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미래대응기금을 핵심 재정정책으로 제시하면서 기금의 설계와 운용을 둘러싼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439회 국회(정기회) 제11차 본회의가 열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2027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위해 입장,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책상 모니터에 ‘1400조 나라빚+162조 미래빚더미기금’ ‘사법부 겁박 중단! 재판 독립 수호!’ 피켓을 붙이고 자리에 앉아 있다.
4일 정부와 국회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논란의 출발점은 104조4000억원에 달하는 여유자금이다. 정부는 내년 미래대응기금의 약 64%를 적립하면서도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약 100조1000억원의 적자국채를 새로 발행한다. 한쪽에서는 돈을 쌓아두고 다른 쪽에서는 이자를 부담하며 빚을 내는 셈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여유자금 가운데 30조원만 국채 발행 축소에 활용해도 연간 약 1조2300억원의 이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기금 운용수익 감소를 감안하면 실제 순재정 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경기침체로 세수가 급감할 때 재정지출을 유지하려면 충분한 비축 자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채 발행을 급격히 줄일 경우 채권시장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한 손으로는 빚을 내고 다른 손으로는 여유자금이라고 그러면 이게 누가 믿겠느냐”며 “이자가 생기는 미래기금이어야지 이자를 내야 되는 미래기금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돈이 들어오는 기간과 나가는 기간이 다르다는 점이다. 예정처는 정부의 중기 재정 전망을 토대로 미래대응기금의 주요 재원인 추가세수가 2028년 57조3000억원으로 줄고 2029년부터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내년 사업비 45조3625억원 가운데 46.7%인 21조1973억원은 매년 반복적인 지출이 예상되는 사업이다. 아동기본수당과 청년미래적금, 보육교사 인건비 등이 대표적이다. 호황기에 시작한 사업을 불황이라고 쉽게 접을 수는 없다. 미래의 위기에 대비해 쌓아둔 돈이 정작 기존 사업을 유지하는 데 먼저 쓰일 수 있다는 얘기다.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이름에 걸맞은 사업들이 담겼는지도 논란이다. 예정처에 따르면 내년 사업비의 58.4%인 26조4959억원은 기존 사업을 이관하거나 통폐합·분리해 편성한 금액이다. 10원 중 6원가량이 이미 정부가 하던 사업인 셈이다. 연구개발(R&D)과 인재 양성처럼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다만 기존 사업을 새 기금으로 옮겼다고 새로운 투자가 그만큼 늘어난 것은 아니다. 기금 신설로 실제 추가된 투자와 기존 예산의 재배분 효과를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기금 내부에서도 돈줄의 차이가 새로운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청년·성장동력·지방계정은 추가세수가 줄어들면 재원 압박을 받지만 교육·인재계정에는 2028년부터 교육교부금 개편에 따른 별도 고유재원이 들어온다. 다른 계정의 곳간이 줄어드는 동안 교육계정에는 수입이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정부는 교육교부금 개편으로 마련한 돈을 교육 분야에 재투자하기 위해 다른 계정으로의 전출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재원 불균형이 심해졌을 때다. 기획예산처는 국회에 제출한 답변에서 “현 시점에서 계정별 재원 불균형 발생 가능성은 예측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계정별 재원 불균형이 예상되는 경우 교육·인재 등 계정별 투자 소요와 기금 및 계정의 재정여건 등을 종합 고려하여 유관부처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육재원 보호 원칙은 재확인했지만 다른 계정의 돈이 부족해질 경우 어떻게 조정할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것이다.
돈을 누가 통제하느냐는 문제도 남아 있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 주요 항목의 지출계획을 국회 의결 없이 자체 변경할 수 있는 한도를 30%로 설정했다. 일반 사업성기금의 20%보다 높다. 정부는 인공지능(AI)과 첨단산업 등 변화가 빠른 분야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운용의 탄력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회에서는 정부의 재량이 지나치게 확대되면 국회의 예산심의권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