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시청 후 작성된 리뷰 기사입니다.>
[OSEN=김수형 기자]故이순재의 마지막까지 이어졌던 치열한 연기 열정과 뒤늦게 알려진 건강 투혼이 공개돼 먹먹함을 안겼다.
12일 방송된 KBS2TV ‘셀럽병사의 비밀’에서는 故이순재 생애를 다뤘다.
당시 이순재는 KBS 드라마 ‘개소리’의 주연을 맡아 촬영 중이었다. 하지만 촬영 도중 갑작스럽게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이상 증상이 찾아왔고, 결국 백내장 진단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제작진은 고령의 배우인 만큼 충분한 회복을 위해 약 석 달 뒤 촬영 재개를 제안했다고. 그러나 이순재는 이를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는 “나 하나 때문에 모두에게 피해를 줄 수 없다”며 빠른 복귀 의지를 드러냈고, 결국 수술 직후 불과 보름 만에 현장으로 돌아왔다.

당시에는 시야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일상생활조차 쉽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특히 가장 힘들었던 건 대본이었다고 한다. 눈으로 대사를 읽기 어려워지자, 이순재는 소속사 대표와 매니저에게 직접 대본을 읽어달라고 부탁했고, 들려주는 대사를 반복해 외우며 예전처럼 연기를 이어갔다.
소속사 대표는 “답답하면 글씨를 더 크게 뽑아달라고 하셨다”며 “한 페이지에 20자 정도만 들어가게 프린트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92세가 되도록 촬영장에서 한 번도 돋보기를 꺼내신 적 없던 분인데, 그때 처음 돋보기를 드셨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안타까움을 더한 건 청력 문제였다. 소속사 대표는 “더 솔직하게 말하면 선생님은 보청기도 착용하고 계셨다”며 “카메라에 보일까 봐 촬영 때는 늘 보청기를 빼셨다”고 털어놨다. 보청기를 뺀 상태에서도 상대 배우의 입 모양과 현장 분위기를 집중해서 살피며 연기를 이어갔다는 것.
함께 연극 무대에 섰던 박소담 역시 “맞다. 선생님이 귀 한쪽이 잘 안 들리셨다”고 떠올리며, 그럼에도 누구보다 철저하게 준비하고 노력했던 이순재를 회상했다.

눈도, 귀도 예전 같지 않았지만 끝내 무대를 포기하지 않았던 배우. 불편함을 핑계 삼기보다 “피해를 줄 수 없다”며 가장 먼저 현장으로 돌아갔던 이순재의 책임감은 후배들에게 오래 남을 ‘배우의 자세’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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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셀럽병사의 비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