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수년 전까지 가요계는 세계관 전성기였다. 앨범은 음악을 넘어 서사의 일부가 됐고, 뮤직비디오는 해석이 필요한 텍스트로 기능했다. 팬들은 설정을 정리하고 떡밥을 해석하며 세계관을 확장해 나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피로감도 함께 쌓였다.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해 사전 학습이 필요해졌고, 신규 팬에게는 진입 장벽으로 작용했다.
이 흐름 속에서 다시 부각되는 것이 캐릭터형 콘셉트다. 특정 역할이나 이미지가 명확한 콘셉트는 설명 없이도 전달력이 높다. 학원물, 청춘물, 판타지 요소 등은 K팝 초창기부터 반복적으로 활용돼 온 장치지만, 최근에는 숏폼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환경에 맞게 재설계되며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아일릿은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은 복잡한 서사 대신 명확한 캐릭터성과 분위기를 전면에 내세웠다. 세계관 설명 없이도 팀의 색과 이미지를 즉각 인식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전략이다. 이는 숏폼 플랫폼에서 특히 효과적으로 작동하며 빠른 확산을 이끌었다.
아일릿 이외에도 최근 쇼케이스에는 거창하고 복잡한 세계관보다 한눈에 보이는 콘셉트와 비주얼을 중점에 두고 있다. 기존의 세계관이 있던 아이돌 역시 수수께끼 같았던 스토리 대신, 비주얼과 간단명료한 서사로 결을 이어가는 추세다.
변화는 숏폼 시대의 구조적 특성과 맞물려 있다. 15~30초 이내에 콘셉트가 전달돼야 하는 환경에서 캐릭터 중심 구성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반면 장기 서사형 세계관은 충성도 높은 팬덤에는 강점이 있지만 대중적인 확산 속도에서는 한계를 드러낸다.
핵심은 단순화가 아니다. 설명해야 이해되는 콘셉트에서, 보자마자 보이는 콘셉트로의 이동이다. 세계관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캐릭터화된 것이다. K팝은 또 한 번, 소비자가 머무는 지점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hmh1@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