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HN 장민수 기자) 박찬욱 감독은 영화 '어쩔수가없다'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을까.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어쩔수가없다' 박찬욱 감독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어쩔수가없다'는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덜컥 해고된 후, 재취업을 위해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박찬욱 감독의 12번째 장편 영화다.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한 투쟁을 그린 블랙코미디다. 자연스럽게 자본주의 체제를 향한 비판의 시선이 담겼다. 그러나 박 감독은 사회 비판보다는 개인에 집중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본주의 체제 속 사람들이 어떤 욕망을 갖고 사는지에 대한 풍자가 기본 설정이다. 그 안에서 어떻게 사람을 묘사할 것인가가 중요했다"며 "연민에 집중했다"고 전했다.

이어 "계급 갈등을 다룬 얘기는 아니다. 중간계급 내에서 견제하고 웃고 죽이는 이야기가 더 비극적이고 불쌍하게 보였으면 했다. 해고됐으면 노동운동이나 소송을 할 수도 있는데 왜 그럴까. 많은 문제 제기하면서 이야기 풀어갈 수 있지만, 이 영화는 그것보다 그 안에서 자기들끼리 싸우는 방식을 택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질을 해결하지 않고 좁은 시야에 갇힌 안타까운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끝에는 결국 AI가 자리 잡고 있다. 그렇게 다 허망해지는 투쟁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그러나 메시지를 전하기에 앞서 넘어야 할 큰 산이 하나 있었다. 만수가 재취업을 위해 살인까지 저지르는 것이 공감을 살 수 있느냐는 것. 실제로 지난달 24일 개봉 후 혹평을 보낸 관객들 대다수는 그 지점에서 공감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 감독 역시 고민이 많았다.

그는 "살인을 하고 얻는 취직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밥을 굶을 정도도 아니고, 마트에서 짐이라도 나를 수 있는데 왜 안 그럴까. 결국 중산층의 욕망이다. 주변과의 비교가 쉬운 시대이지 않나. 자신의 생활 수준에서 조금도 전락하기 싫은 마음들이 있지 않을까"라고 짚었다.
이어 "3명을 죽이는 일인데 그만큼의 가치가 있느냐에 대한 질문을 관객이 계속 하도록 유도하고 싶었다. 만수를 이해하다가도 도덕적으로 안 된다고 말하는, 그런 영화이길 바랐다"고 목표를 밝혔다.
박찬욱 감독 영화는 스릴러에서도, 멜로에서도 늘 블랙코미디의 색채가 묻어났다. 진지하고 무거운 이야기에서도 '피식'하는 웃음이 새어 나오는 것이 특징. 이번 작품은 코미디에 더욱 무게를 실었다. 그렇기에 관객의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고민은 더욱 깊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대본 쓰면서도, 촬영하면서도 관객이 안 웃으면 어쩌나 싶어 식은땀이 나는 때가 많았다. 많은 사람한테 물어보고 반응 살피면서 작업했다. 보통 고집으로 할 때가 있지만 웃음에 관해서 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 나 혼자 웃기다면 안 하려고 했다"며 많은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웃음을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서사와 캐릭터 측면에서 불호를 보내는 관객도 있지만, 박찬욱 감독 특유의 섬세한 미장센과 정교한 연출력에 호평을 보내는 반응도 많다. '거장'이라는 수식이 붙는 감독이 됐으니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하는 부담감이 적지 않을 것 같다.
박 감독은 "한국 영화 산업의 미래를 짊어진 거 같아서 부담스럽기도 하다"면서도 "관객에게 이해되고 사랑받고 오래 살아남아서 다음, 그다음 세대까지 즐길 수 있는 영화 만들고자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CJ E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