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가 주인공인 영화”… 연상호 ‘군체’, 인간성 질문 던졌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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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5월 20일, 오후 06:07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좀비 자체에 집중한 영화입니다. 제 영화 중에 처음으로 좀비가 주인공인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배우 지창욱(왼쪽부터)과 김신록, 신현빈, 연상호 감독, 전지현, 구교환이 20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군체'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뉴스1)
‘부산행’과 ‘반도’로 K좀비 장르를 확장해온 연상호 감독이 신작 ‘군체’를 기존 좀비물과는 다른 결의 좀비 영화를 예고했다.

연 감독은 20일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군체’ 언론시사회에서 인공지능(AI)와 집단지성, 개별성과 인간다움에 대한 질문을 좀비 장르 안에 녹여냈다고 설명했다.

연 감독은 작품의 출발점으로 ‘AI와 집단지성’을 언급했다. 그는 “인공지능이 작동하는 원리, 보편적 사고의 총합 같은 개념이 흥미로웠다”며 “그 총합이 강해질수록 개별성이 무력해지는 지점을 보며, 오히려 인간다움은 개별성 아닐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수의 의견을 내는 권세정(전지현 분)이라는 인물을 중심에 세운 것도 그런 이유”라며 집단성과 연대 그리고 인간다움의 경계를 영화 속에서 풀어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좀비 역시 이번 작품의 핵심 장치다. 연 감독은 “당대의 잠재적 공포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초고속 정보 교류 속 집단적 사고와 개별성 상실이라는 지점이 좀비물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군체’ 속 감염체는 기존 좀비와 달리 집단적으로 연결되고, 실시간으로 진화하며 하나의 군체처럼 움직인다. 그는 “집단지성을 움직임으로 표현하고 싶었다”며 브레이크댄서, 스턴트팀뿐 아니라 현대무용팀까지 섭외해 기괴하면서도 집단적인 몸의 흐름을 구현했다고 밝혔다.

배우들 역시 기존 감염자와 다른 ‘군체’의 좀비 설정을 작품의 차별점으로 꼽았다. 전지현은 “기존 감염자들이 통제 불능의 움직임을 보여줬다면, 이번 감염자들은 알 수 없는 네트워크로 연결돼 실시간으로 진화하고 하나의 덩어리처럼 움직이는 점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배우 전지현이 20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군체'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뉴스1)
전지현이 맡은 권세정은 위기 속에서도 끝까지 생존을 모색하는 인물이다. 그는 “권세정은 위기를 돌파해 나가는 캐릭터라 액션 역시 과하지 않게 절제하면서 촬영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연 감독 역시 전지현의 클로즈업을 언급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영화 속 룰을 관객이 따라가야 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그 룰을 깨닫는 얼굴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구교환과 지창욱은 각각 신체성과 액션의 디테일을 전했다. 구교환은 감염체 움직임에 대해 “몸짓과 손발, 근육까지 거칠게 사용하려 했다”며 통제되는 상태와 무너지는 상태를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연 감독은 농담처럼 이를 “마그네슘 부족 액션”이라고 표현해 현장을 웃음 짓게 했다. 지창욱이 소화한 현성의 액션도 변화를 줬다. 연 감독은 “처음에는 긴 봉 형태의 액션을 고민했지만, 인물의 변화가 큰 캐릭터인 만큼 짧은 칼을 활용한 근접 액션으로 수정했다”며 “지창욱 배우의 몸짓만으로도 충분히 박진감이 살아났다”고 설명했다.

이날 배우들은 최근 칸영화제에서 얻은 경험도 전했다. ‘군체’는 제79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을 통해 공개돼 약 2300명의 관객 앞에서 상영됐고, 상영 직후 7분간 기립박수를 받았다. 월드 프리미어 당일에는 티켓을 구하려는 관객들이 몰렸고, 일부 현지 관객들이 영화 속 감염체의 움직임을 따라 하며 환호하는 등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배우 구교환이 20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군체'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전지현은 “칸에서 막 돌아왔는데, 저희 영화를 소개하고 큰 에너지를 받고 온 기분이었다”며 “‘군체’를 소개하는 데 큰 용기와 힘을 얻은 자리였다”고 말했다. 구교환은 “프리미어 상영이 끝난 뒤 새벽에 숙소로 걸어가는데 길거리에서 한 관객이 캐릭터 이름으로 불러줬다”며 “캐릭터 이름으로 불렸을 때의 행복한 경험은 처음이었다”고 떠올렸다. 지창욱 역시 “설렘과 긴장, 행복함이 공존했던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결국 연상호 감독이 ‘군체’를 통해 던지는 질문은 좀비 너머 인간성이다. 그는 “집단지성을 가진 좀비와 인간의 대결을 통해, 문명이 무너지고 퇴화했을 때 끝까지 남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었다”며 “그 핵심이 인간성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재미있는 좀비영화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신록도 “생존자들의 갈등과 선택, 각자의 취약성이 흥미로웠다”며 인간 군상의 서사가 작품의 또 다른 축이라고 짚었다.

‘군체’는 정체불명의 감염 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에서 고립된 생존자들이 예측 불가능한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연 감독 특유의 밀도 높은 장르 연출과 독창적인 세계관, 여기에 전지현·구교환·지창욱·신현빈·김신록·고수까지 합세한 캐스팅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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