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11월 3일 오후 2시 30분. 민주당의 비공개 의총이 열린 국회의사당 본관 246호실 주변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나돌았다. 신천지 교인들의 당원 집단 가입 의혹에 대한 당 자체 조사 결과 때문이었다. 사실이든 아니든 엄청난 후폭풍이 불가피했다. 계파갈등은 확전을 넘어 최악의 경우 분당마저 우려스러울 정도였다.
이날 오후 4시 25분경 김성회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대기 중인 기자들 앞에 섰다. 전언은 충격적이었다. 김민석 대표는 “조사 결과 3자 비밀연합 증거는 없었다”며 울컥하는 모습으로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은 분께 대단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제 미증유의 대혼란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김민석 발언 ‘허위사실공표죄’와 유사 “죄송하다고 사과하면 끝날 일?”
공직선거법 250조에는 허위사실공표죄 조항이 있다. 당선 또는 낙선의 목적으로 왜곡된 정보를 공표 또는 배포할 경우 처벌 규정을 담았다. 최종심에서 해당 정치인이 징역 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당선 무효다. 이뿐만이 아니다. 후보자를 추천한 정당은 보전받은 선거비용까지 반환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과 윤석열 전 대통령은 허위사실공표죄 혐의라는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21대 대선 직전 유죄 취지 파기환송으로 대선 불출마 위기에 내몰렸지만 기사회생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형사상 불소추 특권에 따라 재판이 중지된 상태다. 윤 전 대통령은 4일 2심 재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형이 확정되면 국민의힘은 21대 대선 비용 397억원을 국고로 반환해야 하는 위기 상황이다.
신천지 의혹을 둘러싼 김민석 대표의 공세적 문제 제기와 허무한 사과는 본질적으로 공선법상 허위사실공표죄와 대단히 유사하다. 다행스러운 점은 여야 전당대회는 공선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선법은 대선, 총선, 지방선거 등 공직선거에만 적용된다. 보다 더 큰 문제는 정치적 신뢰의 문제다. 특히 신천지 3자 비밀연합 의혹은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뜻하는 이심(李心) 논란, 호남반도체 클러스터 등과 더불어 8.17 전대 판도를 뒤흔든 3대 이슈였다. 김 대표가 3자 비밀연합의 배후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누가 봐도 정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이었다. 사실이었다면 ‘명낙(이재명 vs 이낙연) 대전’으로 불린 2021년 민주당 대선경선 당시 3차 슈퍼위크의 대이변의 배후가 신천지 개입이었다는 음모론이 현실화되는 중대 사안이었다.
◇엇갈린 댓글, 뉴스공장 “김민석 물러나야” vs 민티07 “김민석 응원 지지”
‘신천지 의혹’이라는 판도라의 상자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민주당은 열지 말아야 할 상자를 열었다. 4일 하루 종일 민주당 안팎은 어수선했다. 이성윤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김 대표 면전에서 정당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최민희 수석최고위원은 회의에 불참했고 김 대표 역시 오후로 예정됐던 북콘서트 일정을 취소했다.
이제 남은 건 값비싼 후폭풍이다. 거칠게 말하면 김 대표의 당 대표직 유지 여부다. 의견은 엇갈린다. 당 소속 의원들은 사안의 민감성을 의식한 듯 그 누구도 ‘대표직 사퇴’라는 표현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다만 친명계와 친청계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친명계는 김 대표가 고뇌에 찬 결단으로 신천지 논란을 매듭지었다며 옹호에 나섰다. 또 김 대표의 공개 사과에도 이어지는 공세는 “당 대표 흔들기”라고 반발했다. 반면 친청계는 의총에서의 비공개 사과가 아니라 전체 당원 앞에서의 공개 사과와 책임있는 행동을 압박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민주당 계파갈등은 보다 자유로운 유튜브 공간에서 분명하게 확인됐다.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넘어 루비콘강까지 건넜다. 친청계를 포함한 전통적 지지층과 친명계를 포함한 뉴이재명 세력의 혈전이었다. 4일 아침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과 ‘민티 07’의 댓글 반응을 보면 알 수 있다. 뉴스공장 댓글창은 김 대표에 대한 비판 일색이다. △“동지들에게 뒤집어씌운 누명은 결코 용서할 수 없다” △“즉시 당대표 사퇴하고 형사처벌해야” △“당대표 자리 도둑질한 것 아닙니까?” △“공작정치 사기 당선, 사퇴·징계·구속시켜야” △“낙선 목적 허위사실 공표죄로 죗값을 치러야” 등등. 반대로 민티07 댓글창은 정반대 내용으로 도배됐다. △“김민석 대표 결단에 응원과 지지”△“우리에겐 김민석 대표가 있다”△“솔로몬의 지혜 김민석 대표” △“멍청래 퇴출하는 그날까지 파이팅” △“문조추털래유의 난동부터 진압해야” 등등.
◇김민석 대표 리더십 훼손 심각…“총선까지 이대로 갈 수 있나”
정치인의 사과에는 여러 방식이 있다. 사과의 진정성이 없을 경우 후폭풍은 엄청나다. 대표적인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과거 여기자 성추행으로 물의를 빚은 보수 정당의 한 의원은 “술에 취해 식당 주인으로 착각했다”는 해명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2년 대선 과정에서 느닷없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통치를 옹호했다가 거센 역풍에 ‘개사과’라는 희대의 해프닝으로 더 많은 비판에 시달리기도 했다.
김 대표의 공개 사과를 어떻게 볼 것인가. 김 대표는 신천지 3자 비밀연합의 증거가 없다며 대단히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어찌보면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 동반하락 등 내우외환의 위기 속에서 무엇보다 계파갈등 확전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다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이대로 넘어가기에는 사안이 너무 심각하다. “그 자체에는 검증된 것으로서의 3자 비밀 연합은 없다. 신천지가 일정하게 작동을 해서 움직이려 했던 흔적과 증거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검증되지 않았다”는 김 대표의 비공개 의총 발언도 논란이다. 해석 여하에 따라서는 대단히 애매한 구석이 없지 않다. 아울러 6일 본회의를 앞둔 의총에서 김 대표가 공개 사과에 나설지도 관심사다.
김 대표는 이번 신천지 의혹을 둘러싼 논란으로 리더십에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취임 100일을 맞은 11월 24일까지 당 지지율 10% 상승은 고사하고 차기 총선까지 대표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최대 피해자인 정 전 대표는 김 대표의 보다 책임있는 행동을 촉구하며 강경 스탠스다. 특히 정 전 대표가 ‘김민석 대표’가 아닌 ‘김민석 후보’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사용한 점은 의미심장하다. 정 전 대표는 △김민석 후보가 유죄가 되는 것 △김민석 후보는 가해자가 되는 것 등등의 표현과 더불어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 본인 스스로 얘기하길 바란다.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8.17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김 대표의 정통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김민석 대표 체제의 유지 아니면 붕괴, 어느 경우든 극도의 혼란상은 불가피하다. 계파갈등 역시 문조털래유 논란 이상으로 보다 더 확산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적절한 시점에 재신임 승부수를 던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전망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신천지 의혹으로 김민석 대표의 리더십은 크게 추락했다”면서도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재신임 승부수는 좋은 결과를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김 대표가 꺼내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진 원장은 “중요한 점은 김 대표가 훼손된 리더십으로 차기 총선까지 당을 지휘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신천지 논란은 민주당 계파갈등의 원오브뎀이다. 무엇보다 당의 운영방식과 시스템을 제로베이스에서 전면 재검토해서 전통적 지지층과 비명계를 포용하는 방향으로 대폭 혁신해야 한다. 지금의 스타일을 계속 유지한다면 현재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