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김수형 기자]국민배우 故 이순재가 영면에 들었다. 한국 방송사의 살아 있는 역사이자 수많은 후배들의 ‘평생 스승’이었던 그는 마지막 길에도 제자들의 눈물 속에서 깊은 존재감을 남겼다.
27일 새벽,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린 영결식장엔 2000년대 시트콤 열풍을 이끌었던 ‘하이킥' 멤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평생 함께 울고 웃으며 작품을 만들었던 배우들은 눈을 붉히며 떠나가는 큰 어른을 배웅했다.
#. "제 인생의 스승"… 사위였던 정보석의 떨리는 목소리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장인·사위로 호흡을 맞춘 정보석은 이날 영결식 사회를 맡았다. 그는 “선생님 한 걸음, 한 걸음이 곧 한국 방송 연기의 역사였다”며 목이 메인 채 고인을 기렸다. “후배들이 마음 놓고 연기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신 분”이라는 그의 말에는 담담함 뒤의 깊은 슬픔이 묻어났다.

#. "선생님 품이 아직도 따뜻합니다"… 데뷔작이었던 박민영의 진심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데뷔했던 박민영은 “방송국에서 마주칠 때마다 꼭 안아주셨던 선생님을 영원히 기억하겠다”며 SNS에 고백했다. 그에게 고인은 ‘첫 현장’의 두려움을 지워주고, 배우로서의 길을 열어준 진짜 멘토였다.
#.고된 시기에 올린 진심… 서예지와 황정음의 조용한 추모
논란으로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던 두 배우도 고인을 향한 마음만큼은 숨기지 않았다.
서예지는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선생님”이라 쓰며 과거 함께했던 추억을 사진으로 남겼다. 과거 고인을 위해 직접 스페인어 노트를 만들어주던 일화까지 다시 회자되며, 그가 받았던 사랑의 깊이를 보여줬다. 황정음은 “제겐 따뜻했던 아버지셨습니다.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말과 함께 당시 촬영장에서의 사진을 올렸다. 힘든 시기였지만 선배에게 드리는 애도만큼은 담담하고 진중했다.


#. “아버지… 너무 보고 싶습니다” 정준하의 먹먹한 글
드라마 속에서 아버지와 아들이었고, 현실에서도 ‘아버지’라 부르던 정준하는 유튜브에 장문의 글을 남겼다.“현장에서 후배들을 따뜻하게 감싸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콘텐츠 업로드를 하루 쉬며 고인을 향한 예를 표했다. 2012년 자신의 결혼식에서 고인이 주례를 맡아준 각별한 인연도 다시 조명됐다.
#. 정일우의 오열… ‘진짜 할아버지 같았던 분’
손자 역할로 데뷔했던 정일우는 고인을 떠나보내는 순간 결국 참지 못하고 오열했다.고개를 들지 못한 채 울음을 삼키는 그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하이킥 속 할아버지와 손자’의 따뜻했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전날 올린 글에서 그는 “첫걸음을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사랑합니다, 할아버지”라며 각별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 “작품 이상의 가족”… 남겨진 이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하이킥’은 단순한 시트콤이 아닌, 세대를 넘어 사랑받는 국민 코미디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늘 이순재라는 큰 어른이 있었다.촬영장에서든, 사석에서든 그는 후배 한 사람 한 사람을 기억하고, 격려하고, 따뜻히 안아주던 ‘진짜 어른’이었다.
작품 속 가족이었던 이들이 현실에서도 가족처럼 눈물로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순간. 그가 남긴 삶의 품격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모두가 확인했다. 우리를 웃게 하고, 울게 하고, 길을 가르쳐주던 한 시대의 배우. 이순재라는 큰 별이 졌지만,그가 남긴 따뜻함과 품격은 하이킥 가족들의 기억 속에서, 그리고 우리의 마음 속에서 영원히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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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S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