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홍동희 선임기자) "다시 부를 수 있을까"라는 무명 가수들의 절박한 물음. 10개월간 이어진 그 치열한 문답의 끝에서 대중이 선택한 해답은 결국 '진심'이었다. JTBC '싱어게인4 - 무명가수전'(이하 싱어게인4)이 지난 1월 6일, 65호 가수 이오욱의 우승으로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화려한 기교와 퍼포먼스가 난무하는 오디션 시장에서, 투박하지만 묵직한 '정통 록 발라드'로 승부수를 띄운 이오욱의 우승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시즌은 '언더독의 반란'이라는 극적인 서사를 완성했지만, 동시에 글로벌 확장의 한계와 연출 방식의 변화에 대한 묵직한 과제도 함께 남겼다.
'각본 없는 드라마' 쓴 이오욱, 3040 향수 자극했다
최종 우승자 이오욱(65호)의 여정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드라마였다. 세미파이널과 패자부활전이라는 벼랑 끝 승부를 거듭하며 생존한 그는, 결승전에서야 비로소 가장 화려하게 만개했다.
파이널 1라운드에서 그가 선택한 신성우의 '서시'는 정면 승부였다. 특유의 긁는 듯한 허스키 보이스와 폭발적인 고음은 윤종신 심사위원장으로부터 "곡으로 찌를 수 있는 무기를 가진 유일무이한 가수"라는 극찬을 이끌어냈다. 이어진 2라운드 신곡 미션(디어 'The Way')에서는 담담한 고백으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그의 우승 요인은 명확하다. "나는 그저 도전했을 뿐이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만 불렀다"는 투박한 소감처럼, 기교보다는 진정성을, 트렌드보다는 록 발라드라는 장르적 향수를 자극하며 3040 세대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어낸 것이다. 심사위원 임재범이 "노래하는 고통을 느꼈다"고 표현할 만큼, 그의 소리에는 흉내 낼 수 없는 인생의 무게가 실려 있었다.
'심사위원 픽' 도라도, 넘지 못한 '문자 투표'의 벽
준우승을 차지한 필리핀 출신 도라도(59호)는 이번 시즌 '확장성'을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파이널 무대에서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을 완벽한 한국적 감성으로 소화하고, 그루비룸의 곡으로 퍼포먼스까지 증명한 그는 심사위원 총점 1위(1580점)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했다.
하지만 최종 결과는 41점 차 패배였다. 실시간 문자 투표와 온라인 사전 투표라는 '대중의 벽'을 넘지 못한 탓이다. 태연 심사위원이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어야 할 수준"이라며 경악했을 정도로 완벽했지만, 국내 시청자들의 정서적 동의를 얻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는 K-오디션이 글로벌 포맷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풀어야 할 '평가와 인기 사이의 간극'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로 남았다.
3%대 시청률과 '보는 음악'의 딜레마
'싱어게인4'는 시청률 면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전체 시청률은 3%대 후반의 박스권에 머물렀지만, 화제성과 구매력을 갖춘 2049 타깃 시청률에서는 동시간대 1위를 수성했다.
이번 시즌 제작진은 '비주얼 강화'에 공을 들였다. 화려한 조명과 댄서, 무대 장치를 적극 활용하며 숏폼 시대에 맞는 '보는 음악'을 시도했다. 3위를 차지한 '괴물 퍼포머' 김재민(37호)과 뮤지컬 스타일을 접목한 슬로울리(27호)의 무대는 이러한 연출의 수혜를 입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스탠딩 마이크 하나로 승부하던 '싱어게인'만의 절제미와 날것의 매력이 희석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무명 가수의 목소리에 온전히 집중하게 했던 초심과, 화려한 볼거리를 요구하는 트렌드 사이에서 제작진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싱어게인4'는 이오욱이라는 걸출한 보컬리스트와 도라도, 김재민, 슬로울리 등 다채로운 색깔의 원석들을 발굴해내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방송이라는 안전한 울타리는 걷혔다. 이제 이들은 '무명(無名)'의 꼬리표를 떼고 냉정한 대중음악 시장에 던져졌다. 벼랑 끝에서 쏘아 올린 그 간절함이 반짝이는 '유명 가수'의 빛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이들의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다.
사진=JTB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