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더빙 상륙한 '죠죠'…"AI 시대, 전문성 더 중요해져"[인터뷰]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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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4월 12일, 오전 11:49

[이데일리 스타in 최희재 기자] “인공지능(AI) 더빙의 레벨이 점차 높아질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죠. 그만큼 전문성을 가지고 차별점을 만드는 건 성우들의 몫이 아닐까 싶어요.”

오건우 성우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픽셀로직 스튜디오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최희재 기자)
오건우 성우는 청취자에게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는 심도 있는 연기와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성우들의 새로운 과제라고 전했다. 오건우 성우, 김세진 픽셀로직코리아 PD는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스틸 볼 런: 죠죠의 기묘한 모험’ 한국어 더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죠죠’는 1987년부터 연재되고 있는 인기 시리즈로,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무려 40년간 연재 중인 ‘죠죠’는 일본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만화 매니아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작품. 이번 ‘스틸 볼 런’은 ‘죠죠’ 시리즈 최초 한국어 더빙 도입으로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신예 성우 오건우 성우가 주인공 죠니 죠스타 역으로 낙점됐으며, 자이로 체펠리 역은 손수호 성우, 디에고 브란도 역은 김현욱 성우가 맡았다. 공개 이후 한국어 더빙은 원작 특유의 정체성과 에너지를 잘 살렸다는 호평을 받았다.

중점을 둔 부분을 묻자 연출을 맡은 김세진 픽셀로직코리아 PD는 “이전의 캐릭터성을 살리되 새로운 인물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신예 성우를 섭외했다. 신예 성우로 새로움을 표현했다면, 무게감과 연륜이 있는 성우 선배님들을 통해선 강렬한 의지와 역사를 보여드릴 수 있었다. 캐스팅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 답했다.

오 성우는 ‘죠죠러’(죠죠 만화 팬덤)로 유명하다. 그는 작품에 대한 애정과 이해도를 바탕으로 임했지만 그만큼 부담도 있었다고 말했다. 오 성우는 “절대값처럼 지켜줘야 하는 원작의 텐션, 연기력, 정서가 있지 않나”라면서 “성우로서 해야 하는 퍼포먼스를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주어진 대사를 충실히 해내되, 그 외에 남은 것들은 시청자들이 재미와 매력을 찾고 느낄 수 있는 여유 공간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스틸 볼 런: 죠죠의 기묘한 모험' 이미지(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는 한국어 더빙을 지속적으로 지원·확대 중이다. 김 PD와 오 성우 역시 이러한 흐름을 체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PD는 “더빙을 도입하는 작품 자체가 많아졌다고 생각한다. 장르적으로도 드라마, 다큐멘터리, 범죄 스릴러 등 다양해졌다. 일하는 입장에서도 흥미롭고,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여러 작품에서 한국어 더빙을 찾아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 성우 또한 “더빙 일들이 많아진 것 같다. 오디션 기회도 늘어났고, 동료 성우들끼리도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전했다.

더빙 업계가 활기를 띠고 있는 가운데 기술의 발전으로 AI 더빙이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인간 성우’만이 줄 수 있는 울림은 대체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오 성우는 “AI 사용을 막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더욱 전문성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 같다”면서 “성우로서는 더 심도 깊은 연기, 청취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연기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 PD는 “AI가 연령이나 성별, 미묘한 톤까지 조절하는 시대지만, 실제 성우와 작업하는 이유는 단순히 목소리가 좋아서만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그는 “성우는 제작진이 미처 생각지 못한 캐릭터의 면모를 발견하거나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인물의 입체적인 내면과 섬세한 감정 표현, 공감의 영역은 AI가 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고전 애니메이션이나 외화에서 느꼈던 향수가 있지 않나. 그 목소리와 향수는 AI가 따라할 수 없는 자산”이라고 전했다.

김 PD는 “결국은 대중의 선택에 달려있지 않을까 싶다”면서 “더빙 콘텐츠 자체가 많이 나오다 보면 더 경쟁력 높은 작품들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시청자들은 더 퀄리티가 좋은 작품, 재미있는 작품을 선택할 것”이라며 “시청자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현지화가 잘 된 작품들이 경쟁에서 살아남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스틸 볼 런: 죠죠의 기묘한 모험' 이미지(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가 주목한 더빙업계의 신예 성우, 신예 연출가인 두 사람. 이들의 목표는 더 높은 곳이 아닌 시청자와 가까운 곳에 향해 있었다.

오 성우는 “저의 직업 가치관은 최선을 다하는 거다.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 ‘기본’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기본을 잘해서 더빙 콘텐츠를 즐기는 분들이 더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 저의 목소리로 보시는 분들에게 자연스러운 감동을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김 PD는 한국어 더빙이 ‘특별한 선택’이 아닌 ‘당연한 일상’이 되기를 꿈꾸고 있다. 그는 “자막이나 화면 해설 서비스처럼 한국어 더빙 옵션도 하나의 당연한 시청 권리로 자리 잡길 바란다”며 “식사할 때나 청소할 때처럼 일상 속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는 친숙한 콘텐츠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 작품을 보실 때 한국어 더빙 옵션을 한 번씩만 눌러봐 주신다면, 앞으로 더 많은 작품에서 우리말 음성 서비스를 만나보실 수 있을 것”이라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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