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언론 “또 냉대” 아쉬움
미국 외신들은 ‘어쩔수가없다’의 후보 불발에 아쉬움을 드러내며 “또 한 번의 냉대(snubs)”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실제로 박찬욱 감독은 3년 전 전작 ‘헤어질 결심’으로도 한국 작품을 대표해 아카데미 출품작에 선정됐지만 예비후보 채택 후 최종 후보 문턱 앞에서 좌절한 경험이 있다.
할리우드 소식을 전하는 주요 연예 매체 데드라인은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이 어두운 코미디는 다분히 오스카상을 노린 작품으로 보였지만, 안타깝게도 아카데미는 다시 한번 그의 작품을 국제영화상 후보 명단에서 제외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주요 시상식 수상 결과 예측 매체인 골드더비는 “그동안 찬사를 받아온 박찬욱 감독이 오스카 후보에서 또다시 배제됐다”며 “경쟁이 치열한 국제영화상 부문에서 막판에 ‘시라트’와 ‘힌드 라잡의 목소리’가 치고 올라오면서 박 감독을 밀어냈다”고 짚기도 했다.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는 “오스카 심사위원들은 과거 ‘헤어질 결심’과 ‘아가씨’ 등 박 감독의 작품을 무시했지만, ‘어쩔수가없다’는 절박한 상황에 몰린 사람들이 얼마나 추악해질 수 있는지를 인간적인 시선과 블랙 코미디로 포착한 작품으로, 마침내 (아카데미의) 벽을 넘을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며 “박 감독의 기다림은 다시 이어지게 됐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어쩔수가없다’는 지난해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평단의 호평을 휩쓸며 유력 수상후보로 떠올랐지만 수상은 무관에 그쳤다. 주연 배우 이병헌의 열연이 호평을 모은 것은 물론, 자본주의 현대 사회의 고용불안을 블랙코미디 형태로 풀어낸 시의성있는 주제와 풍자의 메시지로 베니스 영화제 기간동안 미국 비평가사이틀 로튼토마토에서 신선도 점수 100%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유력 오스카 수상 후보로 떠오르고 오스카 수상 여부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 수상 후보에도 지명됐으나 결정적인 수상에선 늘 고배를 마셨다. 이번 오스카 후보 지명 불발도 앞서 진행된 여러 미국 현지 주요 시상식에서의 수상 불발과 궤를 같이 한다는 설명이다.
올해 박찬욱 감독의 후보 좌절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유독 한 지붕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관련해 유력 매체 버라이어티는 “박찬욱 감독의 어두운 사회 풍자는 흥행 면에서 성과를 거두고 평단의 호평도 받았지만, 올해 이 부문은 경쟁이 특히 치열했다”며 “배급사 네온(Neon)이 다수의 강력한 작품을 출품한 영향도 컸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실제로 ‘어쩔수가없다’의 미국 배급사인 네온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유력 수상후보들을 다수 배급한 바 있다. 국제 장편 영화상 부문 후보 5편 중 4편(‘시크릿 에이전트’·‘그저 사고였을 뿐’·‘시라트’·‘센티멘탈 밸류’)이 네온의 배급작들이다.
업계에 따르면 아카데미 수상 레이스는 5~6개월에 걸친 미국 체류와 대대적인 캠페인 경쟁이 관건인 장기전으로,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프로모션 비용과 네트워크력이 투입된다. 오스카 수상에 성공했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캠페인 당시 미국 배급사인 네온의 전폭적인 지지와 배려를 받았지만, 올해는 네온 배급작 5편이 치열한 한 지붕 싸움을 벌인 만큼 ‘어쩔수가없다’의 대진운이 좋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국내 배급사인 CJ ENM의 지원력에서도, ‘어쩔수가없다’와 ‘부고니아’ 두 작품으로 시선이 분산된 만큼 ‘기생충’ 때와 비교해 여러모로 불리하게 작용했다.
‘어쩔수가없다’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라는 점 역시 후보를 추리는 과정에서 마이너스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게다가 이 원작 소설은 ‘어쩔수가없다’에 앞서 2006년 벨기에에서 영화 ‘액스, 취업을 위한 위험한 안내서’란 작품으로 먼저 리메이크된 바 있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크지만 관객 호응에서는 뜻깊은 결실이 이어진다. ‘어쩔수가없다’는 현재도 미국 현지에서 조용히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성탄절 연휴인 작년 12월 25일 미국 뉴욕, LA 등 5개 도시 13개 극장에서 ‘제한 상영’ 형태로 개봉했던 ‘어쩔수가없다’는 개봉 후 관객들의 호평이 이어지자 지난 16일부터 전국 695개 극장 개봉으로 상영이 확대됐다. 최근까지 미국에서 소규모 개봉 만으로 420만 달러(62억 원)의 티켓 수입을 올렸으며, 이는 박찬욱 감독의 대표작 ‘올드보이’(246만 달러)를 비롯한 주요 전작들을 추월한 흥행 수치다. 확대 개봉 및 상영 후에는 첫날에만 88만 8000달러(12억 8955만 원)의 티켓 수입을 올려 전체 박스오피스 9위를 기록했다. 이대로면 미국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역대 2위 흥행 성적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