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최이정 기자] 배우 강말금이 냉철한 통찰력과 따뜻한 휴머니즘을 겸비한 품격 있는 ‘맞는 말 퍼레이드’로 시청자들을 제대로 사로잡았다. JTBC 토일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하 ‘모자무싸’)에서 강말금이 보여주는 ‘어른의 정석’이 안방극장에 울림을 선사하고 있는 것.
극 중 영화 제작사 ‘고박필름’의 대표 고혜진 역을 맡은 강말금은 인물들의 불안과 충돌이 폭발하는 순간마다 흔들림 없는 원칙과 품격을 보여주며 '인생 캐릭터'를 경신 중이다. 시청자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 고혜진표 ‘촌철살인’ 명장면을 짚어봤다.
고혜진은 아지트의 평화를 깨뜨리는 황동만(구교환 분)에게 가차 없는 ‘출입 금지’를 선언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너만 만나면 내가 악다구니만 남은 피곤에 쩐 인간이 돼”라며 관계의 피로도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특히 “나 100세까지 살 건데, 너 때문에 더 이상 스트레스받고 싶지 않다”며 던진 냉정한 진단은 압권이었다. 낮고 차분한 톤으로 3분 27초간 이어진 이 대사는 강말금의 절제된 연기와 만나 독보적인 흡입력을 발휘했다. 단순한 비난이 아닌, 애증 섞인 진심이 담긴 일침에 시청자들은 "속이 다 시원하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고혜진의 서슬 퍼런 원칙은 남편 박경세(오정세 분) 앞에서도 예외가 없었다. 열등감에 휩싸여 황동만을 비하하는 남편을 향해 그는 “같은 급”이라며 일갈했다. “당신 밑바닥 안 보려고 내가 죽기 살기로 데뷔시킨 거야”라며 위선을 꼬집는 모습은 고혜진이 가진 어른으로서의 무게감을 여실히 보여줬다.

또한 4부에서는 황동만에게 독설을 퍼붓는 남편에게 “내가 황동만을 출입 금지시킨 건, 그 때문에 미쳐 날뛰는 당신이 쪽팔려서”라고 일침을 가하며 자격지심에 매몰된 남편의 태도를 단호하게 바로잡았다. 사적인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그의 객관적인 태도는 극의 텐션을 팽팽하게 조율했다.
영화 제작자로서의 고혜진은 더욱 빛난다. 마재영(김종훈 분) 감독의 시나리오에서 타인의 흔적을 읽어낸 그는, 공을 독식하려는 마 감독에게 “성공을 목전에 둔 남자는 눈멀기 좋아, 악인이 되기도 쉽고”라며 직언을 날렸다.
자신의 욕심에만 매몰된 이들에게 단호하게 선을 긋는 고혜진의 모습은 단순한 '독설가'가 아닌, 후배가 더 나은 선택을 하길 바라는 선배의 깊은 애정을 담고 있다. 강말금은 투박하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진짜 어른’의 얼굴을 완성하며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이처럼 강말금은 냉철한 팩트 폭격 속에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녹여내며 극의 중심을 꽉 잡고 있다. 시청자들을 열광케 하는 그의 ‘품격 있는 일침’이 앞으로 또 어떤 카타르시스를 선사할지 기대가 모인다.
/nyc@osen.co.kr
[사진] 스튜디오 피닉스·SLL·스튜디오 플로우 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