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프면 병원에 가라. 그것이 상식"…박나래 사태가 드러낸 연예계의 '지하 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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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2025년 12월 12일, 오후 03:00

(MHN 홍동희 선임기자) "아프면 병원에 가라. 그것이 상식이고 법이다."

너무나 당연해서 촌스럽게까지 들리는 이 명제가 2025년 12월의 연예계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듯하다. 개그우먼 박나래의 전 매니저 폭로로 시작된 이른바 '주사 이모' 사태는 연예계의 뿌리 깊은 '의료 불감증'과 비뚤어진 '특권 의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편, 호텔방과 차량 안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진 그들만의 '야매 시술'은 단순한 건강 관리가 아닌, 명백한 범죄의 영역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

이번 사태가 충격적인 이유는 불법의 양상이 매우 조직적이고 일상적이었다는 점이다. 박나래는 자택뿐만 아니라 지방 촬영지인 김해의 호텔방으로도 의료 면허가 확인되지 않은 비의료인을 호출했다고 알려진다. 전 매니저가 공개한 문자 메시지 속 "25만 원인데 기름값을 생각해달라"는 흥정 내용은 이들이 의료인이 아닌, 부르면 달려오는 '출장 업자'였음을 시사한다.

더욱이 비용이 소속사 임원 명의로 입금되었다는 정황은 충격적이다. 이는 기획사가 소속 아티스트의 불법 의료 행위를 몰랐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묵인하거나 방조, 심지어는 지원했다는 합리적 의심을 낳게 한다.

이 불똥은 삽시간에 연예계 전반으로 튀었다. '주사 이모' A씨의 SNS에 등장한 샤이니 온유와 키, 작곡가 정재형 등은 의도치 않게 의혹의 중심에 섰다. 다행히 정재형은 정상적인 병원 진료였음이 확인되었고, 온유 측 역시 "병원 방문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대중은 여전히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A씨가 연예인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그림자 주치의' 행세를 해왔다는 사실 자체가, 연예계 내부에 검증되지 않은 의료 인맥이 얼마나 깊숙이 침투해 있는지를 방증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월드스타 싸이(Psy)의 '대리 처방' 의혹은 사태의 심각성을 더했다. 그는 2022년부터 최근까지 의사와 대면 진료 없이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과 자낙스 등을 처방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소속사는 "대리 처방은 없었고 대리 수령만 있었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의료법상 환자가 거동이 불가능한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대면 진료 없는 처방전 발급 자체가 불법이다. 더욱이 오남용 위험이 큰 향정신성의약품을 의사 얼굴도 보지 않고 타가는 행위는 국가의 마약류 관리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중대 범죄다. 현직 의사들이 "대리 수령이라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분노하는 이유다. 이는 마치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궤변이다.

왜 그들은 병원 대신 '이모'를 찾고, 직접 진료 대신 '매니저'를 보낼까. 연예계 관계자들은 "얼굴이 알려진 스타들이 병원 대기실에 앉아있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라며 프라이버시 보호를 이유로 든다. 바쁜 스케줄 탓에 신속한 피로 회복이 필요하다는 변명도 따라붙는다.

하지만 이것은 명백한 '특권 의식'의 발로다. 일반 시민들은 아픈 몸을 이끌고 병원에 가서 접수를 하고 순서를 기다린다. 그것이 사회적 약속이기 때문이다. '연예인이라서' 줄을 서지 않아도 되고, '바빠서' 의사를 집으로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오만이다. 특히 프로포폴 사태 등으로 수차례 홍역을 치르고도 여전히 음성적인 경로로 주사제와 약물을 탐닉하는 행태는, 이들이 자신의 몸을 관리하는 것조차 '법의 테두리 밖'에서 해결하려는 나쁜 습성에 젖어 있음을 보여준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사태를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범죄"로 규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비의료인에게 받는 주사 시술은 감염, 쇼크 등 치명적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법조계의 시각 또한 엄중하다. 과거에는 시술자만 처벌받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 판례와 법리 해석은 달라졌다. 무면허 의료 행위임을 알면서도 시술을 요청하고 비용을 지불한 수진자 역시 '무면허 의료행위 교사' 또는 '방조' 혐의로 처벌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매니저에게 불법 처방을 지시한 행위는 강요죄나 교사죄가 성립될 수 있다.

이제 '몰랐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박나래는 활동 중단을 선언했지만, 이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싸이 역시 경찰 조사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연예 기획사들은 소속 아티스트를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자행해 온 불법적인 관행들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매니저는 아티스트의 손발이지, 불법 약물을 나르는 운반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

대중이 스타에게 바라는 것은 화려한 무대뿐만이 아니다. 법과 상식을 지키는 건전한 시민으로서의 모습이다. 아프면 병원에 가라. 그리고 줄을 서서 정당하게 진료받아라. 그것이 당신들을 사랑해 준 대중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사진=MHN DB, MBC, 피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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