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김수형 기자]''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대중에게 ‘선풍기 아줌마’로 알려졌던 고(故) 한혜경 씨의 삶과 죽음을 조명했다. 이날 방송은 “수차례 재건 수술에도 왜 그는 57세로 생을 마감했는가”라는 질문을 남기며 깊은 여운을 전했다.
8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는 ‘잃어버린 이름, 한혜경’을 주제가 공개됐다.
한혜경 씨는 과거 ‘한미옥’이라는 가명으로 가수 활동을 했던 인물이다. 더 강렬한 이미지와 카리스마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욕망 속에서 불법 성형수술을 반복했고, 그 결과 얼굴이 심각하게 변형됐다. 이후 2004년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 출연하며 큰 화제를 모았고, 불법 성형과 성형 중독의 위험성을 사회적으로 알리는 상징적인 인물이 됐다.
방송을 계기로 그는 수차례 재건 수술을 받았고, 2013년에는 재건된 얼굴과 함께 직장을 얻어 새 삶을 시작하는 근황을 전하며 많은 응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2018년 12월, 한혜경 씨는 향년 57세의 나이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정확한 사망 원인은 공개되지 않았으며, 장례는 친족들의 인도 아래 조용히 치러졌다.

‘꼬꼬무’는 이날 방송에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불법 성형의 시작과 그 이면의 고통을 자세히 전했다. 한혜경 씨는 성형을 결심해 소개받아 찾아간 곳이 병원이 아닌 한 가정집이었다고 밝혔다. 비밀스럽고 음침한 공간에서 불법 시술이 이뤄졌지만, 그는 당시 성형외과라는 선택지조차 떠올리지 못한 채 불법 성형의 길로 들어섰다.
얼굴은 점점 변해갔고, 친언니조차 알아보지 못할 정도가 됐다. 여권 사진과 실제 얼굴이 달라 공항에서 신원 확인이 어려웠을 정도라는 증언도 전해졌다. 결국 언니 부부의 도움으로 재건 수술을 시작해, 다행히 이전 얼굴의 윤곽을 어느 정도 되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한혜경 씨는 스스로 불법 시술을 배우기에 이르렀다. 그는 글을 통해 “눈에 뵈는 게 없었다”고 적기도 했다. 의료용 재료가 아닌 파라핀 오일, 콩기름, 공업용 실리콘 등을 사용했고, 그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이 뒤따랐다.

특히 방송은 그의 상태가 단순한 성형 중독이 아니었음을 짚었다. 한혜경 씨는 “누군가 창문으로 주사기를 넣으라고 한다”, “‘콩기름을 넣으라’는 소리가 들린다”는 환청을 겪었다고 전해졌다. 실제로 그는 환청과 환각 증상을 동반한 조현병 진단이 필요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지만, 얼굴 상태를 이유로 입원 치료조차 거절당해 적절한 정신과 치료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그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경력 25년 차의 한 성형외과 전문의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며 대규모 재건 수술이 진행됐다. 2년 9개월 동안 무려 15차례의 수술을 받았고, 제거된 이물질만 약 4kg에 달했다. 신생아 체중에 가까운 무게를 얼굴에 안고 살아왔던 셈이다.

회복의 과정에서 그는 모친상을 당하며 깊은 죄책감과 슬픔을 겪었다. 그러나 “엄마, 나 다시 살게.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게”라며 다시 일어서겠다는 다짐도 전했다. 이후 이웃들의 응원 속에 점차 일상을 되찾았고, 다시 노래를 하겠다는 꿈도 꿨다. 실제로 그의 목소리가 담긴 앨범이 공개됐고, ‘잘 사는 날이 올 거야, 포기는 하지 말아요’라는 가사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하지만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던 중, 2018년 갑작스럽게 쓰러졌고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선풍기 아줌마’라는 자극적인 이름 뒤에 가려졌던 한혜경 씨의 삶은, 불법 성형의 위험성과 정신질환 치료 공백, 그리고 사회적 고립이 한 인간을 어떻게 몰아넣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았다.
그는 더 이상 ‘선풍기 아줌마’가 아닌, 꿈을 위해 노래했던 가수 한혜경이라는 이름으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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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꼬꼬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