은 조건이라면 임금이 국내에서 더 많이 소비되는 쪽의 수요 진작 효과가 클 수 있다. 외국인도 생산에 기여한다는 사실만으로 이를 반박할 수는 없다.

문제는 같은 조건이냐는 것이다. 내국인과 외국인 가운데 누구를 채용할지 선택할 수 있는 농가와 외국인마저 없으면 일손을 구하지 못하는 농가는 다르다. 앞의 경우에는 소비 효과를 비교할 수 있다. 뒤의 경우에는 외국인 노동자가 있어 유지되는 생산과 없어서 발생할 손실도 계산해야 한다.

정부가 인건비를 지원한다면 질문은 더 늘어난다. 얼마를 지원해야 내국인 고용이 늘어나는가. 고용은 얼마나 유지되는가. 보조금이 없어도 채용했을 일자리에 재정이 들어가는 것은 아닌가. 지원 비용에 비해 추가 고용과 소비 효과가 충분한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인력 지원을 위한 외국인 근로자 관련제도 개선 방안’(2018)에서 낮은 임금과 높은 노동강도, 작업장 접근성 등을 농업 구인난의 배경으로 꼽았다. 외국인력 제도 역시 내국인으로 채우지 못한 노동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실태는 다시 확인해야 한다. 인건비 보조로 내국인 고용이 얼마나 늘어날 수 있는지, 외국인력이 메우는 공백까지 줄일 수 있는지가 후속 검토의 핵심이다.

외국인 노동자는 임금을 송금하기 전에 일을 한다. 그 노동으로 농산물이 생산되고 농가의 소득이 발생한다. 송금은 소득의 사용처다. 그것만으로 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설명할 수는 없다. 내수 효과의 차이를 경제 기여 전반에 대한 평가로 넓히려면 그만큼 더 많은 근거가 필요하다.

대통령의 발언에 이런 계산이 모두 제시되지 않았다고 정부가 검토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후속 설명이 중요하다. 어떤 인력 수급을 전제로 했는지, 어느 정도의 재정을 투입해 어떤 효과를 기대하는지 제시해야 비교의 타당성을 판단할 수 있다.

농촌 고용과 산후조리 지원은 다른 정책이다. 두 발언을 하나의 차별정책으로 묶을 수는 없다. 그러나 메시지가 누적되는 효과는 따로 살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에게서는 송금이, 다문화가족에게서는 우대가 부각됐다. 생산에 대한 기여와 지원이 필요한 사정이 함께 전달되지 않으면 이주민은 국내에 남기는 것보다 가져가는 몫이 많은 집단으로 비칠 수 있다.

제도 재검토 자체를 차별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수혜 집단에 대한 부정적 일반화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설명이 앞서면 차별 논란을 키울 수 있다. 지원의 효과를 묻던 시선이 특정 집단의 지원받을 자격을 의심하는 쪽으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국적의 배우자와 자녀가 있는 다문화가족까지 ‘우리 몫’과 경쟁하는 집단으로 취급될 위험도 있다.

대통령은 온라인의 불만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공유하고 감사하는 것으로 역할이 끝나지는 않는다. 대통령의 호응은 개인의 주장에 국가의 권위를 보탠다. 생략된 사실을 확인하고 비교의 타당성을 설명할 책임도 함께 따른다.

불필요한 지원은 줄여야 한다. 필요한 지원은 넓혀야 한다. 내국인 고용을 늘리는 정책도 효과가 입증되면 추진하면 된다. 어느 쪽이든 판단의 근거는 수혜 실태와 비용, 효과여야 한다. 이주민에 대한 불만이 그 계산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

제도는 시행령으로 고칠 수 있다. 그러나 제도를 고치는 과정에서 특정 집단에 찍힌 낙인까지 시행령으로 지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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