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가요계, 웃음은 빵! 작정하고 웃겨주는 '와일드씽' [시네마 프리뷰]

연예

뉴스1,

2026년 5월 19일, 오전 08:34

영화 '와일드 씽' 스틸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배우 강동원이 오랜만에 물이 제대로 오른 코미디 연기로 돌아온다. 엄태구가 '기차 화통 랩'을 쏟아내는 래퍼로, 오정세가 장발을 휘날리는 마성의 '발라드 왕자'로 파격 변신한다. 영화 '와일드 씽'은 1990년대 추억의 가요계 감성 위에 배우들의 폭주에 가까운 캐릭터 플레이로 높은 웃음 타율을 완성한다. 배우들의 의외 얼굴과 함께 작정하고 웃기는 코미디로 극장가를 사로잡을 전망이다.

지난 17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와일드 씽'(감독 손재곤)은 한때 가요계를 휩쓸었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하루아침에 해체된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이 20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 영화다. '달콤, 살벌한 연인'(2006) '이층의 악당'(2010) '해치지 않아'(2020)의 손재곤 감독 신작으로, 강동원 엄태구 박지현 오정세가 의기투합했다.

영화 '와일드 씽' 스틸

영화는 오프닝부터 추억의 감성으로 관객을 끌어당긴다. 칼 단발 헤어스타일의 현우(강동원 분)가 당시 유행했던 패션을 선보이며 화려한 댄스 배틀을 벌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헤드스핀을 돌며 스크린을 장악하는 현우의 모습은 단숨에 청춘 영화의 활기와 에너지를 끌어올린다. "1년만 준비해서 가요계 씹어먹자"는 제작자 박대표(신하균 분)의 말과 함께 낡은 지하 사무실 '용구레코드'에서 래퍼 상구(엄태구 분), 센터 도미(박지현 분)가 합류하고, 트라이앵글은 순식간에 스타가 된다.

이후 영화는 1990년대 가요계를 향한 오마주를 이어간다. 쿨과 코요태 등 혼성 그룹 전성기 감성은 물론, 그 시절 빈번했던 표절 논란과 자극적인 연예인 스캔들, 치열했던 라이벌 구도까지 당시 대중문화를 관통했던 요소들을 유쾌하게 비튼다. 트라이앵글의 통통 튀는 청량한 데뷔곡 '러브 이즈'(Love is)와 사회 비판 콘셉트를 표방한 2집 타이틀곡 '샤우트 잇 아웃'(Shout it out) 역시 H.O.T., 젝스키스, 신화 등 1세대 인기 아이돌의 당시 활동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세기말 감성이 돋보이는 무대 의상과 과장된 메이크업, 헤어 디테일 또한 등장만으로 웃음을 유발한다. 스타일링까지 찰떡으로 소화한 배우들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터진다. 여기에 현란한 카메라 무빙과 당시 방송 텐션까지, 90년대 가요계의 공기를 세밀하게 복원한 연출은 당시를 기억하는 세대에게는 추억을,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한 웃음을 안긴다.

배우들의 캐릭터 플레이는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이다. 무엇보다 강동원의 코미디 연기가 반갑다. '그녀를 믿지 마세요'(2004), '검사외전'(2016) 등에서 코미디 감각을 보여줬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 한층 더 힘을 뺀 연기로 극의 중심을 잡는다. 리더이자 댄스머신 현우 역을 맡아 과거 영광을 잊지 못하는 허세와 짠한 현실감을 오가면서도 잘생김까지 내려놓은 능청 연기로 자연스러운 웃음을 만든다. 특히 리더 역할은 물론, 비주얼부터 댄스까지 아이돌로서도 재능을 보여주는 활약까지 캐릭터 소화력이 새삼 돋보인다.

영화 '와일드 씽' 스틸
영화 '와일드 씽' 스틸

엄태구와 오정세는 그야말로 폭주한다. 트라이앵글의 막내이자 폭풍 래퍼 상구 역의 엄태구는 기존에 보여줬던 묵직하고 카리스마 넘쳤던 이미지와 정반대 결의 연기로 웃음을 책임진다. 랩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과 현실은 초라한 '폭망 래퍼'의 간극을 진지하게 밀어붙일수록 더 웃기다. 특유의 허스키 보이스로 쏟아내는 '기차 화통 래핑'은 극의 클라이맥스에서도 역대급 웃음을 터트린다. 2인자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해 노출 화보에 솔로 앨범까지 끊임없는 홀로서기 도전에 무리하는 설정 역시 영화의 주요 웃음 포인트다.

오정세의 활약도 압권이다. 트라이앵글에 밀려 39주 연속 2위를 기록한 비운의 발라드 왕자 성곤 역을 맡아 특유의 디테일한 생활 연기를 바탕으로 한 코미디 역량을 제대로 펼친다. 특히 현재는 산속 사냥꾼으로 살아가지만 무대에 설 기회가 생기자 곧바로 미성으로 진지하게 히트곡 '니가 좋아'를 부르는 장면은 관객석 웃음을 빵 터뜨리는 대표 장면 중 하나다. 우윳빛 발라더와 거친 자연인의 극단적인 간극, 단번에 나락으로 떨어진 후에도 무대를 여전히 진지하게 갈망하는 캐릭터를 자신만의 리듬으로 살려낸 오정세의 연기는 단연 대체 불가의 재능이다.

영화 '와일드 씽' 스틸
영화 '와일드 씽' 스틸

'와일드 씽'의 가장 큰 강점은 결국 웃음이다. 캐릭터에 충실한 배우들의 호흡, 1990년대 가요계를 향한 디테일한 오마주, 손재곤 감독 특유의 유머 감각이 맞물리며 높은 웃음 타율을 만들어낸다. 특히 이 영화의 미덕은 애써 멋을 부리거나 억지로 폼 잡지 않은 채 단 한 번의 무대를 위해 다시 모인 이들의 무모한 재기를 우직하게 밀어붙인다. "누구에게나 세 번의 기회는 있다"는 영화의 메시지도 과하지 않게 스며든다. 제대로 웃기고, 트라이앵글을 더 응원하게 되는 코미디다. 오는 6월 3일 개봉. 상영시간 107분.

aluemchang@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