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호프’ 공식 시사회가 끝난 18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소도시 칸 팔레 데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 뤼미에르 대극장 앞 레드카펫 계단에서 나홍진 감독과 배우 정호연, 황정민, 조인성 등 출연진이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6.5.18 © 뉴스1 이준성 특파원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인 나홍진 감독의 영화 ‘호프’ 글로벌 첫 시사회가 열린 17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소도시 칸 팔레 데 페스티발(Palais des Festivals) 앞에서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이 티켓을 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6.5.18 © 뉴스1 이준성 특파원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호프’ 공식 시사회가 끝난 18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소도시 칸 팔레 데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 외벽 대형 LED 화면에 관객들의 기립박수와 출연진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이날 뤼미에르 대극장 안의 박수와 환호는 팔레 데 페스티발 밖 칸 도심에도 중계됐다. 2026.5.18 © 뉴스1 이준성 특파원
제79회 칸 국제영화제가 마침내 폐막일을 맞았다. 23일 오후 8시15분, 한국 시각으로는 24일 오전 3시15분 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남부 소도시 칸 팔레 데 페스티발(Palais des Festivals)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폐막식과 시상식이 열리고, 올해 영화제의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비롯한 주요 수상작이 발표된다.
올해 칸에는 한국 작품 5편이 초청됐다. 나홍진 감독의 ‘호프’가 경쟁부문에 진출했고, 연상호 감독의 ‘군체’는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 정주리 감독의 ‘도라’는 감독주간에 초청됐다. 학생 영화 부문인 라 시네프에는 최원정 감독의 ‘버드 랩소디’와 나딘 미송 진 감독의 ‘사일런트 보이시스’가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호프’는 유일한 경쟁부문 진출작이다.
12일간 크루아제트를 밝힌 레드카펫과 플래시, 박수와 논쟁은 이제 하나의 결말을 기다리고 있다. 나홍진 감독의 ‘호프’ 역시 이날 밤 칸의 선택을 기다리는 작품 중 하나다. 수상 여부와 별개로, ‘호프’는 올해 칸에서 한국 영화가 어디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 가장 거친 질문으로 남았다.
‘호프’는 단순히 나홍진 감독의 첫 칸 경쟁작이라는 한 줄로만 정리되기 어렵다. 이 영화는 한국 영화가 칸에서 쌓아온 긴 시간의 다른 얼굴이다. 임권택의 작가주의, 박찬욱의 장르 미학, 봉준호의 사회적 알레고리, 이창동의 윤리적 불안이 칸이라는 무대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호명돼 왔다면, 나홍진의 ‘호프’는 그 계보 위에 가장 거칠고 불온한 질문을 던진다.
칸영화제 공식 자료에 따르면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로 2004년 그랑프리, ‘박쥐’로 2009년 심사위원상 공동 수상, ‘헤어질 결심’으로 2022년 감독상을 받았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2019년 한국 영화 사상 첫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기록됐다. 칸 공식 홈페이지는 ‘기생충’을 “칸 역사상 황금종려상을 받은 첫 한국 감독의 작품”으로 설명한다. 이 역사 속에서 한국 영화는 더 이상 칸의 변방이 아니라, 칸이 세계영화의 현재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언어가 됐다.
‘호프’는 그 역사에 우아하게 들어선 작품은 아니다. 오히려 문을 두드리기보다 부수고 들어온 쪽에 가깝다. 칸의 공식 소개에서 말하듯 이 영화는 무지에서 비롯된 재앙이 인간의 충돌을 지나 우주적 비극으로 확대되는 이야기다. 남북 접경지대 인근의 고립된 마을, 정체불명의 존재, 공포에 사로잡힌 공동체라는 설정은 장르적 외피를 쓰고 있지만, 그 밑바닥에는 타자에 대한 공포와 집단 심리, 생존 앞에서 무너지는 공동체의 윤리가 놓여 있다.
이 점에서 ‘호프’는 칸이 오랫동안 사랑해온 질문과도 닿아 있다. 칸은 종종 영화의 아름다움보다 영화가 세계를 얼마나 불편하게 바라보는가에 반응해 왔다. 영화는 세계를 비추는 거울이지만, 좋은 영화의 거울은 얼굴을 예쁘게 보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피하고 싶었던 표정, 공동체가 감추고 싶었던 공포, 문명이 외면해온 폭력성을 비춘다. ‘호프’가 칸에서 논쟁적 반응을 얻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영화는 매끄러운 완성품이라기보다, 통제되지 않는 시대의 불안을 그대로 품은 거대한 파열음에 가깝다.
수상 여부만으로 ‘호프’의 의미를 가늠하기는 어렵다. 황금종려상을 받느냐, 감독상에 머무느냐, 혹은 무관에 그치느냐는 현지 시각으로 이날 밤 결정된다. 그러나 현재 확인되는 해외 반응만 놓고 봐도 ‘호프’는 올해 경쟁부문에서 쉽게 잊히지 않을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AP통신은 이 영화를 “숨가쁜 한국 SF 괴수 영화”로 소개했고, 미국 필름 코멘트 평론가 점수표에서도 ‘호프’는 최상위 선두권은 아니지만 비교적 양호한 평가를 받았다. 이는 ‘호프’가 만장일치의 영화라기보다, 찬반을 가르며 영화제의 공기를 흔든 작품이라는 뜻에 가깝다.
사회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호프’의 괴물은 단순한 외계 생명체가 아니다. 괴물은 언제나 사회가 이름 붙이지 못한 불안의 형상이다. 낯선 존재가 나타났을 때 공동체는 그 존재를 이해하기보다 먼저 배제하고, 두려움은 곧 폭력의 언어가 된다. 이때 괴수영화는 오락 장르를 넘어 사회의 무의식을 드러내는 장치가 된다. ‘호프’가 올해 칸에서 이례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이다. 그것은 칸의 전통적 작가주의 문법과는 다르지만, 인간과 공동체, 타자와 공포라는 오래된 질문을 가장 소란스러운 방식으로 되묻는다.
결국 ‘호프’는 한국 영화의 ‘희망’이라기보다, 희망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불안한 이름인지를 보여주는 영화에 가깝다. 제목은 ‘호프’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낙관이 아니라 생존의 균열이고, 화해가 아니라 충돌이며, 빛이 아니라 빛을 잃은 공동체의 어둠이다. 그래서 이 작품의 의미는 역설적이다. 가장 대중적인 장르의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도, 가장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가장 칸답지 않은 방식으로 칸의 중심에 들어왔지만, 바로 그 낯섦 때문에 올해 칸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가능성이 크다.
‘호프’는 황금종려상 선두주자라기보다 올해 칸 경쟁부문이 품은 가장 위험한 변수다. 완성도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160분의 러닝타임을 밀어붙이는 나홍진의 연출, 한국 장르영화의 세계적 확장, 타자와 공포를 둘러싼 사회적 알레고리(추상적 관념이나 사회 현실을 우회적으로 빗댄 표현)는 이 작품을 단순한 수상 후보 이상의 사건으로 만든다. 상을 받으면 한국 영화의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고, 받지 못하더라도 ‘호프’는 올해 칸에서 한국 영화가 어디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 가장 거친 증거로 남을 것이다.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호프’ 공식 시사회가 열린 17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소도시 칸 팔레 데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배우 정호연이 레드카펫을 밟으며 미소 짓고 있다. 뒤로 배우 황정민과 조인성 테일러 러셀 등 출연진이 입장하고 있다. 2026.5.18 © 뉴스1 이준성 특파원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호프’ 공식 시사회가 열린 17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소도시 칸 팔레 데 페스티발(Palais des Festivals)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나홍진 감독과 배우 정호연, 황정민, 조인성 등 출연진이 레드카펫에 올라 취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5.18
© 뉴스1 이준성 특파원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호프’ 공식 시사회가 열린 17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소도시 칸 팔레 데 페스티발(Palais des Festivals)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나홍진 감독과 출연진이 레드카펫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알리시아 비칸데르, 정호연, 테일러 러셀, 나홍진 감독, 마이클 패스벤더, 황정민, 조인성. 2026.5.18 © 뉴스1 이준성 특파원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호프’ 공식 시사회가 열린 17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소도시 칸 팔레 데 페스티발(Palais des Festivals)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나홍진 감독이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2026.5.18 © 뉴스1 이준성 특파원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호프’ 공식 시사회가 열린 17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소도시 칸 팔레 데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나홍진 감독과 배우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등 출연진이 관객들의 박수에 화답하고 있다. 2026.5.18 © 뉴스1 이준성 특파원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호프’ 공식 시사회가 끝난 18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소도시 칸 팔레 데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 뤼미에르 대극장 앞 레드카펫 계단에서 나홍진 감독과 배우 정호연, 황정민, 조인성 등 출연진이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6.5.18 © 뉴스1 이준성 특파원
제79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18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소도시 칸 팔레 데 페스티발(Palais des Festivals)에서 열린 경쟁부문 진출작 ‘호프’ 포토콜에서 나홍진 감독이 취재진의 카메라 세례를 받고 있다. 2026.5.18 © 뉴스1 이준성 특파원
제79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18일 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소도시 칸 팔레 데 페스티발에서 열린 경쟁부문 진출작 ‘호프’ 포토콜에서 나홍진 감독과 배우 테일러 러셀, 정호연, 조인성, 황정민, 알리시아 비칸데르, 마이클 패스벤더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5.18 © 뉴스1 이준성 특파원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호프’ 공식 시사회가 끝난 18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소도시 칸 팔레 데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 뤼미에르 대극장 앞 레드카펫 계단에서 나홍진 감독이 서 있다. 2026.5.18 © 뉴스1 이준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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