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알고리즘이 키우고 디즈니가 낚아챘다… '조각도시' 조윤수의 무서운 반란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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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2025년 11월 23일, 오후 05:00

(MHN 홍동희 선임기자) 2025년 하반기, 디즈니플러스가 내놓은 야심작 '조각도시'를 향한 대중의 관심이 뜨겁다. 평범한 남자가 삶의 지옥으로 떨어져 벌이는 핏빛 복수극. 이 거대하고 차가운 도시의 설계도에는 지창욱과 도경수라는, 글로벌 팬덤을 거느린 두 거물급 배우의 이름이 가장 먼저 새겨져 있다. 

하지만 업계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조금 다르다. 이 쟁쟁한 스타들의 틈바구니에서, 복수의 조력자이자 극의 핵심 키(Key)를 쥐고 있는 인물 ‘노은비’. 바로 배우 조윤수의 이름이다. 대중에게는 아직 낯설 수 있는 이 이름이 '조각도시'의 주연 라인업에 올랐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그녀가 가진 파괴적 잠재력을 방증한다. 

디즈니플러스는 이미 전작 '폭군'을 통해 그녀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제, '조각도시'를 통해 조윤수라는 배우를 ‘장르적 아이콘’에서 ‘대중적 스타’로 확장하려는 과감한 베팅을 시작했다.

‘고독한 늑대’에서 ‘든든한 파트너’로…'조각도시'가 그릴 조윤수의 진화

조윤수의 전작 '폭군'이 그녀를 세상에 알린 충격 요법이었다면, '조각도시'는 배우로서의 ‘지속 가능성’을 증명하는 무대다. 전작에서 그녀가 연기한 채자경은 철저히 고립된 인간병기였다. 대사보다는 몸으로, 감정보다는 본능으로 움직이는 고독한 늑대였다.

반면 이번 '조각도시'의 노은비는 다르다. 겉은 차갑지만 속은 여린, 전형적인 ‘츤데레’의 결을 가진 그녀는 지창욱(태중 역)의 복수를 돕는 조력자다. 이는 조윤수에게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혼자서 화면을 장악하는 것을 넘어, 상대 배우와 호흡을 주고받는 ‘앙상블’의 미학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다. 지능형 빌런 도경수(요한 역)의 서늘한 설계와 지창욱의 처절한 분노 사이에서 조윤수는 물리적인 타격감과 감정적인 유대감을 동시에 수행하는 가교 역할을 맡았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키워낸 ‘진실한 눈빛’

조윤수의 등장은 한국 콘텐츠 산업의 신인 발굴 공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그녀의 연기 뿌리는 대학로 연극 무대나 대형 기획사의 연습생 시스템이 아니다. 그녀는 구독자 수백만 명을 보유한 웹드라마 채널 ‘치즈필름’을 통해 연기의 기본기를 다졌다.

이 지점은 매우 흥미롭다. 스마트폰이라는 가장 작은 화면, 배우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우는 ‘익스트림 클로즈업’의 환경.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이 초근접의 거리에서 조윤수는 과장된 발성 대신 미세한 근육의 떨림과 눈빛만으로 서사를 전달하는 법을 체득했다. 

'폭군'에서 보여준, 초점 없이 상대를 응시하는 소위 ‘흐린 눈의 광인’ 연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10대들의 연애와 우정을 다루던 숏폼 드라마 속에서 갈고닦은 섬세한 응집력이 거대 자본이 투입된 장르물이라는 옷을 입고 폭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무용학도의 몸, 누아르를 입다

'조각도시'에서도 이어질 그녀의 액션은 단순한 눈요기가 아니다. 용인대학교 무용과 출신인 조윤수는 자신의 신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박훈정 감독이 “지금까지 만난 배우 중 주먹을 제일 잘 쓴다”며 그녀를 발탁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녀의 액션에는 무용수 특유의 리듬감과 코어의 힘이 실려 있다.

그녀는 흉내 내지 않는다. 전작에서 비흡연자임에도 실제 담배를 피워가며 눈에 연기가 들어가는 고통을 참아냈고, 대역 없이 카체이싱을 소화했다. “아파도 눈을 깜빡이지 않는” 그 독기 어린 수행 능력은 해외 팬들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레딧(Reddit) 등 해외 커뮤니티에서 그녀를 두고 “한국형 여성 킬러의 새로운 전형”이라 칭송하는 이유는 예쁘게 보이려 하기보다 처절하게 부서지기를 선택한 배우의 진정성을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제2의 누구’가 아닌, 배우 조윤수

이제 조윤수는 ‘제2의 김다미’, ‘박훈정의 신데렐라’라는 수식어를 넘어설 준비를 마쳤다. 가장 트렌디한 플랫폼(유튜브)에서 시작해 가장 클래식한 장르물(누아르)의 정점을 찍고 있는 그녀의 행보는 2025년 K-콘텐츠 씬에서 가장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조각도시'는 조윤수가 단순한 장르적 아이콘을 넘어,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임을 선언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화려한 스타들 사이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깡, 그리고 렌즈를 뚫어지게 응시하는 그 진실한 눈빛. 우리는 지금, 아주 비범한 배우의 성장사를 목격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의 새로운 뮤즈, 조윤수의 시간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사진=MHN DB,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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