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살목지' 김영호 음향감독.(사진=쇼박스)
이를 위해 ‘살목지’의 사운드는 기존 동시녹음에 의존하지 않고 대부분 새롭게 디자인됐다. 김 감독은 “현장 녹음은 대사 위주라 배경 정보가 많이 비어 있다”며 “이번 작품은 대사를 제외하면 90% 이상을 새로 만들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타이밍과 거리감, 질감을 자유롭게 조절하려면 소스를 분리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영화 '살목지'의 한 장면.(사진=쇼박스)
영화 속 자연의 소리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며 공간을 형성한다. 김 감독은 “숲의 소리는 한 자리에 머무르지 않는다”며 “바람이 불면 이쪽에서 저쪽으로 이동하고, 물 역시 계속 흐르며 변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소리를 고정하지 않고 계속 움직이게 디자인했다”며 “관객이 그 공간 안에 들어가 있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번 작업에서는 5.1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김 감독은 “뒤쪽 스피커를 과감하게 많이 썼다”며 “심지어 대사도 뒤에서 들리게 배치한 장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크린은 앞에 있지만, 공간 안에 있다면 소리는 사방에서 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살목지’의 사운드는 점프 스케어와 심리적 압박이라는 두 축으로 구성된다. 김 감독은 “점프 스케어는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며 “관객이 예상하는 순간 정확히 찔러줘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반복적인 사운드를 활용한 긴장감 조성에도 공을 들였다. 그는 “고스트박스에서 착안한 반복적인 리듬이 있다”며 “계속 같은 소리가 깔리면서, 그 위에 기괴한 보이스가 얹히는 구조로 긴장을 조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음악인지 소리인지 모호한 상태로 계속 압박을 주는 방식”이라며 “조여오는 느낌을 만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영화 '살목지' 김영호 음향감독.(사진=쇼박스)
김 감독은 ‘정적’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소리를 많이 채운다고 해서 풍성해지는 건 아니다”라며 “오히려 비워야 공포감이 더 크게 느껴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와이퍼가 멈춘 뒤 정적이 흐르는 장면이나, 배우의 호흡만 남는 순간들이 있다”며 “그런 장면에서는 호흡이 90%, 나머지 소리는 10% 정도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점프 스케어와 정적은 서로 반대 역할을 하면서 긴장감을 만든다”고 덧붙였다.
‘살목지’의 핵심 공간인 물은 사운드적으로도 중요한 요소다. 김 감독은 “물은 규칙적이지 않다”며 “부딪히고, 퍼지고, 일그러지는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소리도 일정하게 두지 않고 계속 움직이게 만들었다”며 “관객이 물 한가운데 있는 느낌을 받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수중 장면에서는 차별화를 줬다. 그는 “물속에서는 소리를 더 먹먹하게 처리했다”며 “일반 공간과 확실히 다르게 느껴지도록 했다”고 말했다.
영화 '살목지'의 한 장면.(사진=쇼박스)
흥미로운 점은 김 감독이 공포영화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는 “겁이 많아서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작업 환경은 그 공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김 감독은 “믹싱실이 40~50석 되는 극장 규모인데 혼자 작업할 때가 많다”며 “새벽에 작업하다 보면 뒤에 누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물귀신 장면을 작업하다가 방심한 순간 갑자기 (귀신이 화면에) 등장해서 소리를 지른 적도 있다”며 “그날은 작업을 멈추고 나간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관객들에게 극장에서의 관람을 강력 추천했다. 그는 “가운데 좌석에서 보면 사운드를 가장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다”며 “앞뒤로 움직이는 소리를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공포영화에서 점프 스케어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담긴 현장감을 함께 느껴주셨으면 한다”며 “의식하지 않아도 그 공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전했다.
영화 '살목지' 김영호 음향감독.(사진=쇼박스)
김 음향감독은 약 20년간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서 사운드 디자인을 맡아온 베테랑이다.
영화 ‘극한직업’, ‘우상’, ‘나를 찾아줘’, ‘소리도 없이’, ‘해치지 않아’, ‘20세기 소녀’, ‘드림’, ‘독전2’, ‘행복의 나라’ 등 다수의 작품에 참여했으며, ‘살목지’를 비롯해 ‘사흘’, ‘소주전쟁’, ‘하이파이브’ 등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환혼’, ‘돼지의 왕’, ‘셀러브리티’, ‘연애대전’, ‘닭강정’, ‘살인자ㅇ난감’, ‘조명가게’ 등 다양한 시리즈에서도 활약하며 폭넓은 작업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김 감독은 “항상 전형적이지 않은 사운드를 고민한다”며 “이번 ‘살목지’는 공포 장르를 조금 더 가까이 받아들이게 된 계기가 된 작품”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