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악도’를 연출한 채기준 감독은 작품의 출발점을 ‘현실에 있을 법한 공포’로 설명했다. 과장된 장치보다 일상과 맞닿아 있는 낯선 분위기와 설명되지 않는 불안감을 통해 관객을 끌어들이겠다는 의도다.
영화 '삼악도'를 연출한 채기준 감독.(사진=영화사 주단)
채 감독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충분히 존재할 법한 이야기라는 전제를 두고,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어떨까’라는 상상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삼악도’의 기원은 채 감독 개인의 기억이다. 그는 “어릴 적 강화도에 있는 할머니 집에 갈 때마다 산속에서 마을 사람들이 모여 기묘한 의식을 치르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며 “굿도 아니고 제사도 아닌, 설명하기 어려운 기괴한 분위기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 기억에 조선시대의 기이한 풍습, 일본의 사이비 종교 ‘백백교’ 같은 요소를 결합하면 새로운 이야기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삼악도' 포스터(사진=영화사 주단)
제작 과정에서 가장 큰 고민은 ‘공간’이었다. 채 감독은 “이 영화는 공간 자체가 공포를 만들어야 했고, 그래서 공간이 주는 힘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컴퓨터그래픽(CG)보다 실제 로케이션이 주는 압박감을 살리고 싶었다. 그래서 촬영 공간을 찾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았다”고 밝혔다. 여기에 마을 주민들의 이미지와 움직임을 통해 공포의 밀도를 보완했다. 실제로 극 중 인물들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공간의 일부처럼 기능하며 기묘한 분위기를 강화한다.
영화 '삼악도'를 연출한 채기준 감독.(사진=영화사 주단)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히는 ‘피의 의식’ 역시 현장에서 확장된 아이디어다. 채 감독은 “돼지피를 사용하는 설정은 있었지만, 수화 연기는 배우의 제안에서 시작됐다”며 “그 과정에서 인물 간 관계와 설정도 더 입체적으로 보완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오컬트 영화의 굿이나 구마 의식에서 벗어나고 싶었다”며 “마을 사람들 전체가 의식에 참여하는 구조를 통해 기존과 다른 집단적 공포를 구현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영화 '삼악도'를 연출한 채기준 감독.(사진=영화사 주단)
‘삼악도’의 결말 역시 이러한 연출 의도가 반영된 지점이다. 채 감독은 “많은 관객이 이야기 흐름은 예상하지만, 마지막 10분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선악 구도를 명확히 나누기보다 ‘순수한 악’의 형태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오컬트 영화들이 종종 인간적인 기준의 선악을 따르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런 기준을 배제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채 감독은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점프 스케어 중심의 공포가 아니라 심리적 압박과 이질감을 기반으로 한 오컬트 스릴러”라며 “한국에서도 충분히 존재할 법한 이야기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봐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 그 공간에 들어간다는 느낌으로 봐주시면 더 몰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