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대신 MD 사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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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3월 05일, 오전 06:00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국내 K팝 3대 기획사가 공연과 기획상품(MD) 매출 확대에 힘입어 지난해 실적을 끌어올렸다. 음반 위주의 전통적인 매출 구조가 공연·굿즈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모습이다. 실물(CD) 앨범 판매 감소 우려 속에서도 팬덤 기반 소비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NCT JNJM 컨버스 앨범(사진=SM엔터테인먼트)
◇앨범 대신 MD… 엔터업종 새 수익 축으로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M엔터테인먼트(SM)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은 183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9% 증가했다. 에스파 등 톱 아티스트들의 글로벌 공연 확대와 굿즈 판매 증가가 실적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YG엔터테인먼트(YG)도 블랙핑크 완전체 활동에 힘입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이브는 그룹 세븐틴, 엔하이픈,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 아티스트의 고른 활약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 2조 6499억 원(연결 기준)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신규 아이돌 론칭 투자 등으로 영업이익은 한 해 전보다 73% 줄어든 499억 원에 그쳤지만, 공연·MD 판매로 비용의 상당부분을 상쇄했다. 이달 중 실적을 발표하는 JYP엔터테인먼트(JYP)도 스트레이 키즈를 중심으로 MD 매출이 크게 늘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지난해 ‘빅4 엔터사’ 실적에서 확연히 드러나는 특징은 MD 매출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하이브의 지난해 MD·라이선싱 매출은 5706억 원으로 전년대비 35.9% 증가했다. SM과 YG의 MD 매출은 각각 전년 대비 37.3%, 40.1% 증가한 2320억 원, 975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YG는 MD 매출이 음반 매출(285억 원)의 약 3배에 달했다.

업계는 공연 확대와 팬덤 소비 증가가 맞물리면서 MD 매출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공연 현장 판매뿐 아니라 온라인 스토어를 통한 상시 판매가 늘어나면서 활동 비수기에도 매출을 보완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지혜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터 업종은 음반 판매량 감소에도 글로벌 공연과 MD를 통한 지식재산권(IP) 비즈니스 확대가 기대된다”며 “톱 아티스트 컴백과 저연차 아티스트 성장, 해외 확장이 맞물리면서 올해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준 ‘트렁크 팬츠 앨범’(사진=빅히트 뮤직)
◇앨범 판매량 둔화 속 ‘앨범의 굿즈화’ 전략

K팝 업계는 ‘앨범의 굿즈화’ 전략에 더 속도를 내고 있다. 더이상 CD로 음악을 듣지 않는 시대에 맞춰 앨범을 소장 가치가 있는 상품으로 재해석하는 움직임이다. 최근에는 실용성을 갖춘 제품에 스마트 앨범(QR 코드 기반)을 결합한 형태가 등장하고 있다. 그룹 NCT JNJM의 ‘컨버스(신발) 앨범’,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연준의 ‘트렁크 팬츠(반바지) 앨범’ 등은 실용성과 소장성을 동시에 잡은 상품으로 평가된다. 앨범이 음악 감상 매체를 넘어 팬 경험을 담는 상품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다.

브랜드와의 협업도 활발하다. 인기 모바일 게임 ‘PUBG: 배틀그라운드’와 협업한 에스파, 캐릭터 브랜드 티니핑과 협업한 하츠투하츠 등이 대표적이다. 브랜드는 글로벌 팬덤을 확보할 수 있고, 기획사는 콘텐츠 IP를 활용해 새로운 매출을 창출한다. 음악 산업과 소비재 산업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는 양상이다.

이같은 흐름을 두고 K팝 산업의 체질 변화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단순 음반 판매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공연·MD·브랜드 협업이 결합한 복합 수익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공연은 팬과의 접점을 넓히고 MD는 그 접점을 매출로 연결하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며 “K팝 기획사들이 음악 회사를 넘어 IP 기반 엔터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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