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우리' 구교환 "언젠가는 내가 출연하고 연출한 수작을 만들고 싶다" [영화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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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BC연예,

2025년 12월 22일, 오후 05:20

영화 '만약에 우리'로 멜로 장인의 새로운 얼굴을 꺼내든 배우 구교환을 만났다. 구교환은 이번 작품에서 고된 서울살이에 지친 '정원'에게 유일한 집이 되어주는 인물 '은호'를 연기했다. '게임 개발로 100억 벌기'라는 꿈 하나로 삼수 끝에 서울에 올라온 청년 은호는, 가진 것이라곤 세 들어 사는 단칸방 하나뿐이지만 묵묵히 자신의 길을 좇는다. 고향으로 향하던 버스에서 정원을 처음 만난 그는 그녀의 곁을 지키는 친구로 머무르다, 새해를 기점으로 연인이 된다. 그러나 녹록지 않은 현실은 두 사람을 서서히 어긋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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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구교환은 스스로를 '타고난 배우'보다는 '끊임없이 훈련하는 배우'에 가깝다고 말했다. 영화 '만약에 우리' 인터뷰 자리에서 그는 자신의 연기와 창작 태도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노력, 실패, 그리고 역할에 대한 집요함을 반복해서 언급했다.

구교환은 자신을 향한 "날것의 연기", "타고난 재능"이라는 평가에 대해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내 재능은 노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성장형 캐릭터고, 계속 훈련한다"며 "장면이 주어지면 그냥 가지 않는다. 어떻게 그냥 하겠나. 이건 내 직업이고, 책임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기를 앞두고 끊임없이 장면을 시뮬레이션한다고 했다. "가만히 멍 때릴 때도, 지금 찍고 있는 작품의 장면을 계속 떠올린다. 연기를 머릿속에서 여러 번 해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기를 스포츠에 비유했다. "드리블 잘하는 선수들이 드리블 연습 안 하겠나. 저도 제 방식으로 계속 훈련한다"고 말했다. 장면에 따라 준비 방식도 달라진다고 했다. "연설 장면처럼 정교해야 하는 장면은 대사를 노래 가사 외우듯 반복해서 연습한다. 반대로 날것이어야 하는 장면은 일부러 절반만 준비하고 간다. 장면마다 맞는 준비법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교환이 연기를 대하는 태도의 중심에는 늘 하나의 욕망이 있다. 그는 "내 가장 큰 욕망과 야망은 딱 하나"라며 "그 역할처럼 보이고 싶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 이미지, 캐릭터의 전형성은 그에게 중요한 기준이 아니었다. "어려 보인다, 동안이다, 소년 같다 이런 건 내가 계산하는 영역이 아니다"라며 "그 역할에 찰떡처럼 보이고 싶은 욕망이 전부"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연기해 온 캐릭터들을 예로 들었다. "제인을 연기할 때는 정말 제인처럼 보이고 싶었고, 서대위를 연기할 때는 서대위처럼, 리현상을 연기할 때는 리현상처럼 보이고 싶었다"며 "그 역할의 나이보다 중요한 건 그 인물의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배우로서의 야심"이라고 표현했다.

실패에 대한 태도 역시 구교환의 배우론을 설명하는 중요한 지점이었다. 그는 "나는 매번 실패하면서 산다"고 말했다. 다만 그 실패를 좌절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제작되지 못한 시나리오가 정말 많다. 완성되지 못한 이야기들이 쌓여 있다"고 말한 그는, 이를 "가짜 실패"라고 불렀다.

이 같은 태도는 그가 배우를 넘어 연출자로서도 꾸준히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과 맞닿아 있다. 구교환은 단편, 장편 영화와 뮤직비디오, 티저 영상 등을 직접 연출하며 자신의 세계를 확장해 왔다. 그는 연기와 연출을 분리된 영역으로 보지 않는다. "연출을 하든, 연기를 하든 결국 같은 질문을 한다. 이 장면을 왜 해야 하는지, 이 인물이 왜 이렇게 움직이는지"라며 "배우로서 현장에 서 있을 때도 연출자의 시선으로 계속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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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그는 제작되지 못한 시나리오와 중단된 기획, 미완으로 남은 이야기들을 연출자로서의 자산에 가깝게 바라본다. 배우로서 한 장면을 준비하듯, 연출자로서도 아이디어를 저장해 두고 다음 기회를 기다린다는 태도다. 그가 이를 '가짜 실패'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구교환은 자신의 머릿속을 "시나리오 냉장고"에 비유했다. "예전에는 글에도 유통기한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더라"며 "제작되지 않더라도 그 장면과 이야기는 냉장고 안에 계속 있다. 언젠가 꺼내서 다시 끓여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과거에 쓰고 묻어둔 장면들이 이후 작업에서 다른 형태로 살아났다고 설명했다. "단편 영화로 쓰려다 접었던 장면이, 나중에 티저나 다른 작업에서 쓰이기도 했다"며 "그래서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끝난 게 아니라고 생각하려고 한다"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태도는 연기뿐 아니라 창작 전반에 걸쳐 유지되는 기준이라고 했다. "지금은 안 풀려 보여도, 결국엔 다 꺼내 쓰게 된다. 그래서 실패 앞에서 너무 깊이 빠지지 않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구교환은 자신이 어떤 배우로 남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분명한 답을 내놨다. 그는 "멀리 있는 배우가 아니라, 주변에 있는 사람처럼 남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를 "당신의 배우"가 아니라 "당신의 주변인"이라고 소개해 왔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게 내가 연기를 계속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목표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구교환은 "언젠가는 내가 출연하고, 내가 연출한 수작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그 목표를 쉽게 말하지는 않았다. "아직은 그 지점까지 가기엔 부족하다고 느낀다"며 "그래서 지금은 배우로서 현장에서 더 많이 배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력으로 쌓아 올린 연기, 역할에 닮아가고자 하는 집요함, 실패를 저장해 두는 태도. 구교환의 배우론은 화려한 수식어보다 구체적인 훈련과 시간 위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도 그 냉장고를 열어, 다음 장면을 준비하고 있었다.

'만약에 우리'는 뜨겁게 사랑했던 은호와 정원이 10년 만에 우연히 재회하며 기억의 흔적을 펼쳐보는 현실공감연애로, 오는 12월 31일 개봉한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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