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무너진 KBS 주말극, 14년 만에 만난 '각시탈 커플'이 살려낼까(사랑을 처방해 드립니다) [M픽 리뷰]

연예

MHN스포츠,

2026년 2월 02일, 오전 11:10

(MHN 홍동희 선임기자) 숨이 턱턱 막히던 KBS 주말드라마가 드디어 산소호흡기를 뗐다. '콘크리트'라 불리던 시청률 30%의 벽이 무너지고, 전작 '화려한 날들'이 20%의 문턱에서 좌절하며 "지상파 드라마는 이제 끝났다"는 말이 나오던 참이었다. 하지만 지난 주말, 등판한 구원투수는 예상보다 강력한 직구를 던졌다.

1월 31일 첫 방송된 KBS 2TV 새 주말드라마 '사랑을 처방해 드립니다'가 방송 2회 만에 시청률 17.4%를 찍으며 단숨에 주말 안방극장을 접수했다. 첫 회 14.3%에서 하루 만에 3% 포인트 넘게 껑충 뛴 수치다. 이건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뻔한 막장 드라마에 지쳐 떠나갔던 시청자들이 다시 TV 앞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확실한 신호다.

초반 흥행의 일등 공신은 단연 배우 진세연과 박기웅이다. 드라마 팬들에게 두 사람의 만남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드라마다. 2012년 드라마 '각시탈'에서 목숨을 건 비극적인 사랑과 대립을 보여줬던 이들이, 무려 14년 만에 밝고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로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방송 전부터 큰 화제였다.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진세연은 그동안의 청순하고 슬픈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명랑하고 씩씩한 여주인공 공주아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술에 취해 바다로 뛰어들거나, 남자 주인공을 스토커로 오해해 들이받는 코믹 연기는 그녀가 이렇게 웃긴 배우였나 싶을 정도로 신선했다.

박기웅의 변신도 놀랍다. 강렬한 악역 이미지가 강했던 그는 첫사랑을 간직한 순정남 양현빈 역을 맡아,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눈빛을 보여준다. 잠든 여주인공에게 "나 돌아왔어"라고 속삭이는 장면은, '각시탈'의 비극을 기억하는 팬들에게 묘한 쾌감과 설렘을 동시에 안겼다. 게시판에는 "두 사람이 이렇게 웃으며 만나는 걸 보니 내가 다 행복하다", "지독한 악연에서 로맨스로 넘어오니 더 맛있다"는 칭찬이 줄을 잇고 있다.

 

'메스'와 '침'의 전쟁... 막장 빼고 '가족 시트콤' 입혔다

이 드라마가 영리한 건 설정을 비틀었다는 점이다. 드라마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본 양방 병원(공명정대한 의원)과 한방 병원(양지바른 한의원)의 대립을 다룬다. 30년 전 부모 세대의 '야반도주' 사건으로 원수가 된 두 집안의 이야기는 자칫 뻔한 '로미오와 줄리엣'이 될 뻔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이걸 심각한 비극 대신 웃음 터지는 시트콤으로 만들었다.

의사 가운과 한복을 입고 벌이는 자존심 대결, 사소한 오해로 티격태격하는 두 가장의 모습은 '불륜'이나 '출생의 비밀' 같은 막장 요소 없이도 충분히 재밌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여기에 유호정, 김승수, 김미숙 등 믿고 보는 중견 배우들이 중심을 꽉 잡아준다. 특히 우아한 의사지만 속으로는 화가 끓어오르는 한성미 역의 유호정이 터뜨린 이혼 선언은 단순한 코미디를 넘어 요즘 가족들의 진짜 고민을 꼬집는 묵직한 한 방이었다. 온 가족이 밥 먹으며 편하게 볼 수 있는 진짜 '가족 드라마'가 돌아온 것이다.

 

한준서 PD의 연출 + 박지숙 작가의 따뜻함... '불안'을 '확신'으로

사실 방송 전에는 걱정하는 시선도 있었다. 연출을 맡은 한준서 PD의 전작들이 시청률은 좋았지만, 연출 방식이 다소 옛날 스타일이라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생애 봄날' 등을 통해 따뜻한 이야기를 그려온 박지숙 작가와의 만남은 이런 걱정을 날려버렸다.

화면은 훨씬 세련돼졌고 전개도 빨라졌다. 무엇보다 자극적인 설정으로 시청률을 쥐어짜는 대신, 인물들의 마음과 관계에 집중하는 작가의 힘이 돋보인다. 며느리의 아픔을 공감하며 사과하는 시어머니 나선해(김미숙 분)의 모습은 뻔한 고부 갈등 공식을 깨뜨리며 이 드라마가 '가족 치유'를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작가 특유의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50부작을 어떻게 채워나갈지가 앞으로의 숙제다.

 

남은 과제는 '중반부의 힘'

시작은 더할 나위 없다. 전작의 실패를 씻어내고 기분 좋은 출발을 한 '사랑을 처방해 드립니다'는 이제 시청률 20% 고지 점령을 눈앞에 두고 있다. 경쟁작들이 주춤한 사이, 확실한 고정 시청자들을 확보하며 '일요일 저녁의 주인'으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하지만 KBS 주말극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용두사미'를 반복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초반의 신선함이 떨어질 때쯤인 10회 이후부터, 또다시 말도 안 되는 갈등이나 억지 설정에 기댄다면 지금의 호평은 순식간에 비난으로 바뀔 수 있다. 양방과 한방의 대립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끝까지 잘 살리고, 두 집안이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그려내느냐에 드라마의 최종 성적표가 달려 있다.

"아는 맛이 무섭다"는 말이 있다. 이 드라마는 우리가 아는 그 맛있는 맛에 '힐링'이라는 새로운 양념을 성공적으로 뿌렸다. 과연 이 드라마가 끝까지 맛을 잃지 않고, 잃어버린 KBS 주말드라마의 명성을 되찾아올 '국민 드라마'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사진=MHN DB, KBS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