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홍동희 선임기자) 제25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 회장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유력 후보인 작곡가 김형석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이에 대한 반박했다. 김형석 후보는 최근 불거진 '이마트 BGM 사업 관련 이해 충돌 의혹'과 'AI 음악 저작권 침해 논란'에 대해 "명백한 허위 사실이자 악의적 흑색선전"이라며 강력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특히 이번 선거는 중국 시장에서의 '수백억 원대 저작권료 증발' 사태와 맞물려, 차기 회장의 도덕성과 위기관리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부각되는 시점이어서 양측의 공방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마트와 결탁해 협회 수익 갉아먹었다?" vs "적법한 상거래, 오히려 협회 징수 재개 기여"
가장 뜨거운 감자는 김형석 후보가 과거 이마트 매장 음악(BGM) 사업에 관여하며 이해 충돌을 일으켰다는 의혹이다. 일부 회원들은 김 후보가 이사 재직 시절 이마트와 결탁해 협회 신탁 관리곡 대신 비신탁 음원을 공급함으로써 협회의 징수 수익을 감소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음저협 정문 앞에서는 협회회원 150여명이 모여 이와 관련해 김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까지 열렸다.
이에 대해 김형석 후보 측은 최근 공식 입장문을 통해 반박했다. 김 후보 측은 "이마트가 음저협과 계약을 해지한 시점은 2012년 4월이고, 김 후보가 이마트와 계약을 논의한 시점은 같은 해 7~9월"이라며 "시간 순서상 김 후보 때문에 이마트가 계약을 해지했다는 주장은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또한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 혜택' 의혹에 대해서도 "임대료 일부를 '광고·매장 기능성 음원 제작'이라는 기술 용역으로 대체한 적법한 상거래일 뿐, 특혜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제작된 음원 역시 대중가요가 아닌 로고송이나 안내 방송용 음원이었으며, 저작권을 기업에 양도했으므로 협회 신탁 대상과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김 후보 측은 오히려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이마트의 음악 사용 인식이 개선되었고, 그 결과 2019년 이마트가 음저협과 정식으로 매장 음악 사용 계약을 다시 체결하게 되어 협회 수익 회복에 기여했다"고 강조하며 "10여 년 전의 적법한 사업을 비리로 둔갑시키는 것은 선거를 앞둔 흑색선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I 기업 편드는 회장?" vs "피할 수 없는 흐름, 주도권 잡아야"
AI(인공지능) 음악과 관련된 의혹도 또 다른 쟁점이다. 경쟁 후보인 이시하 측과 일부 회원들은 김 후보가 AI 음악 기술 기업에 투자하고 임원으로 재직한 이력을 문제 삼으며, "인간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협회장이 AI 기업의 이익을 대변할 우려가 있다"고 공격하고 있다. 특히 AI가 기존 창작물을 무단 학습하는 문제가 전 세계적인 저작권 이슈로 떠오른 상황에서, AI 친화적인 행보를 보여온 김 후보의 성향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김형석 후보는 이에 대해 "AI는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며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그는 "AI를 무조건 배척하기보다,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AI 데이터 학습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아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장의 작곡가들, 특히 배경음악이나 기능성 음악을 만드는 창작자들은 AI가 자신들의 일자리를 위협할 '대체재'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어, 김 후보의 '기술 수용론'이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토론회서 맞붙은 '현실론' vs '이상론'…중국 저작권료 문제도 도마 위
지난달 열린 후보자 합동 토론회에서는 이러한 쟁점들이 더욱 격렬하게 부딪혔다. 이시하 후보는 국정감사에서 자신이 폭로한 '중국 저작권료 중간 착취' 문제를 거론하며 "유명세만 믿고 회원들의 밥그릇을 방치했던 인물이 이제 와서 글로벌 징수를 논할 자격이 있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후보는 "텐센트는 돈을 냈지만 중간 퍼블리셔가 가로챈 구조"라며 구체적인 실태 조사와 환수 조치를 약속하는 '현실론'을 강조했다.
반면 김형석 후보는 "개인적인 글로벌 네트워크와 비즈니스 경험을 활용해 텐센트 등 거대 플랫폼과 직접 협상 테이블을 열겠다"며 '시스템 혁신'이라는 '이상론'으로 맞섰다. 그는 "지금까지의 주먹구구식 운영이 아닌, 데이터 기반의 선진화된 징수 시스템을 도입해야만 중국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투명성'과 '생존권'…회원들의 선택은?
이번 선거는 단순히 '김형석 대 이시하'의 대결을 넘어, 한국 음악 저작권 시장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회원들은 '대외적 영향력과 시스템 혁신'을 내세운 김형석 후보와 '내부 개혁과 실질적 분배 개선'을 약속한 이시하 후보 사이에서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특히 최근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중국 저작권료 증발 사태와 국내 OTT 플랫폼의 저작권료 미지급 문제는 회원들의 생존권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차기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된다.
김형석 후보 측은 "근거 없는 비방과 흑색선전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오직 정책과 비전으로 회원들의 선택을 받겠다"고 밝혔다. 과연 회원들은 '변화와 혁신'을 외치는 김형석의 손을 들어줄지, 아니면 '현장의 대변자'를 자처하는 이시하를 선택할지, 오는 16일 그 결과가 주목된다.
사진=MHN DB, KOMC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