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즈니+ 파인 촌뜨기들 포스터
사람도 많고, 말도 많은 '파인 촌뜨기들'의 배가 닻을 올렸다.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디즈니+(플러스)는 지난 16일 새 드라마 '파인:촌뜨기들'(극본 강윤성, 안승환/연출 강윤성/이하 '파인') 1~3회를 공개했다. '파인'은 1977년, 바닷속에 묻힌 보물선을 차지하기 위해 몰려든 근면성실 생계형 촌뜨기들의 속고 속이는 이야기.
방대한 이야기와 인물들을 담는 '파인'은 '카지노' '삼식이 삼촌' 등 디즈니+표 대작의 계보를 잇는다. 가장 먼저 시대극의 매력을 살리는 배경이 눈에 들어온다. 뉴스 자료화면을 보듯 60년대, 70년대의 서울과 목포를 옮겨놓은 그림은 사실감을 더한다.국회의사당 하나만 멀뚱하게 세워진 여의도부터 짠내가 화면 너머로 전해질 것 같은 바닷가 마을의 풍경까지, 70년대의 시대상을 공들여 재현했다. 지금은 빌딩이 가득 들어선 노른자 땅이지만, 과거엔 아무것도 없던 허허벌판의 여백은 일확천금을 노리는 이들의 욕망으로 채워진다.
가장 먼저 희동(양세종 분)과 관석(류승룡 분)을 등장시키고, 이들이 만나는 인물들이 이야기 안으로 합류한다. 송사장(김종수 분)이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있는 그릇을 건져달라 제안하자, 관석은 돈 냄새를 맡고 '보물찾기'에 나선다. 이들의 돈줄이자 목숨줄을 쥐고 있는 흥백산업의 사모님 양정숙(임수정 분)과 회장 천황식(장광 분) 그리고 양정숙과 비밀스러운 과거를 나눈 운전기사 임전출(김성오 분)도 차례로 등장한다. 희동 관석 전출 그리고 대식(이상진 분)이 목포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사공은 더욱 늘어난다. 배를 움직일 수 있는 황선장(홍기준 분)은 사사건건 돈을 요구하고, 부산 출신 사기꾼 김교수(김의성 분)도 자기 팀을 꾸려 보물찾기에 나선다. 도자기 전문가 하영수(우현 분)도 자신이 "오야"(대장)라며 나서고 목포 건달(정윤호 분)은 마주치기만 하면 시비를 건다. 여기에 목포 대표 잠수부 고석배(임형준 분)와 물길잡이 이복근(김진욱 분) 그리고 이들이 시간만 나면 찾는 다방의 종업원 선자(김민 분)와 목포 경찰 심홍기(이동휘 분)까지, 배 한 척이 모자랄 정도다.
'파인'은 이토록 많은 인물의 배경과 이들이 배에 오르는 목적을 차근차근 담는다. 각자의 욕망이 뒤엉키자 '보물만 건져 올리면 된다'는 간단한 목적은 더 이루기 어려워진다. 인물들의 사연을 쌓아 올린 끝에, 3회 엔딩이 되어서야 바다로 떠난다.
'파인'은 보는 재미가 있는 그림에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이야기로 몰입감을 높였다. 출항까지 가는 과정이 멀어 보이지만, 흥미로운 인물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곳곳에 코믹한 장면을 배치하면서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진행했다. '빌드업' 구간을 지나면, 보다 쉽게 이들의 여정을 함께 할 수 있다.
캐릭터를 강조한 만큼 배우들의 매력이 더욱 돋보인다. 류승룡, 양세종 등 주연의 안정적인 활약을 바탕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인물들이 여럿이다. 광주 출신인 정윤호(유노윤호)는 사투리 연기를 바탕으로 '건달'로 변신했다. 기존에 보여준 연기 활동, 캐릭터와 다른 인물이지만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임수정은 화려한 원피스에 '사자머리'를 한 새로운 비주얼에, 남자들 사이에서 다른 결의 카리스마로 욕망을 드러내며 돋보였다. '파인'으로 데뷔한 신예 김민도 다방 종업원 선자로 분해, 신선한 매력을 보여주었다. 또 영탁, 서경석 등 예상하지 못한 깜짝 출연한 배우를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데, 사공 많은 '촌뜨기들'의 배는 무사히 보물찾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물고 뜯기는, 속고 속이는 촌뜨기들의 예측 불가능한 항해가 펼쳐지는 '파인'은 오는 매주 수요일 2회씩 공개해 8월 13일 막을 내린다.
ich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