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 기린 '부국제' 30번째 생일, K-무비 대세는 '어쩔수가없다' [종합](30th B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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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2025년 9월 17일, 오후 09:56

[OSEN=부산, 연휘선 기자] 부산국제영화제가 박찬욱 감독의 기대작 '어쩔수가없다'로 포문을 열었다.

17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약칭 부국제, BIFF) 개막식이 치러졌다. 사회는 배우 이병헌이 단독으로 맡아 의미를 더했다.

특히 이날 '부국제'에서는 까멜리아상을 감독 겸 배우 실비아 창, 공로상을 영화감독 정지영,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하며 '저항'의 의미를 강조했다. 실비아 창은 여성 영화인으로서, 정지영 감독은 한국영화 제작이 자율화된 시기 군사독재를 지나 79세인 현재까지 꾸준한 작품활동을,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이란 출신으로서 표현의 자유를 위해 끊임없이 활동한 영향력을 인정한 결과다. 

그 중에서도 정지영 감독에 대해 박광수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1986년에 큰 변화가 생겼다. 그 전까지 한국영화는 정부에서 공인한 허가받은 회사 20개만 영화를 만들수 있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제작 자유화에 혼란의 시가도 잇었다. 그때부터 정부와 한국영화계의 대화가 있었다. 이 어려운 시기에 중심을 잡아준 분이 있다. 79세의 나이에도 새 영화 후반작업을 하시는 분"이라고 평했다.

실제 정지영 감독은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 '블랙 머니', '소년들' 등 다수의 작품으로 한국 사회에 문제의식을 제시한 인물이다. 최근에는 신작 '내 이름은'을 준비 중이다. 이에 개막식 사회자 이병헌은 "사회정의를 향한 깊은 통찰로 한국 현실을 예술로 승화한 거장"이라고 정지영 감독을 소개하며 "감독님 같은 선배 영화인의 헌신에 한국영화가 발전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OSEN=부산, 이석우 기자] 17일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 영화의 전당에서 배우 이병헌의 사회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렸다.BIFF는 그간 비경쟁영화제였지만 30주년을 맞이한 올해 본격적인 경쟁부문을 신설했다. ‘아시아의 시선으로 아시아를 바라본다’는 관점에서 시작한 제1회 ‘부산 어워드’는 아시아 주요 작품 14편을 초청해 대상,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 등 5개 부문에서 시상한다.개막작 '어쩔수가없다'의 박찬욱 감독, 배우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이 레드카펫을 밟으며 입장하고 있다. 2025.09.17 / foto0307@osen.co.kr

무대에 오른 정지영 감독은 "조감독부터 시작하면 영화인생 50년이다. 영화 반세기동안 카메라 곁에 서있었을 뿐이다. 그 카메라를 통해 담아낸 언어로 스크린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는 게 제 삶이었다. 그냥 카메라 곁에 서있는 저를 지켜준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카메라 앞에는 영화를 위해 열심히 뛰어준 연기자들이 있었고 카메라 뒤에는 나와 밤을 지새운 수많은 스태프들이 있었다. 제가 만든 영화를 고맙게 지켜주고 바라봐준 관객들, 이 모든 숨결이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해준 것 같다"라고 겸손을 표했다. 

다만 그는 "반세기 50년, 순탄치만은 않았다"라며 "때로는 거친 파도와 싸웠고, 열심히 노를 저었다. 군사독재시절에는 검열과 맞서싸웠고, 할리우드가 시장을 지배할 땐 그들과 맞서 싸웠다. 또 대기업이 투자와 배급을 독과전으로 운영할 땐 그 문제로 싸웠다. 따라서 그 긴 강을 거친 강을 걸어온 저 혼자가 아닌 수많은 동료, 후배, 선배님들이 계신다. 이 상은 그들을 대신해 제가 받는 거라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정지영 감독은 한국 영화계의 어려움을 잊지 않았다. "부산 바다는 항상 새로운 파도를 보이게 해준다. 한국영화도 마찬가지다. 지금 잠시 한국영화가 위기에 처해있다. 하지만 한국영화인들은 언제나 새롭고, 힘차고, 바람직한 영화들을 준비하고 있다. 따라서 오늘 부산국제영화제를 즐기러 온 관객여러분과 해외 게스트 여러분 어딘가 보석같은 한국영화가 수머있으니 찾아서 많이 즐겨달라"라고 강조해 뭉클함을 더한 것이다.

[OSEN=부산, 이석우 기자] 17일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 영화의 전당에서 배우 이병헌의 사회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렸다.BIFF는 그간 비경쟁영화제였지만 30주년을 맞이한 올해 본격적인 경쟁부문을 신설했다. ‘아시아의 시선으로 아시아를 바라본다’는 관점에서 시작한 제1회 ‘부산 어워드’는 아시아 주요 작품 14편을 초청해 대상,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 등 5개 부문에서 시상한다.박찬욱 감독,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이 개막식 포토월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9.17 / foto0307@osen.co.kr

올해 처음으로 신설된 '부국제' 경쟁부문을 위한 심사위원단도 소개됐다. 위원장 나홍진 감독을 필두로 배우 한효주, 율리아 에비나 바하라, 코고나다, 마르지예 메쉬키니, 난디카 다스 감독과 배우 양가휘까지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인들이 심사위원들로 위촉된 바. 

이 가운데 나홍진 감독은 심사위원장으로서 소감에 "별 기대없이 오늘 '어쩔수가없다' 보여준다고 해서 왔다. 농담이다"라며 망한 소감의 대표적인 예가 돼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 이병헌이 한효주에게 "망친 소감 메이크업 좀 해달라"라고 너스레를 떨었으나, 한효주가 "메이크업 불가능할 것 같다"라고 덧붙여 실소를 더했다.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30회를 맞은 '부국제'의 절치부심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제가 집행위원장을 지난 3월 21일에 맡았다 6개월 정도 매우 숨가쁘게 달려왔다. 바쁘기는 했지만 30회라는 역사적 순간에 함게할 수 입써 너무나 영광이었다"라며 "저희는 올해 많은 것들을 개선시키고 변화시키고자 노력했다. 그 노력이 얼마간 드러났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저희는 언제나 풍요로운 영화제를 만드어갈 거라고 약속드리고 싶다. 마음 깊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인사했다. 

특히 그는 개막작 '어쩔수가없다'에 대해 "선정이 조금도 부담되지 않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오히려 개막식을 위해 이 영화가 만들어진 건 아닐까 착각할 정도였다. 대한민국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한국의 거장 감독께서 대한민국의 명배우들과 뛰어난 스태프들과 만든 작품이 올해의 개막작"이라고 말했다. 이에 '어쩔수가없다'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하기도 한 이병헌은 "그 정도냐. 정말 궁금하다"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해 웃음을 더하기도.

[OSEN=부산, 이석우 기자] 17일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 영화의 전당에서 배우 이병헌의 사회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렸다.BIFF는 그간 비경쟁영화제였지만 30주년을 맞이한 올해 본격적인 경쟁부문을 신설했다. ‘아시아의 시선으로 아시아를 바라본다’는 관점에서 시작한 제1회 ‘부산 어워드’는 아시아 주요 작품 14편을 초청해 대상,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 등 5개 부문에서 시상한다.박찬욱 감독이 개막식 포토월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9.17 / foto0307@osen.co.kr

마침내 개막작 '어쩔수가없다'의 박찬욱 감독과 주연 배우들이 무대 위로 오른 상황. 박찬욱 감독은 "앞으로 계속 연기만 하는 거로 하자"라고 이병헌의 진행에 '팩트 폭력'을 날려 주위를 폭소케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처음에 부산영화제 만든다 했을 때 한국에서 이런 게 되겠나 걱정도 많고 무모한 일이다 생각했다. 이렇게 30년이 흐르고 영화제가 됐다. 제 영화가 30년 되는 해에 개막작으로 상영할 수 있게 돼 정말 믿어지지 않는다. 진심으로 영광으로 생각한다"라고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이에 손예진은 "오랜만에 부산영화제에 오게 됐다. 30주년인 데다가 저희 영화가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이 오늘을 정말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비가 오지 않는 것도 너무 행운인 것 같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여러분들꼐 우리 영화 보여드리게 됐는데 베니스에서 상영할 때보다 더 떨리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기대하고 있다. 재미있게 봐달라. 감사하다"라고 거들었다.

더불어 박희순은 "저희 영화는 블랙 코미디다. 가장 극적인 순간에 가장 강력한 코미디가 나온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할 수 있다. 어쩔수가없다. 블랙코미디의 묘미다. 일단 웃는 걸 추천드린다. 웃고 즐기고 재미있게 즐기시고 고추잠자리 들으면서 우리 영화를 다시 한번 생각해달라. 짙은 페이소스를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OSEN=부산, 이석우 기자] 17일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 영화의 전당에서 배우 이병헌의 사회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렸다.BIFF는 그간 비경쟁영화제였지만 30주년을 맞이한 올해 본격적인 경쟁부문을 신설했다. ‘아시아의 시선으로 아시아를 바라본다’는 관점에서 시작한 제1회 ‘부산 어워드’는 아시아 주요 작품 14편을 초청해 대상,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 등 5개 부문에서 시상한다.이병헌이 개막식 포토월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9.17 / foto0307@osen.co.kr

이성민은 "이병헌 씨가 저희 입장 전에 당부했다. 시간이 늦으니 짧게 하고 통역을 할 시간을 달라 했는데 그렇게 못한다"라고 너스레를 떤 뒤 "우린 지금 국제영화제에 와 있다. 저역시 너무 설레고 떨린다. 영화재미있게 봐달라. 주변에 저희 영화 많이 볼 수 있도록 응원해달라"라고 덧붙였다.

환호 속에 등장한 염혜란은 "영광스러운 순간이다. 감독님이 저한테 뭐라고 귓속말 했는지 궁금하시냐. 우리 영화가 한국영화임에도 야외상영을 고려하시고 한국어 자막을 특별히 넣으셨다고 그 말을 꼭 해달라고 하셨다. 굳이 왜 저한테. 오래 기다리셨다. 우리 모두 박찬욱 감독님의 세계로 빠져보자. 즐거운 시간 되시라"라며 유쾌한 개막작 주연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끝으로 이병헌은 "저도 사실 늘 바랐던 일이긴 하다. 30년 연기를 하면서 막상 현실이 되니 벅차고 감회가 새롭다. 제가 처음 여기 왔을 때 그 설렘을 이제는 제가 여러분들께 선물로 드릴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 무엇보다 이 자리에 여러분들이 계셔서 영화가 있고 배우가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잊지 않겠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 30년 전 누군가 이런 꿈을 꿨다. 부산에서 세계와 만나는 영화제를 만들어보자고. 그 꿈이 오늘 여기 여러분들과 함께 30번째 생일을 맞았다. 앞으로 10일 동안 이 도시는 영화로 가득찰 거다. 거리에서, 극장에서, 카페에서, 어디서든 영화얘기가 들릴 거다. 그 모든 순간들이 여러분들의 특별한 기억이 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26일까지 부산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치러진다. 

/ monamie@osen.co.kr

[사진] OSEN 민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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