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관호 전 한국금융학회 회장(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사진=이데일리DB)
정책조합은 더 정교해야 한다. 평상시 수요를 조절해 물가와 경기를 안정시키는 데는 통화정책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반면 재정정책은 대규모 충격과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고, 필요한 계층을 직접 지원할 수 있다. 시장에 맡기면 투자가 부족해지는 분야를 보완해 공급능력과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것도 재정의 역할이다.
그러나 시장이 실패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정부가 더 잘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정부가 특정 기업이나 기술을 선택하면 정보 부족과 정치적 개입, 보조금 확보 경쟁으로 자원배분이 왜곡될 수 있다. 특히 AI처럼 기술 변화가 빠른 분야에서는 정부가 기업과 투자자보다 유망한 기술을 더 정확히 가려내기 어렵다. 정부는 미래의 승자를 직접 고르기보다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할 토대를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정부부채 증가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충돌도 키울 수 있다.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으려 금리를 올리면 정부의 이자 부담도 커진다. 그만큼 긴축을 늦추거나 되돌리라는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재정 부담이 중앙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를 제약하는 ‘재정우위’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국채 발행 확대가 장기금리를 밀어 올려 민간투자를 위축시키면 재정지출의 성장효과도 약해질 수 있다.
정책조합의 핵심은 각 정책이 잘할 수 있는 일을 맡기는 것이다. 통화정책은 물가와 경기를 안정시키고, 재정정책은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보완하며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공급능력을 높여야 한다. 미래대응기금 등 예산의 명칭이나 규모만으로 성장잠재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개별 사업이 생산성과 민간투자를 촉진하는지, 재원 대책 없이 의무지출을 늘리지는 않는지 따져야 한다. 재정정책이 중요해진 만큼 지출의 우선순위는 더 분명해야 하고, 성과도 더 엄격하게 검증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