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정하고 만들었다" 10년 차 가수 츄의 반가운 반란 [홍동희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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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2026년 1월 10일, 오전 07:50

(MHN 홍동희 선임기자) 요즘 가요계는 빠르게 변한다. CD 플레이어는 사라진 지 오래고, 노래는 데이터가 되어 흘러다닌다. 가수들은 짧게 치고 빠지는 '싱글'을 내기 바쁘다. 이런 '효율성'의 시대에, 데뷔 10년 차를 맞은 가수 츄(김지우)가 무려 9곡을 꽉 채운 정규 앨범 'XO, My Cyberlove'를 들고 나왔다. 이건 단순한 신곡 발표가 아니다. 우리가 알던 '인간 비타민' 츄가 껍질을 깨고 나와 "나, 이런 음악도 할 줄 아는 가수야"라고 외치는 반가운 생존 신고다.

츄는 이번 앨범에서 '디지털 시대의 사랑'이라는 주제를 꺼내 들었다. 앨범 제목인 'XO'는 편지 끝에 남기는 '키스와 포옹'을 뜻한다. 그런데 그 뒤에 붙은 말은 '사이버 러브'다. 가장 따뜻한 스킨십과 가장 차가운 디지털 세상의 만남인 셈이다. 츄는 "세상이 편리해질수록 사람들은 오히려 서로를 더 모르게 되는 것 같다"며 "외로운 밤, AI와 대화하는 게 익숙해진 현실 속에서 진짜 마음을 나누는 게 뭔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런 고민은 뮤직비디오에서 잘 드러난다. 츄는 데뷔 후 처음으로 파격적인 금발 머리에 짝짝이 스타킹을 신고 등장한다. 황량한 들판을 붉은 드레스를 입고 달리는 그녀의 모습은 우리가 알던 명랑 소녀가 아니다. 그녀는 가짜와 진짜가 섞인 세상에서 작은 스마트폰 화면 너머의 온기를 찾아 헤매는 여행자 같다. 24시간 인터넷에 연결돼 있지만, 정작 마음은 외로움을 느끼는 요즘 사람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음악적으로 가장 놀라운 건 목소리의 변화다. 그동안 츄 하면 떠오르는 건 귀가 뻥 뚫리는 시원한 고음이었다. 하지만 이번 앨범의 주인공은 '저음'이다. 츄는 이걸 "플러팅하는(유혹하는) 저음"이라고 표현했다. "고음이 시원하다면 저음에는 나른하고 편안한 매력이 있다. 그동안 아껴뒀던 내 진짜 목소리를 보여줄 때가 된 것 같다"는 그녀의 말처럼, 노래 곳곳에서 들리는 단단하고 낮은 목소리는 '가수 츄'를 다시 보게 만든다. 억지로 꾸며낸 소리가 아니라, 자기 호흡대로 편안하게 부르는 노래가 듣는 사람의 귀도 편안하게 해 준다.

해외 반응은 벌써 뜨겁다. 해외 K-팝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앨범을 두고 "츄가 작정하고 만들었다"며 칭찬을 쏟아내고 있다. 재미있는 건 타이틀곡만큼이나 수록곡 인기가 좋다는 점이다. 특히 나른한 분위기의 알앤비(R&B) 곡인 'Heart Tea Bag'이나 몽환적인 발라드 'Canary'는 "요즘 듣기 딱 좋은 세련된 팝 같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제 츄는 단순히 'K-팝 아이돌'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세계적인 트렌드에 맞는 음악을 소화하는 뮤지션으로 성장했다.

많은 아이돌 가수가 연차가 차면 연기나 예능으로 눈을 돌리곤 한다. 그게 더 안전한 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츄는 음악이라는 정공법을 택했다. 그녀가 쏘아 올린 핑크빛 신호는 인터넷 선을 타고 전 세계 팬들의 방구석으로, 그리고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대중의 마음속으로 전해지고 있다. 차가운 0과 1의 숫자 사이, 츄가 심어놓은 건 결국 따뜻한 '사람의 마음'이었다. 우리는 지금, 마냥 귀여운 캐릭터를 넘어 진짜 '아티스트'로 거듭난 츄의 새로운 시작을 목격하고 있다.

 

사진=AT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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