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남매 위해 살아온 장녀 왕빠, '이젠 이기주의자로 살아줘'(인간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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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2025년 6월 09일, 오전 05:50

(MHN 김예품 인턴기자) '인간극장'이 세무사이자 가장으로 살아온 큰언니 애경 씨와 전부 마흔이 넘은 4남매의 특별한 가족 이야기를 담는다.

9일 KBS 1TV '인간극장'에서는 '우리집 왕빠' 편이 방송된다.

경기도 일산에서 세무사 사무실을 운영 중인 52세 애경 씨. 종합소득세 신고가 몰리는 5월은 세무사에게 가장 바쁜 시기지만, 그녀가 절대 놓지 않는 일이 있다. 바로 텃밭 농사다. 농사철과 겹치는 5월, 애경 씨는 온갖 모종을 싣고 두 군데 텃밭을 오가며 흙을 일군다.

둘째 미경 씨(49)는 직접 만든 액비로 밭을 돌보고, 셋째 은경 씨(46)는 집 마당에서 모종을 키운다. 막내 대권 씨(40)는 누나들의 뒤를 따라 이리저리 발을 바쁘게 움직인다. 복숭아꽃을 솎던 대권 씨는 문득 “과수원 있는 집이 제일 부러웠다”며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한다.

이들 4남매에게 고향 제주도는 가난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알코올 의존이 심했던 아버지와 폭력, 그리고 집을 나간 어머니. 맏딸 애경 씨는 중학생 시절부터 경운기를 몰고 농기구를 고치며 집안의 가장이 되었다. 악착같이 공부한 끝에 서른이 넘어서야 세무사가 되었고, 그해 가족을 이끌고 제주를 떠났다. 동생들을 뒷바라지하며 살아온 애경 씨를, 동생들은 ‘왕초이자 아빠 같은 존재’라는 뜻으로 ‘왕빠’라 부른다.

하지만 혹독한 삶의 무게는 그녀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 했다. 4년 전 갑상샘암 진단을 받고, 십자인대 부상까지 겪은 뒤 과거의 상처들이 고개를 들었다. 아홉 살 시절, 엄마의 가출을 막으려 울며 매달렸지만, 다음 날 눈을 떴을 땐 이미 엄마는 떠나 있었다. 그 기억은 지금껏 애경 씨의 마음속에 옹이처럼 남아 있다.

이제 마흔을 넘긴 4남매는 모두 미혼이다. 유년기의 상처 탓에 누구도 결혼을 꿈꾸지 못했다. 아버지는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애경 씨는 여전히 정성스레 제사를 지낸다. 그런 누나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 동생들과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지난 제사날, 동생들이 쏟아낸 아버지에 대한 원망에 애경 씨는 쌓인 서러움을 터뜨렸고 어머니와도 언성이 오갔다.

그날 이후, 애경 씨는 마음을 다잡고 어머니와 함께 고향 제주를 찾았다. 옛집과 마당, 창고, 담 너머의 귤 향기까지 여전했지만, 많이 늙은 어머니의 뒷모습은 낯설도록 짠했다.

그녀가 감당했던 짐은 이제 동생들이 나눠지고 있다. 밥상을 책임지는 미경 씨, 밭일을 돕는 은경 씨, 그리고 4년 전 세무사가 된 대권 씨까지. 든든한 후계자들과 함께하며, 애경 씨는 조금씩 삶의 속도를 늦추고 있다.

어느 봄날, 가족들은 ‘왕빠’를 위한 작은 일탈을 감행했다. 처음 가본 찜질방에서 양머리를 써보고, 시원한 식혜를 나눠 마셨다. 늘 바쁘게 살아온 이들에겐 특별한 경험이었다. 가족사진 한 장 없던 집안은, 반려견까지 함께 사진관을 찾았다.

마지막으로 동생들은 꽃다발과 함께 ‘왕빠’를 위한 헌사를 전했다. 막내 대권 씨의 편지에 애경 씨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동생들의 바람은 하나였다. “우리 집 왕빠, 제발 이기주의자로 살아줘요.”

한편, 홀로 세 동생을 키운 ‘왕빠’ 애경 씨의 이야기는 9일부터 13일까지 매일 오전 7시 50분 방송된다. 

 

사진=KBS 1TV '인간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