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0일 개봉한 ‘소주전쟁’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소주 회사가 곧 인생인 재무이사 종록과 오로지 성과만 추구하는 글로벌 투자사 직원 인범이 대한민국 국민 소주의 운명을 걸고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기도 하다.
유해진은 ‘소주전쟁’에서 소주 회사 ‘국보’에 평생을 헌신해온 재무이사 ‘표종록’ 역을 맡아 전작과는 다른 얼굴을 선보였다. ‘표종록’이란 인물을 통해 유해진은 IMF 시절 가정을 책임지기 위해 회사에 인생을 바치고 헌신했던 가장들의 애환을 그렸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야근도 불사하는 종록의 모습이 오늘날에도 워라밸, 휴일 없이 커리어에 모든 것을 올인하는 현대 직장인들의 처지를 대변해 안타까움과 공감, 때로는 탄식을 자아낸다.
반면 국보의 경영권을 뺏기 위해 종록에게 접근한 투자회사 직원 인범(이제훈 분)은 자신에게 어떤 이익도 주지 못하는 회사에 그렇게까지 헌신하는 종록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한다. 또 종록의 모습에서 회사에 헌신했던 자신의 아버지의 모습을 투영하며 마음 한켠에 연민과 혼란을 느낀다. 이제훈은 극 중 인범 역할 소화를 위해 40%에 가까운 비중을 어려운 전문 용어 등이 섞인 영어 대사로 소화하는 등 작품을 위해 기울인 노력이 많았다.
유해진은 이제훈에 대해 “정말로 현장에서도 성실하다. 그 친구가 엄청 바쁘고 하는 것들도 엄청 많더라”며 “그런데 그 바쁜 사이 철저히 영어 대사까지 준비해오다니 대단했다. 실제로 영화에서 영어 대사하는 것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완벽한 친구같다는 느낌이 있었다”고 칭찬했다.
영화에 출연한 할리우드 배우 바이런 만(고든 역)은 유해진의 평소 영어 실력이 유창하다며 칭찬한 바 있다. 유해진과 바이런 만은 극 안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장면이 많진 않지만, 촬영 외 대기 시간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영어로 나눴다고. 또 바이런 만은 최근 ‘소주전쟁’ 개봉을 앞두고 내한했을 당시에도 기자간담회 등 행사장에서 유해진과 오랜만에 만나 영어로 대화하며 안부를 나눴다고 전하기도 했다.
유해진은 자신의 영어 실력을 칭찬한 바이런 만의 반응에 대해 웃음을 터뜨리며 “사실 바이런 만 인터뷰 기사 나온 것 보고 놀랐다. 홍보팀이 보여줘서 기사를 읽었는데 내 영어가 유창하다니 말이 안된다”라고 겸손을 드러내며 손사래쳤다.
그는 “바이런 만이 테니스를 좋아하는데 그런 이야기들을 아주 요만큼씩, 조금씩 이야기를 했을 뿐이다. 유창한 실력이 절대 아니다”라며 “그러다가 이야기 끝나면 바이런 만이 또 다른 이야기를 영어로 꺼낼까봐 부서워서 얼른 자리를 피하기도 하고 그랬다”는 유쾌한 농담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소주전쟁’은 지난달 30일 개봉해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