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친구' 스틸 컷
영화 '침묵의 친구'는 중화권의 살아있는 전설적 배우 량차오웨이(양조위)의 첫 번째 유럽 진출 영화다. 헝가리 출신으로 독일에서 활동하는 일디코 에네디 감독은 량차오웨이를 염두에 두고 영화 속 토니 역할을 만들었다. 그는 "영화 제목인 '침묵의 친구'는 은행나무를 상징하지만, 량차오웨이의 존재감을 나타내기도 한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영화는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던 토니(량차오웨이 분)와 그레테(루나 배들러 분), 하네스(엔조 브룸 분) 등 세 명의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야기의 문을 여는 토니는 2020년, 홍콩에서 독일 대학에 초빙돼 온 고독한 신경과학 교수다. 그의 연구 주제는 '아기의 마음'이다. 어른과는 다른 방식으로 인지하고 반응하는 아기의 뇌를 연구한다. 수업과 연구를 오가며 일에 몰입하던 토니에게 예기치 못한 사건이 닥친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다. 이방인인 토니는 텅 빈 캠퍼스 안에 홀로 남게 되고 그간 해왔던 연구도 지지부진해진다. 그러던 중 그는 식물 커뮤니케이션 과학자 앨리스(레아 세이두 분)의 이야기를 듣고 캠퍼스 안에 오래된 은행나무와 소통을 해보기로 하고 실험을 시작한다.
'침묵의 친구' 스틸 컷
'침묵의 친구' 스틸 컷
세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1972년을 살아가는 청년 하네스다. 그는 대학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농장 출신인 하네스는 당대의 사상과 정치에 심취한 지적인 동급생들 사이에서 좀처럼 적응하기가 어렵다. 그러던 중 만난 멋진 여학생 군둘라와 친해진 하네스는 여행을 떠나는 군둘라를 대신해 그가 실험 중이던 제라늄을 대신 돌보게 된다. 군둘라가 하던 것은 식물의 지각 능력을 살펴보는 연구였고, 군둘라 대신 제라늄을 지켜보던 하네스는 제라늄이 자기 행동에 반응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놀란다.
'침묵의 친구' 스틸 컷
세 인물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캠퍼스 어느 공간에 조용히 서 있는 한 그루의 은행나무다. 1832년에 심어진 이 은행나무는 말없이 조용히 인물들의 삶에 스며든다. 영화 속 세 명의 과학자가 각자의 시간과 경험 안에서 식물들과 교감에 성공하는 순간들은 묘한 감동을 준다.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그 자리에 있는 존재들과의 소통은 외로운 주인공들을 감싸는 동시 보는 이들에게도 따뜻한 기운을 전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영화 내내 토니의 그림자 위로 드리워졌던 흔들리는 은행나무의 그림자가 불현듯 의미를 갖는다. 어느덧 말없이 다정한 친구가 돼버린 은행나무를 줌 아웃 하는 마지막 장면은 여운이 있다. 상영시간 147분. 오는 15일 개봉.
eujenej@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