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이승우 선임기자) 인기 걸그룹 아이브(IVE) 공연을 담은 일부 직캠이 다른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다. 무대 전체가 아닌 특정 각도와 장면을 중심으로 편집된 이른바 '뒷캠' 형태다.
해당 영상은 지난달 21일과 22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린 '다이브 인투 아이브' 공연 중 촬영된 것으로, 고화질로 무대와 동선이 또렷하게 담겨 공연을 따라가는 데 부족함이 없다.
유튜브 등 플랫폼에는 같은 공연을 담은 4K, 8K 고화질 팬캠 영상이 다수 유통되고 있으며 일부는 무대 전반을 담은 풀버전 형태로 확인된다.
해당 영상 댓글에는 "이젠 직캠이 아니라 뒷캠이다" "이 장면만 계속 보게 된다"는 반응과 함께 외모나 신체를 중심으로 한 표현도 이어지고 있다. 공연 전체보다 특정 장면이 먼저 소비되는 모습이다.
이 변화는 단순한 팬 문화의 확장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특정 장면이나 특정 인물 중심의 영상이 먼저 퍼지면서 공연 전체가 아닌 일부 장면이 반복적으로 소비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일부 콘텐츠는 특정 요소를 강조하는 형태로 유통되면서 공연이 본래 의도와 다른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다.
이 흐름은 특정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아이돌 공연 현장에서 반복되는 모습이다.
엔터 업계 관계자 A씨는 "요즘은 무대 전체가 아니라 특정 장면이나 특정 각도를 중심으로 소비되는 영상이 늘고 있다"며 "이른바 '뒷캠' 형태로 특정 장면만 반복 소비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댓글 반응도 해당 장면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아 공연 전체보다는 일부 장면이 먼저 소비되는 구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아이돌 직캠은 기술 변화와 맞물려 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객석에서 촬영된 4K, 8K 고화질 직캠 영상이 공연 전체를 소비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오면서 공연 영상 시장과의 경계도 흐려지고 있다.
공연 실황이 판권으로 관리되는 콘텐츠라는 점을 감안하면 같은 공연이 무료 영상으로 동시에 유통되는 상황은 기존 구조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공연 실황 영상은 이미 별도의 시장이 형성돼 있다. 일부 가수는 공연 영상 제작 판권을 외부 업체에 넘기고, 촬영된 실황은 영화관 상영과 해외 판매, OTT 유통으로 이어진다. 제작비만 수억 원에서 많게는 10억 원 이상이 들어가는 또 하나의 상품이다.
아이브의 이번 무대는 콘서트 마지막 날 'Beyond LIVE'를 통해 생중계됐다. 공연장은 화면 밖으로 확장됐고 현장에 없는 관객도 같은 순간을 소비했다. 그와 동시에 같은 공연이 다른 경로로도 퍼졌다. 허가 없이 촬영된 고화질 직캠 영상으로 편집 없이 그대로 유통됐다.
공연 관계자 B씨는 "요즘은 공연 영상 자체를 사업으로 본다. 일부 가수는 영상 제작 판권을 외부 업체에 넘기고 그 업체가 실황을 촬영해 다시 판매한다"며 "그러나 공연이 끝나기도 전에 무대 전반이 직캠으로 퍼지면서 공식 영상이 공개되기 전에 소비가 먼저 이뤄진다”며 “일부 채널에서는 이를 재가공하거나 수익화하는 경우도 있어 제작비를 들인 콘텐츠 입장에서는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구조가 객석에서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공연 영상은 돈을 들여 설계된 유료 콘텐츠인 반면 직캠은 비용 없이 퍼진다. 같은 공연인데 출발부터 다르고, 공식 영상이 장면을 고르고 편집하는 사이 직캠은 의도하지 않은 장면까지 그대로 남은 채 확산된다. 이 경우 관객은 공식 영상이 공개되기 전부터 공연을 다른 방식으로 먼저 소비하게 된다.
직캠이 소비 가능한 영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그동안 묵인돼 온 촬영 금지 원칙과의 모순도 드러나고 있다. 이 변화는 소속사의 고민을 그대로 드러낸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개인 촬영을 전면적으로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직캠을 완전히 차단하는 단계는 지났다"며 "공연 영상은 별도로 제작해 유통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직캠이 커질수록 가치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상업적 유통이나 문제될 수 있는 직캠은 법무팀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연이 끝나기도 전에 무대 전반이 영상으로 퍼지고 일부는 공연 전체를 담은 형태로 유통된다. 같은 공연을 두고 누가 먼저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승부를 가르는 상황이 됐다. 특정 장면만 따로 소비되는 흐름까지 더해지면서 공연은 더 이상 하나의 무대로 소비되지 않는다.
사진= MHN DB, 유튜브 채널 'Jelly Cam09' 캡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