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연출한 장항준 감독은 20년 지기 친구이자 주연 배우인 유해진을 향해 존경과 고마움, 그리고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2002년 영화 '라이터를 켜라'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무명 시절 장 감독의 집에서 김은희 작가와 함께 고락을 함께하며 단단한 우정을 쌓아왔다.
장 감독은 유해진의 가장 열렬한 응원군이었다. 그는 "해진이가 급성장하며 영화제 후보에 오르면 집에서 시상식 중계를 꼭 챙겨봤다. 오직 혜진이 하나 보려고 본 것"이라며 "응원하는 마음이 크면서도, 한편으로는 친구가 너무 잘될수록 나와 좀 멀어지는 느낌이 들어서 계속 답답스럽기도 했다(웃음). 어쩔 수 없는 감정 아니겠나"라며 20년 지기다운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이번 재회는 단순한 협업 그 이상이었다. 장 감독은 *"지금 한국 영화가 힘든 시기이지 않나. 해진이와 '우리라도 다른 사람의 몫까지 해서 영화계를 좀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얘기를 나눴다"며 "개인의 영달도 좋겠지만, 다들 어려운 시기에 이 영화가 다시 붐을 일으키는 데 일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다"고 묵직한 책임감을 전했다.
오랜만의 작업인 만큼 장 감독은 신중했다. 그는 "친구지만 현장에서 요즘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서 영화 '올빼미'의 안태진 감독에게 물어봤다"고 털어놨다. 안 감독은 유해진의 출세작 '왕의 남자' 조감독부터 '올빼미' 감독까지 유해진의 과거와 현재를 다 아는 인물. 장 감독은 "안 감독이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고 고마운 선배'라고 하더라. 작품을 끝낸 지금, 나 역시 똑같은 말을 하고 싶다. 정말 고마운 배우이자 친구다"라고 밝혔다.
장 감독이 본 유해진은 쉼 없이 대본을 파고드는 배우였다. 장 감독은 "해진이가 대본을 그렇게 파고들 줄은 몰랐다. 그런데 또 종이 대본이 아니라 태블릿 PC를 쓰길래 놀랐다. 그걸 항상 손에 쥐고 애드리브를 체크하고 연구하더라. 전후 가리지 않고 머릿속에 온통 작품 생각뿐인 것 같았다"며 "아침에 중요한 감정 신을 찍을 때는 벌써 몰입이 돼서 말을 걸기 힘들 정도였다. 한번은 분장실에 들어갔더니 분장 실장님이 '감독님, 유해진 씨 울어요'라고 하더라. 촬영 전부터 이미 그 감정에 빠져 울고 있었던 것"이라며 유해진의 집요한 노력을 전했다.
이어 "촬영 날 아침에 인사를 건네는 박지훈을 해진이가 그냥 지나치더라. 나중에 물어보니 '보면 터질 것 같아서 못 보겠더라'고 했다"며 "그 정도로 몰입해 준 덕분에 현장의 모든 사람이 두 사람의 깊은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극찬했다.
유해진의 이런 몰입은 후배 박지훈과의 관계에서도 빛났다. 장 감독은 "촬영을 하면서 두 사람이 '부자 관계'가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저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그렇게 느꼈다. 실제로도 유해진 씨가 박지훈 씨를 되게 아꼈고, 박지훈 씨도 유해진 씨를 정말 잘 따랐다"고 전했다. 이어 "계속 연기하면서 서로를 믿고 의지한다는 게 느껴졌다. 그 모습을 보며 두 사람의 케미는 앞으로 걱정 안 해도 되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보통의 현장과는 다른 끈끈한 분위기도 전했다. 장 감독은 "감독과 배우 사이가 안 좋으면 촬영 끝나고 각자 방으로 가버리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았다. 끝나면 '오늘 뭐 먹을 거야?' 물어보고 같이 밥 먹고 술 마시며 이야기를 엄청나게 나눴다"며 유해진의 훌륭한 태도가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고 자신했다.
장 감독은 유해진의 인간적인 면모에 대해서도 잊지 못할 미담을 전했다. 촬영기간중 안동지역의 산불 피해로 집이 전소된 스태프를 위해 두 사람이 돈을 모아 전달했던 일화다. 장 감독은 "나중에 그 스태프의 아버님이 울면서 전화를 하셨는데, 액수가 제일 컸던 해진이가 대표로 통화하며 그분을 위로했다"고 전했다. 또 "해진이가 17살 때부터 몸담았던 청주의 조그만 극단 분들과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교류하고 있다. 그분들과 술을 마시다 보면 해진이는 여전히 그때의 막내더라"며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런 걸 보면서 참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장 감독은 유해진을 비롯한 배우들의 열연을 끌어낸 공을 연출자로서의 '본질'로 돌렸다. 흔히 영화의 3요소를 '첫째도, 둘째도 시나리오'라고 하지만, 장 감독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는 "나는 첫째가 시나리오라면, 둘째는 배우라고 생각한다"며 "좋은 시나리오를 써야 유해진, 박지훈, 전미도 같은 배우들의 승낙을 받을 수 있고 투자도 이뤄진다. 결국 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어떤 배우가 배역을 맡아 돋보이게 하느냐가 감독의 핵심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감독의 연출력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라이팅 능력'과 '배우의 연기를 보는 눈'을 꼽았다. 장 감독은 "똑같은 배우가 어떤 영화에선 잘하다가 다른 영화에선 이상해 보일 때가 있다. 그 배우가 전날 갑자기 쥐약을 먹어서 그런 건 아니지 않나"라며 "배우는 자기 배역 하나만 생각하기에 외롭고 고립될 수밖에 없다. 그럴 때 전체적인 밸런스와 컨셉을 유지하며 배우의 연기력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장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우리 배우들이 보여준 훌륭한 연기력을 관객들에게 가장 빛나는 방식으로 전달하고 싶었다"며 "유해진이라는 배우의 진면목과 우리의 20년 우정이 담긴 이 영화가 지친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활력이 되길 바란다"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한편, 장항준 감독의 첫 사극 도전작이자 유해진, 박지훈, 유지태의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오는 2월 4일 개봉한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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