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독도'사태보다 길어지는 우크라 대사 소환..실익은

정치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9일, AM 05:01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박기창 주우크라이나 대사가 본국에 소환된 지 28일로 21일째다. 지난 10일 귀국한 박 대사는 이날까지 19일째 국내에 머물고 있다. 이대로라면 2008년 독도 문제로 소환됐던 권철현 주일대사의 국내 체류 기간마저 넘어설 수 있다. 당시 권 대사는 일본이 중학교 교과서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 주장을 명기한 데 항의해 귀국했고, 22일 만에 복귀한 바 있다.

이번 사태의 일차적 책임은 물론 우크라이나에 있다.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송환을 비공개로 하기로 했지만, 일방적으로 공개한 데 이어 합의 자체를 부인한 우크라이나의 태도는 신뢰를 저버린 행위다. 정부가 공식적인 사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것은 충분히 납득 가능하다. 그러나 잘못을 따지는 것과 대응이 적절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정부는 주한 우크라이나대사대리 초치에 이어 박 대사를 소환했고, 지난 20일에는 현지 교민들이 일부 남아있는데도 공관원 절반을 철수시키기로 했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항의했을 때보다도 강도 높은 대응이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영토 문제와 외교적 합의 위반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이번 사안이 독도 문제보다 더 오랫동안 대사를 본국에 붙잡아 두고, 공관 인력까지 축소해야 할 만큼 심각한 외교 현안인지 의구심이 남는다. 우크라이나는 북한군의 전투 양상이나 북러간 군사협력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상대국이다. 북러 군사협력 확대를 경계한다는 점에서 이해관계도 일치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전례없는 외교 갈등을 벌이고 있다. 상대국의 잘못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갈등이 장기화할수록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불분명하다.

뿐만 아니라 전후 재건사업에서 우리가 개입할 공간이 줄어들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제 우크라이나가 한국의 요구를 끝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대사를 언제까지 국내에 머물게 할 것인가. 추가적인 외교적 압박이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그로 인해 얻는 실익은 무엇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외교에서 원칙은 중요하다. 국가 간 합의를 어긴 행위는 잘못된 것이 맞다. 그러나 외교는 잘못에 대한 인정을 받아내는 것만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때로는 불만을 분명히 전달하되, 더 큰 국익을 위해 관계를 관리하는 판단도 필요하다. 정부는 이미 대사 소환과 공관원 철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압박 수위를 높이는 일이 아니라 갈등을 마무리할 출구를 찾는 일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한 호텔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한 호텔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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