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홍동희 선임기자)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주제 파악 좀 하라"는 말은 참 묘한 이중성을 띤다. 사전적 의미로는 자신의 처지를 알라는 따끔한 훈계지만, 아이돌 팬덤 사이에서는 가수의 폭발적인 인기를 소속사가 미처 따라가지 못할 때 터져 나오는 '가장 듣기 좋은 불만'이자 최고의 찬사로 통한다.
과거 "제발 본인 인기를 알고 호남평야에서 콘서트를 열어달라"던 임영웅 팬들의 절규나, 데뷔 15주년 콘서트를 비좁은 홀에서 잡아 수십만 명을 대기하게 만든 투애니원(2NE1)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2026년 1월, 이 '행복한 주제 파악 실패'의 계보를 잇는 새로운 주인공이 등장했다. 바로 가수 김재중이 제작한 첫 걸그룹, '세이마이네임(SAY MY NAME)'이다.
세이마이네임은 오는 2월 7일 서울 성신여자대학교 대강당에서 첫 단독 팬 콘서트를 연다. 문제는 공연장의 규모다. 이곳의 좌석은 약 800석. 하루 2회 공연을 다 합쳐도 고작 1,600명의 팬만이 입장할 수 있다. 지난 15일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전석이 순식간에 매진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티켓팅에 실패한 수만 명의 팬들 사이에서는 원성이 빗발치고 있다.
사실 팬들의 이런 분노는 철저한 '데이터'에 근거한다. 2024년 10월 데뷔한 세이마이네임은 그야말로 수직 성장을 이뤄냈다. 데뷔 앨범 초동(발매 첫 일주일 판매량) 3만 장으로 시작한 이들은, 불과 1년 3개월여 만인 최근 세 번째 앨범으로 무려 16만 장을 팔아치웠다. 판매량이 5배 이상 껑충 뛴 것이다. 심지어 지난 1월 9일에는 KBS '뮤직뱅크'에서 데뷔 첫 지상파 1위를 거머쥐며 대중성까지 입증했다. 앨범을 산 열성 팬만 16만 명인데, 고작 1,600석을 마련했으니 경쟁률이 100대 1에 육박하는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 대란은 예견된 참사였다.
물론 소속사 인코드(iNKODE)의 고충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보통 공연장 대관은 6개월에서 1년 전에 이루어진다. 아마도 이 공연장을 예약할 당시의 세이마이네임은 지금처럼 16만 장을 파는 그룹이 아니었을 것이다. 게다가 2026년은 방탄소년단(BTS)의 완전체 활동 재개 등 대형 가수들의 공연이 몰리며 서울 시내 공연장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상황이다. 혹시 모를 공석을 걱정해 보수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사태는 세이마이네임이라는 그룹의 폭발력을 소속사조차 미처 예측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멤버 히토미를 필두로 결집한 탄탄한 글로벌 팬덤과 새롭게 유입된 팬층의 열기는 이미 소규모 공연장의 그릇을 넘쳐흐르고 있다. 800석이라는 규모는 이들이 지난 1년간 보여준 가파른 성장세와 현재의 뜨거운 화력을 담아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지금의 세이마이네임은 더 넓고 높은 곳을 바라봐야 할 시기이며, 그럴 자격이 충분하다.
이번 '티켓 대란'은 역설적으로 세이마이네임이 명실상부한 '1군 아이돌'의 궤도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팬들이 느끼는 좁고 불편함, 그리고 티켓을 구하지 못한 박탈감은 곧 이 그룹의 브랜드 가치를 증명하는 지표다. 소속사는 이번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이어질 아시아 투어에서, 그리고 향후 앙코르 콘서트에서 반드시 '달라진 체급'에 맞는 규모를 보여줘야 한다.
성신여대 대강당은 그들의 비상을 담기에 너무 작은 그릇이었다. 팬들은 이제 소속사가 하루빨리 '현실 자각 타임'을 갖고, 훨씬 더 담대한 계획을 세우기를 요구하고 있다. 세이마이네임의 성장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번 매진 사태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글로벌 스타로 도약하는 세이마이네임의 전설적인 에피소드로 기억되길 바란다.
사진=인코드엔터테인먼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