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위성 '천리안'…우주 상공 고독한 파수꾼[씨뷰어]

정치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31일, AM 09:31

[세종=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고도 3만 6000km 우주 상공, 짙은 어둠 속에서 태양 전지판을 편 인공위성 하나가 푸른 지구를 묵묵히 내려다보고 있다. 렌즈가 향한 곳은 한반도와 그 주변을 감싸고 있는 광활한 바다다. 바다 한가운데서 적조가 어디로 피어오르는지, 끈적한 유류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심지어 눈에 보이지 않는 초미세먼지가 바다 건너 어떻게 이동하는지 그의 예리한 눈을 피할 수는 없다. 이 고독하지만 든든한 우주 파수꾼의 이름은 대한민국의 정지궤도 위성 ‘천리안’이다.

천리안위성 2B호 모식도.(자료=해양수산부)
천리안위성 2B호 모식도.(자료=해양수산부)
우주 상공 한 곳에 고정된 채 지구의 자전 속도와 똑같이 돌며 24시간 해양과 대기를 감시하는 해양 위성 분야에서 한국은 정지궤도 환경·해양위성 계보를 써 내려가고 있는 국가다. 천리안 1호가 발사된 2010년부터 우리나라는 광범위한 해양 관측의 역사를 만들어가며 기후 변화 대응과 정책 결정에 핵심적인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우리의 해양 위성 기술은 한반도를 넘어 세계의 바다를 돕는 수준에 이르렀다. 국립해양조사원은 2022년부터 올해까지 총 60억원을 투입해 인도네시아의 해양 관리를 돕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천리안 2B호가 찍어 보낸 위성 자료를 바탕으로 해상 유류 탐지, 산호초 관측, 맹그로브 숲 분포 분석 시스템을 구축하고 현지 석사급 전문 인력 4명을 양성한다. 지난 26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제3차 한-인도네시아 해양 위성 공동 워크숍’은 이처럼 우리의 우주 기술이 타국의 해양 관리 역량을 어떻게 끌어올렸는지 증명하는 자리가 됐다.

대한민국의 시선은 더 먼 우주, 더 정밀한 미래를 향해 있다. 우주항공청과 해양수산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천리안 2B호의 임무를 이어받을 차세대 ‘천리안위성 6호’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내년부터 7년간 77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2033년 발사하는 것이 목표다.

무엇보다 천리안 6호는 그동안 해외 기술에 빚져왔던 정지궤도위성 탑재체를 완전 국산화한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우주 산업의 큰 도약이다. 화학 연료와 전기 추진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추진 시스템을 장착하고, 환경과 해양을 동시에 관측하는 기술을 순수 우리 기술로 완성하게 된다.

새로운 렌즈를 달게 될 천리안 6호의 시력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예리해진다. 관측 채널이 확대되고 해상도가 대폭 개선돼 인체에 치명적인 초미세먼지와 지상 오존은 물론, 산불로 인한 대기 오염부터 적조와 저염분수 등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는 변화까지 한치의 빈틈없이 잡아낸다. 대기질 악화나 해양 재난 상황을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해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견고한 방패가 되는 셈이다.

천리안위성 6호 모식도.(자료=해양수산부)
천리안위성 6호 모식도.(자료=해양수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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