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마켓' 스틸 컷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2023)를 필두로 '콘크리트 유니버스'라 불리는 작품들이 차례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황야'(2024)와 3일 공개된 영화 '콘크리트 마켓', 지난해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 초청받은 드라마 '유쾌한 왕따' 등이 해당 콘텐츠들이다. 네 작품 모두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로 대지진으로 인해 망가진 세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는데, 배경만 같을 뿐 공유되는 내용이나 캐릭터가 없어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처럼 관객들에게 익숙한 '유니버스'보다 조금 헐겁다.
배우 홍경과 이재인이 주연으로 나선 '콘크리트 마켓'은 7부작 시리즈물로 제작됐지만, 122분짜리 영화로 관객들을 먼저 만난다. 애초 드라마 호흡에 맞게 촬영된 작품인지라 2시간짜리 영화의 형식에 맞게 편집하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 때문에 영화는 구조적으로 반복되는 흐름이 있고 어떤 축의 이야기는 축소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나 이야기 자체의 짜임새가 좋고 재미가 있어 아쉬움을 얼마간 상쇄한다.
'콘크리트 마켓' 스틸 컷
'콘크리트 마켓' 스틸 컷
김태진(홍경 분) 역시 그런 조직의 우두머리 중 하나다. 김태진과 친구들이 수금해 놓은 통조림을 모조리 훔친 최희로는 우연히 그곳에서 자신의 절친 한세정을 만난다. 지친 모습인 한세정은 팔에는 주사 자국이 가득하고, 같이 도망가자는 최희로에게 그럴 수 없다고 말한다. 황궁마켓의 902호에는 박상용이 살고 바로 아랫층인 802호에서는 가진 것 없고 힘 없는 여성들이 몸을 팔아 생존을 이어간다. 박상용의 총애를 받는 존재였던 한세정은 그와 식사를 하던 중 어떤 이유에서인지 추락해 사망하고, 김태진 무리를 피해 도망치던 최희로는 그 모습을 보고 복수심에 불타게 된다.
'콘크리트 마켓' 스틸 컷
최희로가 박상용에게 다가가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전반부는 흥미롭고 짜임새가 좋다. 시장의 원리를 활용해 누구보다 많은 통조림을 벌어내고, 폭력으로 이권 다툼만 일삼던 또래 남자들을 뛰어난 두뇌로 휘어잡은 여자 캐릭터의 매력이 독보적이다. 이재인은 안정감 있는 연기력으로 최희로의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했다. 때때로 '찌찔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십 대 남자의 모습으로 분한 홍경을 보는 재미도 나쁘지 않다. 정만식 역시 본능적이고 느글느글한 악당을 완벽하게 연기했다.
하지만 사건이 절정에 다다르고 해결되는 후반부에는 앞서 언급한 시리즈와 영화의 구조적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어쩔 수 없이 아쉬운 지점이 존재한다. 절정부의 에너지가 크지 않고 앞부분에서 본 것과 비슷한 에피소드가 나열된 듯한 느낌으로 결말이 맺어진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설정을 활용하지 못한 점도 아쉽다. 배경만 황궁마켓일 뿐 그 밖의 모든 면에서 재난 상황을 배경으로 한 범죄물에 가깝다. 3일 개봉했다.
eujenej@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