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지민경 기자] 트렌드는 빠르게 변하고 대중의 귀는 갈수록 예민해진다. 하지만 수많은 곡들이 쏟아지는 치열한 글로벌 음악 시장 속에서도 유독 시간이 지나도 촌스럽지 않은 음악들이 있다. 바로 'YG 사운드'다.
전 세계 음악 시장에서 떠오르는 장르를 가장 발 빠르게 캐치하면서도, 대중에게 마냥 낯설지 않게 가공해 내는 탁월한 균형 감각. 신선함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내는 이 정교한 시스템은 대중의 뇌리에 "YG 음악은 믿고 듣는다"라는 공식을 깊게 새겼다. 1996년 첫발을 내디딘 이후 빅뱅을 거쳐 차세대 퀸 베이비몬스터로 이어지기까지, 30년을 관통하며 K팝의 굵직한 줄기를 형성해 온 'YG 사운드'의 비결을 짚어봤다.

▲ 힙합 명가의 탄생, 그리고 '아이돌'의 판도를 바꾼 진화
'YG 사운드'의 뿌리는 1992년 '난 알아요'로 대한민국 가요계에 큰 획을 그었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양현석으로부터 시작된다. 1996년 해체 이후 솔로 가수를 거쳐 제작자의 길로 들어선 그는 '양군기획'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힙합의 대중화에 나섰다.
1997년 지누션, 1998년 원타임을 연속으로 히트시키며 힙합 전문 기획사로 우뚝 선 YG엔터테인먼트는 2002년 YG패밀리 2집 타이틀곡 '멋쟁이 신사'를 통해 당시 14세였던 지드래곤을 대중에게 처음 소개하며 미래를 준비했다. 이후 세븐, 렉시를 비롯해 휘성, 거미, 빅마마 등 R&B와 소울 장르까지 섭렵하며 음악적 스펙트럼을 무한대로 넓혔다.
이러한 장르적 자양분은 2006년, 아이돌계의 새 역사를 쓴 빅뱅의 탄생으로 만개했다. '거짓말', '마지막 인사', '하루하루', '뱅뱅뱅'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독보적인 음악성은 기존 아이돌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꿨다.
멤버들이 직접 작사·작곡에 참여하며 아이돌을 넘어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했고, 음악뿐 아니라 패션과 안무 등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유행을 선도하며 K팝을 글로벌 무대로 이끄는데 앞장섰다.
이어 2009년 데뷔곡 'Fire'로 가요계를 휩쓴 2NE1, 싸이의 '강남스타일', 위너, 아이콘, 악뮤, 트레저, 베이비몬스터 그리고 글로벌 최정상 그룹 블랙핑크에 이르기까지 YG는 자신들만의 확고한 오리지널리티를 구축하며 3대 기획사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 '믿고 듣는 YG'를 만든 핵심 엔진: 프로듀싱 시스템과 양현석의 깐깐한 검수
YG의 노래가 뻔하지 않은 이유는 강력한 사내 프로듀싱 시스템에 있다. YG 소속 메인 프로듀서진은 힙합을 베이스로 하면서도 일렉트로닉, 록, R&B 등 다양한 장르를 세련된 비트로 융합해 낸다. 이들이 주조해 내는 사운드는 묵직한 베이스 라인과 중독성 있는 신스 리프를 특징으로 하며, 글로벌 팝 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높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여기에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의 절대적인 공이 더해진다. 양 총괄은 앨범의 믹싱 작업에 직접 참여하며 소리의 밸런스와 질감을 끝까지 다듬는 것으로 유명하다. 트렌디한 소스를 가져오되 YG만의 색깔로 조율해 내는 그의 깐깐한 검수를 거치지 않고서는 단 한 곡의 노래도 세상의 빛을 볼 수 없다. 바로 이 철저한 품질 관리가 몇 년 전의 노래를 지금 들어도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는 'YG표 명곡'의 진짜 비결이다.

▲ 30년 DNA의 결정체, 차세대 퀸 '베이비몬스터'
최근 이 확고한 30년의 음악적 유전자를 고스란히 물려받아 차세대 글로벌 퀸으로 도약 중인 그룹이 바로 베이비몬스터다. 이들은 YG가 쌓아온 프로듀싱 노하우와 완벽주의가 집약된 완성형 아티스트로, 발매하는 곡마다 글로벌 차트를 맹폭하며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베이비몬스터가 최근 발표한 미니 3집 타이틀곡 '춤 (CHOOM)'은 YG 프로듀싱 시스템의 정수를 보여준다. 중독성 강한 신스 리프와 묵직한 베이스가 돋보이는 힙합 기반의 댄스곡 위에 비트가 전환되는 다이내믹한 전개를 삽입해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이는 'YG표 힙합 댄스곡'의 질감을 자랑하지만 단순히 과거의 공식을 답습하지 않는다. 트랙 중간중간 리듬이 변주되고 비트가 전환되는 다이내믹한 구성을 통해, 곡의 속도감을 끌어올리고 현대적인 세련미를 더했다.
하지만 아무리 비트가 훌륭해도 그것을 소화하는 아티스트의 기량이 부족하면 'YG 사운드'는 완성되지 않는다. 개성 강한 보컬 톤과 흔들림 없는 라이브 실력, 그리고 특유의 힙한 '스웨그'는 30년 전부터 이어져 온 YG 아티스트들의 전유물이다.
베이비몬스터 멤버들은 강렬한 테크노나 힙합 비트 속에서도 결코 소리에 묻히지 않는 탄탄한 발성과 독보적인 음색을 지녔다. 쉴 틈 없이 몰아치는 랩 파트에서 보여주는 여유로운 시선 처리와 그루브는, 신인이라고는 믿기 힘든 무대 장악력을 보여준다. 곡의 분위기를 100% 이해하고 리듬을 가지고 노는 듯한 이들의 태도야말로 'YG 사운드'를 시각적으로 완성하는 가장 큰 무기다.
YG 음악의 또 다른 특징은 무대 위 퍼포먼스가 대중의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하나의 놀이 문화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베이비몬스터는 이 지점에서도 YG의 철저한 프로듀싱 시스템을 거쳐 극강의 퍼포먼스를 구현해 냈다.
양현석 총괄은 '춤 (CHOOM)'의 안무를 위해 이례적으로 10여 개 안무팀에 시안을 발주하고, 직접 후렴구 안무 작업에 참여해 최상의 동작만을 엄선했다. 강렬한 에너지, 리드미컬하게 무게 중심을 이동하는 스텝 등 YG 특유의 역동적인 안무는 곧바로 전 세계적인 댄스 챌린지 열풍으로 번졌다. '보는 음악'을 넘어 '함께 즐기는 음악'을 지향하는 YG의 방향성이 베이비몬스터를 통해 완벽히 적중한 것이다.
시대를 선도하는 세련된 사운드, 깐깐한 프로듀싱, 그리고 무대를 향한 타협 없는 집념.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부터 30년간 축적된 이 단단한 음악적 유전자가 완벽한 실력을 품은 베이비몬스터를 만나 폭발하고 있다. '믿고 듣는 YG'의 명성을 잇는 것을 넘어, 스스로 K팝의 새로운 글로벌 스탠더드를 개척하고 있는 베이비몬스터가 앞으로 전 세계 음악 시장에서 또 어떤 경이로운 미래를 써 내려갈지 그 찬란한 다음 챕터가 기다려진다. /mk3244@osen.co.kr
[사진] YG엔터테인먼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