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부장 이야기’는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한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한 중년 남성이 긴 여정 끝에 마침내 대기업 부장이 아닌 진정한 본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이신기는 입사 19년 차, 전문대 출신으로 어린 나이에 부장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 도진우 부장 역으로 출연해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도 부장은 스마트하면서도 부지런하고, 과감하지만 선을 지키는 스타일로, 사내에 그를 좋아하고 따르는 사람들이 많다. 백 상무 라인은 아닌지라 김 부장의 견제 대상이 아니었지만, 어느 순간 백 상무와 같이 움직이는 일들이 많아지고 김 부장과 경쟁구도를 형성하며 극의 재미를 이끌었다. 특히 주인공인 김 부장이 응원을 받으며, 그와 대비되는 도 부장이 ‘악역’처럼 비치기도 했다.
이신기는 도 부장에 대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며 “‘김 부장 이야기’가 회사 얘기라고 생각을 했고 인간 사는 얘기다. 어딜가나 세명 이상이 모이면 정치적인 구도가 형성되는데 그 집단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기만의 이 잘 쌓아진 처세 아니었나, 그렇게 생각을 했다”고 분석했다.
극 초반, 도 부장을 향한 시선도 엇갈렸다. 김 부장을 견제하고 그가 추락하길 바라는 인물일 것이라고 바라보는 입장과 그저 일을 잘 하는 것만으로 김 부장에게 열등감을 안기는, 악의가 없고 김 부장을 선배로 존중하며 응원하는 젠틀한 능력자라고 바라보는 시각으로 갈렸다.
이같은 혼란도 이신기의 연기 덕분에 만들어졌다. 그는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그렇게 보이려고 한 것이 제 개인적인 작전이었다”며 “보시는 분들이 혼란스러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옆에 있는 사람에겐 얄밉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냥 일을 잘 하는 사람으로 보는 시청자, 그리고 ‘뭐가 있을 것 같다’고 의심하는 시청자 그 양쪽의 시각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연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응원하는 김 부장과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라는 것만으로도 도 부장은 “얄밉다”, “음흉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이신기는 “그런 것이 억울하다”고 너스레를 떨며 “조금 더 내 편이 많았으면 좋았을텐데,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에서 다들 다윗을 응원하는 것처럼 도 부장이 응원을 못 받은 것 같다”고 웃었다.
배우 이신기는 연기를 참 잘하는 배우다. 넷플릭스 ‘경성크리처’, 디즈니+ ‘최악의 악’, JTBC ‘김 부장 이야기’ 등 맡은 역할마다 본래의 모습을 잊고 그 캐릭터로 보이게 하는 최면을 건다. 그의 연기만 보고, 실제 이렇게 유쾌한 성격을 예상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미 수많은 작품을 통해 풍부하고 입체적인 연기를 보여줬지만, 그가 보여줄 것들은 더 많다. 이신기는 “현재 잡혀있는 작품들이 있어서 또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을 할 것”이라며 “천천히, 차근차근 올라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