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리랑'인가…BTS, 그 무게를 감당한 이유 [이승우의 관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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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2026년 3월 20일, 오후 09:09

(MHN 이승우 ) 3년 9개월의 공백 끝에 돌아온 BTS는 예상보다 더 정면으로, 더 본질적으로 자신들을 꺼내 들었다. 20일 발표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은 완전체 복귀를 알리는 앨범을 넘어선다. 이건 '지금의 BTS를 가장 BTS답게 설명하는 언어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다.

앨범은 총 14곡으로 구성됐고, 첫 트랙 '바디 투 바디(Body to Body)'에는 한국 대표 민요 '아리랑'의 선율 일부가 녹아 있다. 인터루드 'No. 29'에는 국보 제29호 성덕대왕신종의 종소리가 담겼다. 타이틀곡 '스윔(SWIM)'은 삶의 파도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헤엄쳐 나아가는 태도를 말한다.

많은 팀이 '복귀'를 한다. 하지만 모든 복귀가 '귀환'이 되는 건 아니다. 어떤 복귀는 활동의 일정표를 채우기 위한 것이고, 어떤 복귀는 팬덤의 기대치를 관리하기 위한 선택이다. 그런데 BTS의 이번 컴백은 다르다. 가장 세계적인 위치에서 가장 한국적인 제목을 들고 돌아왔다.

'아리랑'은 단순한 제목이 아니다. 의도를 담아 선택한 이름이다. 오랜 공백 끝에 다시 활동하는 BTS가 자신들의 가장 한국적인 정체성을 그대로 꺼내 든 선택이다. 빅히트 뮤직 측 설명대로 이 앨범은 팀의 정체성과 지금 일곱 멤버가 느끼는 보편적 감정을 함께 담아낸 작업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한국적인 것'을 다루는 방식이다. BTS는 전통을 박제된 이미지로 소비하지 않는다. 국악기를 얹고 한복풍 스타일링을 더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이번 앨범에서 ‘아리랑’은 장르적 장식이 아니라 정서의 문법으로 작동한다.

'바디 투 바디'에 스며든 아리랑 선율은 단순히 흥을 빌려오는 수준이 아니다. 한국인이라면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감정의 진폭을 호출한다. 'No. 29'에서 울리는 성덕대왕신종의 소리 역시 단순한 상징이 아니다. 과거의 시간을 현재로 끌어와, 지금의 BTS를 통과해 다시 울리게 한다.

그래서 이번 앨범은 한국을 세계에 소개하려는 작업이 아니다. 이미 세계적인 BTS가 자기 정체성을 다시 꺼낸 결과다. 그 근거는 분명하다. 아리랑 선율과 종소리를 전통의 장식이 아니라 감정과 시간의 언어로 끌어왔기 때문이다.

BTS는 더 이상 자신들이 누구인지 설명할 필요가 없다. 대신 이번 앨범으로 들려준다. 그들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무엇을 버텨왔는지, 그리고 지금도 왜 멈추지 않는지.

아미에게 이 앨범이 깊게 꽂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팬들은 BTS의 음악을 단순히 '좋은 곡'으로 소비해 오지 않았다. 이 팀의 시간은 늘 팬들의 시간과 겹쳐 흘렀다. 누군가는 학창시절을 지나왔고, 누군가는 취업과 이직을 통과했고, 또 누군가는 사랑과 이별과 상실을 견뎠다.

그래서 '스윔(SWIM)'이 말하는 "삶의 파도 속에서도 계속 헤엄쳐 나아가는 태도"는 새로워서가 아니라 정확해서 울린다. 멋진 말이어서가 아니라, 이미 많은 이들이 그렇게 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이 더 인상적인 이유는 '귀환의 서사'를 과잉 소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군 복무 이후 완전체 복귀라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든지 감상적으로 흐를 수 있었다. 그러나 BTS는 복귀 자체를 클라이맥스로 쓰지 않는다. 그 이후의 자신들을 담담하게 꺼낸다.

전반부의 '바디 투 바디' '훌리건(Hooligan)' '일리언스(Aliens)' 'FYA' '2.0'이 팀의 현재를 전면에 내세운다면, 'No. 29'를 경유해 후반부 '스윔' '메리 고 라운드(Merry Go Round)' '노멀(NORMAL)'로 이어지는 흐름은 감정의 결을 확장한다. 이건 "우리가 돌아왔다"는 선언이 아니라, "우리는 여기까지 와서 지금 이런 사람이 됐다"는 고백에 가깝다.

이 지점에서 BTS는 더 이상 영리함만으로 설명되는 팀이 아니다. K-팝은 늘 새로움을 요구받는 산업이다. 더 강한 비트, 더 빠른 전환, 더 자극적인 콘셉트가 주목을 끈다. 그러나 오래 살아남는 팀은 결국 자기 서사를 가진 팀이다.

BTS는 이번에 그 서사를 트렌드로 외치지 않았다. 대신 자기 정체성으로 증명했다. '아리랑'이라는 이름의 무게를 알면서도 택했다. 이제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팀이 됐기 때문이다.

대중이 이번 앨범에서 봐야 할 것도 그 지점이다. BTS는 자기 정체성을 희석하는 대신 더 또렷하게 압축하는 방식으로 다음 단계에 들어섰다. 그래서 '아리랑(ARIRANG)'은 복귀 앨범이면서 동시에 선언문이다. 익숙한 귀환이 아니라, 수준 높은 재정의다.

결국 남는 건 하나다. 세계가 기다린 건 단지 '완전체 BTS'가 아니었다는 것. 시간을 건너온 끝에 더 선명해진 BTS의 진심이었다.

그리고 그 진심은 이번에도 가장 화려한 방식이 아니라, 가장 오래 남는 방식으로 도착했다. 민요 아리랑이 남아온 방식처럼.

사진= MH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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