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이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소수의 성장”에서 “모두의 성장”으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 회복의 온기가 청년과 소상공인, 지역으로 고르게 퍼지도록 재정의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올해보다 총지출을 12.8% 늘리고 일자리·서민금융·주거 안정의 ‘3대 민생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청년 예산은 43조3000억원, 국토대전환·지방주도성장 투자는 33조원으로 확대한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9회 국회(정기회) 제11차 본회의에서 2027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정부는 162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해 미래 투자와 세수 부족에 함께 대비할 계획이다. 추가 세수를 청년·지방·교육 및 인재·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하고, 여유자금은 향후 세수 부족 때 활용하는 방식이다. 호황기에 확보한 재원을 미래 투자에 쓰면서 경기 둔화 때도 필요한 지출을 유지하겠다는 구상이다.
기금의 주요 검증 과제는 실제 사용처가 조성 목적에 부합하는지다. 청년·지방·미래산업이라는 지원 분야를 제시하는 데서 나아가 어떤 사업을 우선 지원할지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지원 대상이 같더라도 생활비 부담을 덜어주는 사업과 교육·훈련이나 산업 기반을 확충하는 사업은 효과가 나타나는 경로와 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래대응기금에 대해 “활용 방안에 대해서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미래지향적 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취지에 맞춰 구체적인 사업 내용을 제시해야 미래대응기금 효과를 따져볼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기금 신설이 기존 재정사업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기존 사업의 재원만 바꾸는 데 그치는지, 단년도 예산으로 추진하기 어려웠던 장기투자를 뒷받침하는지에 따라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
여기에 재원 활용을 둘러싼 기회비용도 쟁점으로 꼽힌다. 양 교수는 현재의 세수와 금리 여건에서는 국채 상환을 통해 재정 부담을 낮추는 선택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가 세수를 기금에 투입하는 방안과 채무 감축에 사용하는 방안의 효과를 비교해야 한다는 취지다.
채무를 줄이면 향후 이자 지출을 낮출 수 있고, 기금에 자금을 확보하면 미래 투자와 세수 부족에 대응할 여력이 생긴다. 국채 발행과 기금 적립이 병행될 경우에는 자금을 보유하는 데 따른 이점이 차입 비용에 상응하는지 평가할 필요가 있다. 기금 규모가 커졌다는 사실만으로 국가 전체의 재정 여력이 같은 폭으로 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소득지원은 수급자의 생활과 직결돼 도입 이후 축소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로 꼽힌다. 지원에서 제외된 지역과 연령층의 확대 요구에 따라 대상과 지급액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당장 편성한 예산뿐 아니라 제도 확대에 따른 향후 비용을 추계하고, 이를 충당할 재원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우철 한국재정학회장(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은 기본소득과 같은 제도를 도입하려면 사회적 합의와 충분한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재원 확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새로운 지출에 상응하는 재원을 마련하는 ‘페이고(PAYGO, 수입·지출 균형 원칙)’ 원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존 지출을 조정하거나 추가 세입을 확보하는 방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취지다. 시범사업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평가를 거쳐 무엇이 개선됐는지 확인한 뒤 확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일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202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앞두고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부가 민생 지원과 미래 투자를 하나의 성장전략으로 제시하면서 사업별 성과를 어떻게 평가할지도 쟁점이다. 생활안정 지원은 취약계층의 부담 완화와 함께 구직·교육·경제활동 참여를 뒷받침할 수 있다. 성장잠재력 확충을 목표로 하는 사업은 취업과 숙련 축적, 생산성 향상 등으로 이어지는지가 평가 대상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재정지출을 통한 총수요 확대만으로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생산성과 노동 공급, 자본 투자, 기술 등을 뒷받침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반도체 산업에서는 재정 지원뿐 아니라 인허가와 전력·용수 공급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 기업이 투자 자금을 확보했더라도 공장 건설과 기반시설 확보가 지연되면 생산 능력을 제때 확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정부가 기업의 투자 지역과 사업을 직접 설계하기보다 투자 장애물을 해소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업이 투자를 미루는 원인에 맞춰 재정 지원과 기반시설 확충, 규제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는 취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