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김나연 기자] '운명전쟁49' 측이 고인 모독 논란에 대해 해명 및 사과한 가운데, 순직 소방관 유족 측이 영상 삭제를 요구하며 법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22일 故 김철홍 소방관의 유족 측은 YTN 뉴스를 통해 디즈니+ '운명전쟁49' 측이 방송 영상을 삭제하지 않는다면 법적 대응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故 김철홍 소방관의 조카 A씨는 '운명전쟁49' 방송을 보고 "(가족들이) 엄청 화가 났다. 다 많이 우셨다. (처음에) 동의했던 취지랑 너무 벗어나는 내용으로 나오다 보니까 미안한 마음도 크셨고, 화가 났다"며 "방송 전 저희 큰고모에게 연락이 갔다. 당시 사주를 통해서 이 분이 어떤 분인지 보는 거라는 식으로 설명했다. 근데 막상 뚜껑을 까고 보니까 이 사람이 어떻게 죽었는지 맞혀 보라는 내용이었다. 제일 중요한 포인트는 이 사람이 어떻게 순직하는지 맞히는 거였는데 그 부분에 대한 고지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가 스레드에 글 올리고 나서 그날 밤 DM을 통해 제작진한테서 연락이 왔다. 만나서 얘기하자고 했는데 거부했다. 이제 와서 사과를 한들 무슨 소용인가. '엎드려 절받기'밖에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이 방송 자체가 안 나왔으면 좋겠다. 삭제됐으면 한다. 그냥 삼촌의 희생이 콘텐츠로 소비되는 게 너무 싫다. 이거는 옳지 않다고 본다. 만약에 영상이 내려가지 않으면 법적 대응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 송사가 워낙 서로가 힘드니까 법적으로 하고 싶진 않다. 원만하게 넘어가면 좋은데 해결이 안 되면 해결하기 위해서 법적 대응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운명전쟁49'는 신점, 사주, 타로, 관상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운명술사 49인의 자존심을 건 대결을 담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지난 11일 공개된 2회에서 주어진 사주를 보고 고인의 사망 원인을 맞추는 미션이 진행됐고, 이 과정에 2001년 홍제동 방화 사건으로 순직한 김철홍 소방교의 사주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방송에는 故 김철홍 소방관 외에도 순직 경찰관인 이재현 경장의 사주도 등장했고, 출연진들은 사망 원인을 맞추는 과정에 "칼X"과 같은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해 '고인모독'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방송이 공개된지 얼마되지 않아 A씨는 SNS를 통해 제작사 측이 유족의 동의를 제대로 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파장을 일으켰다. 고인의 친누나에게 "우리나라를 위해 일한 영웅이나 열사, 의사 다큐멘터리를 만든다"는 취지로 설명했다는 것. 이에 제작진은 "본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개인의 이야기는 당사자 본인 또는 가족 등 그 대표자와의 사전 협의와 설명을 바탕으로, 이해와 동의 하에 제공됐다. 이 과정에서 점술가들이 출연하는 서바이벌 형식의 프로그램이라는 기획 의도와 구성에 대해 안내하였으며, 관련 정보 제공 및 초상 사용에 대한 동의도 함께 이루어졌다. 제작진은 사안의 민감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관련 내용을 제작 전 과정에 걸쳐 신중하게 검토하여 프로그램을 제작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A씨는 "제작사의 인터뷰를 보고 저는 또 한번 실망을 금할길이 없었다. 본인들은 잘못이 없다는 듯 충분한 검토 및 상황 설명 그리고 사전동의를 구했다고 했다. 물론 동의는 받아냈다. 근데 뭐라고 하셨냐. '대외비라 자세한 설명은 못드린다', '가장 큰 공헌을 하신 김철홍 소방관님의 사주를 보고 태어나신 생년월일시만 보고 이 영웅을 맞히는 것'이라고 정확히 얘기했는데 전혀 그런 내용은 없지 않냐. 저희한테 제대로된 사과는 하지도 않고 언론사에 기사 한줄 내는 스탠스를 보니 더는 할말이 없어졌다. 최소한 저희가족 및 소방관분들께는 상황이 벌어지고나서 제대로 된 사과라도 하셨어야지 않냐"며 "글 올렸을 당시 제게 사실과 다른 내용을 유포했다며 법적으로 책임을 질 수도 있다고 말했던 제작진분들이 이제와서 사태 수습하기 위해 사과문이라고 신문기사에 글 올리는 태도도 참 가증스럽다"라는 글을 올려 논란을 더했다.
또한 故 김철홍 소방관의 여동생이라고 밝힌 누리꾼의 댓글도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그는 "설 명절을 앞둔 주말, 심장이 쪼그라드는 아픔과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으로 명절연휴 기간 내내 분통할 뿐이었다. 자신의 위험을 알고서도 1초의 망설임 없이 화마 속으로 뛰어들어 타인의 생명을 지키고자 했던 소방관의 죽음을 두고 “뜨겁다”, “깔렸다”, “압사” 등 자극적 표현을 써가며 방송하는 걸 보고 그들이 저희 언니에게 이야기한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다시한번 기억하기 위함’이라는 허울 좋은 멘트는 찾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70이 넘은 저희 언니를 허울좋은 사탕발림 멘트로 속였다. 저희 오빠의 숭고한 희생을 유희로 전락시킨 방송사는 사과 한마디 없이 유족에게 초상권 사용 동의를 받았다더라. 핏줄을 사고로 떠나보낸 형제로서 분노할 뿐이다. 이런 방송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라고 분노했다.
한편 '운명전쟁49' 측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추가입장을 내고 "'운명전쟁49'는 사람의 운명을 읽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프로그램 취지 상 여러 삶과 죽음이 소개될 것이었기에, 의미 있고 숭고한 사연을 되새기는 계기로 삼고 싶었다. 이것이 김 소방교님의 이야기를 택한 이유"라며 "촬영에 앞서 유가족께 본 프로그램이 점술가들이 출연하는 서바이벌 형식의 프로그램이며, 사주를 통해 고인의 운명을 조명하는 내용이라는 점을 설명드리고 가족분의 서면 동의를 받아 초상, 성명, 생년월일시를 사용했다. 촬영 현장에서는 고인을 기리는 묵념의 시간을 갖고 명복을 빌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가족 및 친지들 가운데 사전 동의 과정에 대해, 방송 이후에야 전달받은 분이 있으시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계속해서 설명해 드리고 오해도 풀어드리겠다. 많은 분의 지적 또한 겸허히 받아들이고, 시청자와 당사자 모두의 이해와 공감을 얻도록 노력하겠다. 상처 입으신 유가족과 동료 소방관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제작진 측의 사과에도 故 김철홍 소방관의 유족 측은 "엎드려 절받기"라며 "영상이 내려가지 않으면 법적 대응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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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디즈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