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PLAVE)가 마침내 꿈에 그리던 무대에 섰다. 간절한 목표로 삼아왔던 국내 최대 실내 공연장 고척스카이돔에 입성한 것이다.
플레이브(사진=블래스트)
이번 공연은 서울·타이베이·홍콩·자카르타·방콕·도쿄까지 이어진 첫 아시아 투어의 피날레이자, 데뷔 후 처음으로 고척돔을 단독으로 채운 상징적 공연이었다. 멤버들은 고척돔 무대에 올라 “이 거대한 장소를 플리(팬덤명)가 가득 메운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감격했고, 팬들 역시 버추얼 아티스트가 고척돔 무대를 장악하는 역사적 장면을 실시간으로 마주하며 뜨거운 환호로 응답했다. 이날 플레이브는 ‘웨이포러브’, ‘대시’, ‘펌프 잇 더 볼륨’ 등 21곡이 넘는 무대를 라이브로 펼쳤다.
이번 공연의 중심에는 고척돔 전면을 가득 메운 와이드 스크린이 있었다. 중앙 메인 스크린과 양측 사이드 스크린은 서로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멤버들의 얼굴, 표정, 퍼포먼스를 실시간으로 확대했고, 관객은 어느 좌석에서도 멤버들이 마치 실제 무대 위에 서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의 입체감을 체감할 수 있었다.
오프닝곡 ‘왓치 미 우!’(Watch Me Woo!)에서는 멤버들이 천장 위에서 리프트를 타고 내려오는 장면이 펼쳐지며 공연장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장치처럼 작동했다. 화면과 조명이 동시에 움직이며 만든 장관은 공연 시작과 동시에 팬들의 함성을 이끌어냈다.
버추얼 공연 특성상 손의 미세한 떨림, 마이크가 공중에서 흔들리는 가벼운 오작동이 포착되기도 했으나, 팬들은 이를 ‘버추얼 아이돌 특유의 인간미’라며 웃음으로 받아들였다. 이러한 순간들은 플레이브가 정교한 그래픽 캐릭터가 아니라 실시간으로 관객과 호흡하는 아티스트임을 더욱 실감케 했다.
여기에 무대 배경과 멤버들의 의상, 메이크업이 곡마다 빠르게 바뀌며 보는 재미를 더했고, 컴퓨터그래픽(CG)을 통해 구현된 환상적인 기법은 공연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뮤직시네마처럼 만들어냈다.
음악적 완성도도 돋보였다. 플레이브는 음원차트에서 반향을 일으킨 곡들을 흔들림 없는 라이브로 소화해 ‘실력파 버추얼 아이돌’의 면모를 증명했다. ‘리즈’ 무대에서는 경쾌한 안무와 보컬로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아일랜드’와 ‘12시 32분’ 등 무대에서는 CG로 구현된 별빛과 깊은 밤하늘, 원형 구조물이 감성적 몰입을 극대화했다.
특히 라이브 밴드와의 협업은 버추얼 공연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차별화된 요소였다. 드럼의 타격감, 기타와 베이스의 질감, 신디사이저 사운드가 가상 캐릭터의 퍼포먼스와 자연스럽게 결합하며 현실 공연 못지않은 생동감을 자아냈다. 특히 댄서들이 곳곳에서 무대를 채우며 플레이브의 동작과 합을 맞추는 장면 역시 실제 아이돌 공연 못지않은 완성도를 보여줬다.
공연 중반 ‘여섯 번째 여름’과 ‘프롬’에서는 공연장 중앙에 대형 흰 천이 내려왔다. 천 위에 비친 플레이브 멤버들의 실루엣과 표정은 관객과의 거리감을 대폭 좁히며, 실제 멤버들이 관객 코앞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버추얼 기술이 감성적 연출과 만나면 어떤 효과를 낼 수 있는가를 확실히 보여준 장면이었다.
공연 중반 이후에는 플레이브 특유의 강렬한 퍼포먼스가 집중됐다. ‘웨이포러브’에서는 군무와 호흡, 숨소리까지 섬세히 살아있는 연출이 이어졌고, ‘대시’에서는 불꽃 CG와 파노라마 카메라 워크가 더해지며 돔 전체가 하나의 심장처럼 뛰는 듯한 역동적 장면이 구현됐다.
‘크로마 드리프트’에서는 차량 이동을 연출한 시티팝 기반 영상미가 돋보였다. 동방신기 ‘주문’ 커버 무대에서는 밤비와 노아의 샤우팅 보컬, 정교한 군무, 강렬한 카리스마가 조화를 이루어 고척돔을 흔들었다. 이 무대는 버추얼 아이돌이 K팝 퍼포먼스의 문법을 완벽히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 순간이었다.
후반부는 에너지 넘치는 곡들이 연달아 이어졌다. ‘아이 저스트 러브 야’, ‘펌프 업 더 볼륨’, ‘숨바꼭질’은 관객들의 떼창을 이끌었다. 특히 3층 구조의 집 내부를 구현한 ‘펌프 업 더 볼륨’ 무대는 이날 공연에서 가장 신선한 시각적 전환으로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앙코르에서는 ‘뿌우!’(BBUU!), ‘왜요 왜요 왜?’, ‘봉숭아’, ‘메리 플리스마스’, ‘우리영화’까지 총 5곡이 이어지며 뜨거운 분위기를 이어갔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팬들의 함성과 떼창은 멈추지 않았다.
플레이브의 고척돔 공연은 단순한 성공 사례를 넘어, 버추얼 아티스트가 어떤 방식으로 현실 무대를 확장할 수 있는지 보여준 순간이었다. 초대형 스크린, 실시간 CG, 라이브 밴드, 댄서 군무, 팬덤의 상호작용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며 기존 K팝 공연 문법에 신기술이 더해진 새로운 형태의 공연을 제시했다.
플레이브 멤버들 역시 이번 공연의 의미를 곱씹었다. 노아는 “저희가 만든 노래가 세상 곳곳에서 울려 퍼진다는 사실이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고 했고, 하민은 “고척돔 입성이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라는 점이 감격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예준은 “이 순간이 플레이브 여정의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플레이브의 ‘대시: 퀀텀 리프 앙코르’ 콘서트는 22일까지 이어진다. 이틀간 총 3만 7000명의 관객을 동원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