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개봉한 이 영화는 '베를린'과 '모가디슈'를 잇는 이른바 류승완 '도시 3부작'의 완결판으로, 차가운 북방의 도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로 다른 목적으로 충돌하는 인물들의 뜨거운 사투를 그렸다.
영화는 단순한 첩보 액션의 틀을 넘어 '사람'이라는 가치에 집중했다. 국정원 요원 조 과장(조인성 분)이 과거의 트라우마를 딛고 새로운 인적 자산인 채선화(신세경 분)를 구출하려는 과정은, 국가라는 거대 시스템 속에서 소모되는 개인을 향한 감독의 따뜻한 시선을 보여주었다. 박건(박정민 분) 역시 절박한 감정이 실린 액션을 선보이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조인성의 기품 있는 총기 액션과 박정민의 리얼한 계단 액션, 그리고 후반부 폐쇄 공항에서의 압도적인 시퀀스는 류승완 감독이 왜 '액션 장인'이라 불리는지 다시 한번 증명했다.
시각적인 완성도 또한 독보적이었다. 제작진은 블라디보스토크의 서늘하고 클래식한 분위기를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 라트비아에서 3개월간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다. 회색빛 건물과 눈 덮인 거리가 주는 이국적인 영상미는 인물들이 처한 위태로운 상황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하며, 관객이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현장감을 선사했다. 이는 단순히 볼거리에 치중한 것이 아니라, 공간이 주는 현실성을 통해 서사의 깊이를 더하려는 감독의 집요한 설계가 돋보이는 지점이었다.
최근 출간된 에세이 '재미의 조건'에서 류 감독이 밝혔듯, 그에게 좋은 영화란 관객의 몸에 남는 '감각' 그 자체였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과거의 거친 에너지를 쏟아붓는 대신, 의도적으로 자극을 덜어내고 인물 간의 관계와 내면의 흔들림을 액션의 문법에 녹여내는 변화를 시도했다. 이러한 변화는 30년 넘게 영화를 만들어온 거장의 성숙한 고백이자, 관객에게 최상의 경험을 선사하려는 치열한 고민의 결과물로 읽혔다.
결국 '휴민트'는 화려한 액션이라는 외피 속에 '인간에 대한 예의'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품었다. 시스템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류승완표 휴머니즘은 차가운 블라디보스토크의 배경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빛났다. 정교한 설계와 압도적인 미장센, 그리고 깊은 여운을 남기는 인물들의 드라마는 관객들이 왜 이 영화를 반드시 극장의 대형 스크린으로 마주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분명하게 설명해 주었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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